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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논단

공동화 위기 심화 속에서 농촌 지역개발이 갈 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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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누리 제 4유형:출처표시+상업적 이용금지+변경금지
기고자
성주인

한국농어민신문 기고 | 2025년 3월 21일
성 주 인(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통계청 총조사인구 기준으로 2023년에 인구 2000명 미만인 읍‧면은 전체의 27.9%인 392개로 집계된다. 2020년에는 전체 읍‧면의 25.2%가 2000에 미달했으니, 3년 새 3%p 가까이 그 비율이 늘었다. 2000명이라는 값이 어떤 절대적인 의미를 갖지는 않는다. 하지만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집계에 의하면, 식당, 이·미용실, 세탁소, 목욕탕 같은 필수 생활시설들이 폐업하여 읍‧면에 더 이상 남지 않게 되는 기준점이 대략 인구 2000명 선이다.


농촌의 초고령화 추세를 감안할 때 앞으로 이런 상황에 처하는 읍‧면은 계속 늘어날 것이다. 국가적인 인구 감소 상황까지 겹쳐 과소화 읍‧면에 대한 공공 투자 축소의 목소리가 힘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최근 행정안전부를 중심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 ‘읍·면·동 효율화’나 읍·면 행정구역 통합 논리도 가시화될 수 있다.


필수 생활시설 유지가 힘든 규모로 인구가 줄어든다고 지역 전체의 존폐까지 거론되는 것은 경계하고자 한다. 행정구역 크기를 일정한 임계인구 규모 위로 키운다고 농촌 주민들의 생활서비스 이용 여건이 절로 나아질 리는 만무하다. 국토의 90%를 차지하는 농촌에서 아예 물러나고 철수할 게 아니라면, 생활서비스 공백을 메우고 농촌을 유지하는 일에 지역 주민과 이해관계자들이 나서도록 돕는 것이 순서다.


이와 관련해서 일본 교토부 중산간지역에 위치한 미야마정(美山町)의 사례가 참고가 된다. 2016년에 미야마정에 속한 두 개의 지구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각각 10여 개의 마을로 이루어진 곳이었다. 지구당 인구가 800명 정도로 우리 면보다 작은 규모이며, 두 곳 모두 정부 정책 대상인 ‘작은 거점’에 해당한다. 중심마을과 배후마을을 아우르는 지역공동체 조직인 ‘진흥회’가 각각 구성되어 있는데, 주민들을 위한 운송 서비스, 구매 대행, 관광 및 도농 교류, 경제사업, 문화 활동 등이 이 조직을 구심으로 해서 진행된다. 고령화·과소화가 심각한 중산간지역 문제에 주민 조직이 중심이 되어 대응하려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일본의 경험을 곧바로 우리 농촌에 대입할 수는 없지만, 앞으로 농촌 지역개발정책 추진 시 되새겨볼 시사점을 찾을 수 있다. 첫째, 농촌 공동화 문제를 정면으로 헤쳐갈 지역공동체 조직을 새롭게 육성하는 일이다. 현재 우리 농촌에서 시행되는 가장 대표적인 정책사업은 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이다. 큰 규모의 예산을 투입하여 읍·면 소재지의 거점시설을 조성하는 실적을 거둔 데 비해 사업 완료 후 지속적으로 활동할 지역공동체 조직을 만들어내는 일에는 눈에 띌 성과를 거두지 못하였다. 일회적으로 사업이 끝나지 않도록 일본 미야마정의 진흥회 같은 지속성 있는 주민 조직을 육성하는 데 더 많은 자원이 투입돼야 할 것이다.


둘째, 농촌 공동화 문제 대응을 위해 지역사회 차원에서 추진할 일은 다방면에 걸쳐 있다. 경제사업, 생활서비스, 문화, 복지, 도농 교류, 인적 자원 유치·육성 등 다양한 영역을 아우르는 활동들을 지역공동체 조직이 행정의 도움을 받아 진행하는 모습을 일본 사례에서 볼 수 있었다. 반면 우리의 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은 문화·복지를 중심으로 한 생활서비스 제공 시설 조성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 경제활동 및 창업, 주거, 문화관광, 환경·경관 보전 등 농촌재생을 위한 다양한 분야의 활동을 지원하도록 사업 분야를 확장할 필요가 있다.


셋째, 그러자면 읍·면 소재지의 특정 구역을 정해 점 단위 시설을 조성하도록 유도했던 일반농산어촌사업 방식도 변화가 요구된다. 지금까지는 서비스 시설 이용 중심지와 배후지역이라는 이분법 하에서 사업을 실행했다. 앞으로는 소재지에만 한정하지 않고 지역사회 구성원들의 다양한 활동 공간이 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의 무대가 돼야 할 것이다. 지역 내에 분포하는 여러 자원과 기존 시설 등이 사업을 통해 연계될 때 농촌재생의 시너지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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