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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논단

농산물 유통개선대책의 성공요인

2013.06.10
4774
공공누리 제 4유형:출처표시+상업적 이용금지+변경금지
기고자
권승구
농경나눔터 농정시선 |  2013년 6월호 
권 승 구 (동국대학교 식품산업관리학과 교수)



새 정부 들어 농산물유통개선문제가 중요한 농업정책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지난 5월 27일 유통의 3대 과제(높은 유통비용, 큰 가격변동성, 산지-소비지 가격 비 연동) 해결을 위한 농산물 유통생태계 조성이라는 방향으로 농산물 유통개선대책을 발표하였다.

 

 핵심 내용으로는, 첫째, 도매시장 운영 효율성 제고, 둘째, 농산물 직거래 확대, 셋째, 생산자단체를 활용한 농축산물 유통계열화, 넷째, 합의에 의한 농산물 수급관리 체계화이다.

 

유통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다만 제도 및 정책 시행에 앞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중요한 측면은 지난 20여 년간 유통단계 축소, 직거래 활성화 등의 농산물 유통개혁대책이 강력하게 시행되었지만 동일한 내용의 정책적 과제가 주요한 유통개선대책으로 다시 대두되는 점이며 이에 대한 반성은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사실 그동안의 농산물유통개선대책은 소비자의 물가불안 심리 해소라는 측면에만 지나치게 집중한 나머지, 유통환경 변화에 대응한 보다 구체화된 대책이나 방안의 도출보다는 직거래나 유통단계 축소 등을 농산물 유통문제 해결의 만능열쇠로 치부해온 측면이 많았다. 이는 결국 유통의 기능과 역할, 주류 유통과 보완적 유통의 활성화라는 측면에서 정책적 혼선을 낳게 되고, 부분적으로는 농산물 유통정책상의 오해와 혼란을 가져오게 된 주요 요인이 되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과거의 우를 지양하고 현 정부의 농산물 유통구조개선정책이 성공적인 정책으로 수행되어 나가기 위해서는 첫째, 소비자 불안 심리 안정 효과를 위한 단기적인 처방으로서의 물가안정과 유통개선대책이라는 도식에서 탈피할 필요가 있다. 먹을거리의 소비 비중은 과거 신선식품(농산물)이 다수의 비중을 차지하는 구조에서 가공식품이 다수의 비중을 차지하는 구조로 이미 큰 변화를 보이고 있다. 이는 농산물가격이 소비자 생계에 미치는 영향은 점차적으로 감소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특히 농산물가격이 물가를 선도하고 있지 않다는 것은 이미 많은 전문가들에 의해 지적되고 있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유통단계만 축소되면 모든 문제는 해결된다는 생각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 유통 단계 축소 문제는 원론적으로 매우 타당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기능과 역할이 현실적으로 엄연히 존재하는 유통 단계를 억지로 축소하려 하면 투명하게 진행되던 거래가 수면 아래로 잠복하여 오히려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불이익을 가져오게 될 우려가 높다는 사실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오히려 부류별 또는 품목별로 유통구조가 유사한 상품들에 대한 유통실태 분석을 통해 단계별로 불필요하게 발생되고 있는 거품이 무엇인지, 거품을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는지에 대한 분석과 처방이 필요하다.

 

 셋째, 농산물가격의 특징은 원래 약간의 불안정성을 동반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이론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농산물을 제외한 대부분의 상품은 원가에 의해 가격이 결정된 상태로 시장에 나오는 '사전결정가격'이지만, 농산물은 시장에 나와 수급을 반영하여 가격이 결정되는 '사후결정가격'이기 때문에 공산품처럼 고정된 가격보다는 수급에 따라 가격이 변동될 수밖에 없다는 이론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유통주체의 규모화·다양화·전문화 필요

 

 넷째, 주류유통과 보완적 유통의 장점과 한계를 명확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 유통 현실이 다양화되고 있다는 측면을 고려한다면, 보완적 유통으로서의 직거래, 생협유통, 로컬 푸드 등의 다양한 거래 방식이 도입·활성화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중요하고 바람직하다. 선도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산지의 입장과 이미 변화해버린 소비지의 입장을 반영해 유통환경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경쟁력을 제고시킬 수 있는 방안의 모색이 매우 필요한 시점이다. 따라서 소비지의 변화 양상에 대해 시장이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정가·수의매매의 도입과 더불어 시장 내 유통주체의 규모화·다양화·전문화를 동시에 유인해 나가야 할 것이다.

 

 다섯째, 소비자의 니즈가 보다 다양해지면서 포장, 물류, 안전성, 고품질 생산 등 오히려 유통 비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임에도 이에 대한 고려 없이 무조건 유통 비용을 감소시키는 것이 능사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과거 생산자 희생을 전제로 한 농업정책과 하등의 차이가 없게 될 것이다. 특히 비료, 농약, 농기계, 기타 농자재, 석유 등 생산을 위한 원자재 가격의 상승은 농산물 원가 및 가격을 상승시키는 주요 요인의 하나가 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농산물 비용 감소를 통한 저가 공급 체계에는 한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할 수 있다.    

 

 여섯째, 생산자와 소비자의 소통의 장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물가문제에 대한 소비자의 막연한 불안 심리는 농업생산과정과 농업에 대한 이해 부족 및 일부 언론의 지나친 비전문적 선정성 기사에 의해 촉발된 바 크다. 따라서 생산자와 소비자의 소통의 장을 활성화한다는 차원에서 도시농업의 활성화와 소비자 교육, 소비자의 농촌 견학 및 자매결연, 초중고생들의 농촌 견학 및 봉사활동 등의 도농 상생 프로그램 활성화도 매우 바람직하고 시의적절한 정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실질적인 유통단계 축소와 다양한 유통거래 활성화 실현의 필요충분조건은 농민들에 의한 자발적인 산지의 조직화이다. 우리나라 농산물 유통의 가장 큰 문제는 산지와 도매단계 그리고 소비지의 발전 속도와 수준이 매우 상이하여, 이에 대한 산지와 도매단계의 대응 능력이 아직은 미흡하다는 점이다. 2000년 이후 정부와 농협을 중심으로 한 산지조직화 사업의 양적 확산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보면, 이를 바탕으로 조직화율을 제고시켜 나가는 질적 확산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특히 그러한 의미에서 산지 농민의 구심체로서의 농협의 자기 혁신적 기능과 역할 조정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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