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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논단
저성장시대, 체력보강과 환골탈태 절실한 농업분야

농민신문 기고 | 2025년 2월 16일 | |
김 병 률(한국농촌경제연구원 명예선임연구위원) |
요즘 우리는 ‘전쟁 같은 세상’에 살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비롯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사태에다 중남미와 아프리카 국가들의 내전 등 실제 전쟁이 진행 중이다. 여기에 ‘퍼스트 아메리카’를 부르짖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은 자유무역주의 세계를 보호무역주의로 몰아가는 ‘무역전쟁’을 촉발했다.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리스크 팽창 시대’가 된 것이다.
지금 우리는 어떤가. 최근의 정치적 분열상과 경제적 어려움은 1998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보다 더한 위기 상황으로 치달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치와 국민정서의 분열상과 갈등으로 국민적인 공유의식과 공존의식이 상실돼가는 양상이다. 지난해 소매 성장률이 마이너스 2%라는 언론 보도를 봤다. ‘소확행’이라는 유행어를 만들어낼 정도로 한번쯤 ‘멋진 소비’를 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사치재 수요가 줄어들었을 뿐 아니라 필수재인 먹거리도 소비가 줄고 가성비를 따지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우리 농업은 어떤 상황인가. 농업(재배업과 축산업)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2005년 24조원에서 2015년 30조원까지 크게 높아졌으나 이를 기점으로 하향세를 긋기 시작해 2023년 27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더군다나 이상기후 빈발로 농산물의 생산·공급과 가격 불안정이 깊어져 정부가 농산물 수입을 확대하고 소비자가격 보조까지 하는 형국이다.
70세 이상 농업경영주 비율이 2023년 48%로 20년 전 21%에 비해 급속히 높아져 농업인력 고령화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자가노동 투입이 한계에 달하고, 외국인 인력 수급과 인건비 부담도 커진 데다 농약·비료·농자재 등 영농비 상승으로 경영비는 오르고 있다.
반면 농산물가격은 안정적으로 상승하지 않는 ‘농가교역조건 악화’로 인해 농민의 농업소득은 좀처럼 나아지기 어렵고, 정부의 보조금 등 이전소득과 농외소득 의존도는 점점 커지는 기형적인 농가소득구조가 됐다. 그런데 정부 보조금에 의존적이고 정책에 의존적인 농업부문의 주장은 저성장시대에 절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런 만큼 이제는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진 농업의 기초체력을 다지고 환골탈태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농업 생산에서 노동력 투입을 최대한 줄이는 기계화와 스마트화가 가속돼야 한다. 외국인 노동력 의존도를 과감히 낮추고 국내 노동력을 농업비즈니스에 끌어들여 농업의 산업화와 기업화를 추구해야 한다. 특히 집중적인 세대교체와 청장년 취업·창업농에게 역점을 두는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
농업 생산과 판매에서 규모화와 거래 교섭력의 한계가 분명한 개별 활동을 벗어버리고, 들녘경영·집락영농·마을영농 등 법인경영 공동 생산체제와 농협의 적극적 역할·협력이 절실히 요청된다. 농산물 유통도 대형 소매유통기업집단들이 농산물 유통을 좌지우지하지 못하도록 견제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정부는 대형 유통업체를 견제하지 못하고 도매시장 흔들기 정책에만 올인하고 있어 아쉬움이 크다. 출하농민들의 농산물 판매를 대리해 경매 등에서 가급적 높은 가격을 유도하고 수수료를 받는 도매시스템은 농민들에게 혜택을 주는 시스템이다. 도매시장에서 가격 주도력과 집중도가 크면 클수록 농민에게 유리하고 거래 교섭력도 발휘할 수 있다. 일본의 농산물시장을 보라. 저성장시대에 진정 농민을 위한 정책을 숙고해 추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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