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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논단

농업성장경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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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누리 제 4유형:출처표시+상업적 이용금지+변경금지
기고자
전형진

한국농정신문 기고 | 2024년 12월 15일
전 형 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중국사무소장)


생산성은 한 국가의 경제 또는 산업의 성장 정도나 기술 수준을 평가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이다. 목적에 따라 각 투입요소별로 측정되는 단일요소생산성 또는 모든 투입요소를 결합한 포괄적 의미의 총요소생산성 지표를 활용한다. 일찍이 경제학자 하야미(Hayami)와 루탄(Ruttan)은 단일요소생산성인 토지생산성과 노동생산성의 상호관계를 통해 한 국가의 농업성장경로를 유럽형, 아시아형, 신대륙형으로 구분했다. 이는 농업 생산에서 가장 중요한 생산요소인 토지와 노동의 부존 조건에 기초한 것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아시아형 농업의 요소 부존 조건은 인구 대비 상대적으로 적은 농지이다. 또 다른 경제학자인 야마다(Yamada)는 토지생산성(y축)과 토지/노동(농업취업자 1인당 경지면적) 비율(x축)의 상호관계를 통해 S자 모양으로 우상향하는 아시아형 농업성장경로를 제시했다.


중국의 농업 부가가치는 개혁개방의 길을 선택한 1980년 이후 43년 동안 연평균 4.6% 증가했다. 세계 농업성장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실적이다. 짧은 시간에 기아로부터 벗어난 성공적인 성장 모델로 평가받는다. 신중국 건국 이후 중국 농업의 성장을 생산성 지표로 들여다보면 농촌 지역에 상대적 과잉인구가 존재했던 초기에는 토지생산성이 성장을 견인했다. 개혁개방 이후 도시와 공업 부문으로 농업노동력이 점차 이동하면서부터는 토지생산성에 더해 노동생산성도 성장을 견인했다. 지속적인 경제성장에 따른 산업구조 고도화로 농업노동력의 이동 속도가 가속되면서 1990년대부터는 노동생산성의 증가율이 토지생산성의 증가율을 추월하는 국면으로 전환했다.


농업부문에서 노동생산성의 성장은 토지/노동 비율의 증가가 관건이다. 개혁개방 이후 1980년대 말까지는 농업 노동 투입이 증가해 이 비율이 오히려 감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도시화가 진전되고 2·3차 산업이 성장하면서 1990년대 초반 이후 이 비율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U’자형의 궤적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2000년대 들어 농업노동력의 감소 추세가 가속화되면서 토지/노동 비율도 증가 추세가 뚜렷하다. 야마다가 제시한 S자형 농업성장경로로 보면 중국 농업은 1990년대 초반을 전환점으로 토지/노동 비율이 감소에서 증가로 전환되고 토지생산성이 지속해서 증가하는 3단계에 진입했다. 이후 우상향의 궤적을 그리며 성장하는 중이다. 1970년대 중반에 3단계에 진입했던 우리에 비해 대략 20여년의 시간 격차를 보인다.


아시아형 농업으로서 성장경로가 유사한 일본이나 우리의 경험에 비춰 중국 농업도 조만간 3단계의 끝단에 이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지속해서 우상향하는 유럽형 경로를 따를지 아니면 좌상향하거나 우하향하는 경로를 따를지 갈림길에 서게 될 가능성이 크다. 토지/노동 비율의 지속적인 증가에 따른 노동생산성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토지생산성이 정체 또는 감소하면서 우하향의 경로를 나타냈던 일본이나 우리의 경험으로 본다면 중국 농업이 지속해서 안정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우하향하는 경로에 진입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토지생산성 향상을 위한 생산 효율성 증대 및 기술 개선, 그리고 농업 노동 투입의 감소에 대응한 기계공학적 기술 진보 및 요소투입 구조 개선 등이 커다란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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