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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논단

여름철엔 열무김치를 즐기자

2013.08.06
5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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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최세균
 
매일경제 기고 | 2013년 8월 6일 
최 세 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원장)


올해도 우리 연구원은 보리 벤 텃밭에 열무를 심었다. 이런 후텁지근한 날엔 시원한 열무국수나 열무냉면이 제격이다. 보리가 반쯤 섞인 밥을 열무김치와 고추장에 비벼먹는 것도 별미다. 이런 생각을 하며 심어 놓은 열무가 쑥쑥 잘 자라더니 요즘 장마에 많이 망가졌다. 비교적 손쉽게 가꿀 수 있는 열무도 이러하니 여름철 더위와 장맛비에 잘 견뎌낼 농작물이 어디 있을까?

  매스컴에서는 여름철 채소와 과일이 귀한 몸이 되고, 값이 뛸 것이라고 법석이다. 올해 장마는 최장기간으로 기록될 수도 있다고 하니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벌써부터 장바구니 물가가 걱정이다. 여름철 푸성귀 가운데 제일 귀하신 몸으로 관심을 끄는 것은 단연 배추다. 배추가 ‘금추’가 되는 일이 잦다보니 정부나 가정주부나 모두 배추 작황에 신경을 쓰게 마련이다.
 
  배추는 본래 서늘한 기후를 좋아하는 작물로 온도에 대한 적응 범위가 좁다. 배추가 잘 자라는 온도는 섭씨 20도 내외이며, 23도 이상이 되면 잘 자라지 못한다. 특히 고온에 약한 작물이기 때문에 여름철 우리나라에서는 특수한 지역을 제외하면 재배에 적합하지 않다. 따라서 강원도의 대관령, 태백, 정선, 전라북도의 장수, 진안 등 높은 산지에서 재배된다.
 
  재배지가 일부 지역에 국한되고, 기상이 국지성 호우가 자주 내리는 형태로 변하다 보니 생산량과 가격 변동은 해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작황과 가격이 널뛰기를 하다 보니 생산농가의 소득도 불안정해져 농민들은 배추 대신 다른 작물을 심고 있다. 고랭지 배추 재배면적은 지난 10년간 30% 이상 줄어 수급 불안정에 한몫을 하고 있다.
 
  배추는 생육기간이 2개월 이상으로 고온과 습도 높은 여름철에 재배하기 위해서는 가을보다 인력이나 화학물질 투입량이 많다. 따라서 소비자들이 조금 비싸다고 느낄 정도라야 생산자들은 밑지지 않는다고 생각할 정도로 생산비가 높다. 이렇다 보니 흉작이라도 들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상식 이상으로 높은 값을 주고 김치를 담가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당연하다.
 
  최근 소득수준이 증가하고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제철 음식과 지역 음식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오랫동안 저장하지 않은 음식, 먼 거리를 수송하지 않은 식품이 건강과 환경보호에 좋다는 의미이다. 수입 농산물보다 국산 농산물이 건강에 좋고, 지구환경 보호에도 좋다는 의식을 가지고 '신토불이 운동'이나 '로컬푸드 운동' 등 이러 저러한 활동이 늘어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여름철엔 열무김치를 조금 더 소비하는 것도 이러한 운동과 무관치 않다. 열무는 여름철에 우리나라 어디서나 손쉽게 재배할 수 있다. 열무는 작물과 작물 사이 좁은 곳에 ‘사이짓기’를 하기도 하고, 파종하고 한 달 정도면 수확이 가능하기 때문에 여러 차례 심어 먹을 수 있어 경지 이용률을 높여준다. 배추에 비해 인력이나 화학물질의 투입도 훨씬 적어 생산비도 낮다. 더구나 열무김치는 섬유질이 풍부하고 비타민 A와 C, 무기질, 사포닌 등이 들어 있는 알칼리성 식품이다.

  여름철 김치의 대표선수는 열무김치였다. 그런 열무김치가 왜 이젠 별미 음식이 되어버렸는지 생각해볼 점이다. 우리가 여름에 먹는 배추김치(김장김치 저장분 제외)의 절반 가까이는 수입된 것이든 절임 배추로 수입된 것이든 수입산이다. 가계비, 건강, 지구환경 모두를 생각하며 여름철엔 열무김치를 즐겨보자.

* 이 글은 매일경제 독자칼럼(2013. 8. 6.)을 일부 보완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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