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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논단

농촌공간계획, 지역의 미래를 준비하는 출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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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성주인

한국농어민신문 기고 | 2025년 2월 7일
성 주 인(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24년 3월부터 시행된 ‘농촌공간 재구조화 및 재생지원에 관한 법률’(약칭 농촌공간재구조화법)에 의거하는 농촌공간계획 제도가 시행 2년을 맞고 있다. 올해는 이 법률에 의거하여 전국 지자체들이 일제히 시·군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일정을 앞두고 있다.


농촌공간계획 제도 도입은 농촌정책 분야에 몸담은 전문가, 정책 담당자들의 오랜 숙원이었다. 당연히 법률 시행에 따른 기대감이 크다. 도시에서 도시계획을 세우는 것처럼 이제 농촌에서도 농촌공간계획을 수립하게 되었다. 농촌 지역개발사업, 농촌협약 등이 분명한 법적 근거를 갖게 되었다. 농촌특화지구라는 이름으로 농촌 특성을 살린 토지이용계획 제도를 운영할 수단이 마련되면서 농촌 마을의 난개발 문제에 대응하여 계획적인 공간 정비를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정책 담당자들의 이런 기대에 견주어 현장에서 제도를 바라보는 시각에는 뚜렷한 온도 차가 느껴진다. 지자체들의 경우는 중앙정부 사업을 지원받는 것을 우선 목표로 농촌공간계획을 수립하는 경향이 지배적이다. 계획 수립에 수억 원의 지방비를 투입할 때는 그에 상응해서 얻는 게 있어야 한다는 계산이다. 또는 법률에 의거해서 의무적으로 계획을 수립하라고 하니 수동적으로 따르는 지자체들도 있을 것이다. 농촌 주민들 다수는 농촌공간계획 제도 자체에 대해 알지 못하거나 알더라도 행정에서 수립하는 계획이라 자신과는 별 상관없는 일로 여기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제도 도입으로 불필요한 규제만 생기는 게 아닌가 우려하는 모습도 보인다.


농촌공간재구조화법에 제시된 법정계획 요건과 절차 그리고 중앙정부의 계획 수립지침과 추진 일정을 지자체에서 맞추어가면서 지역사회 구성원들의 충분한 논의 과정을 함께 이끌어내는 것도 쉽지 않다. 지자체 담당 부서의 인력이 한정되어 있고 계획서 작성에도 전문성이 요구되는바, 이 분야에 경험을 지닌 용역회사에 계획 수립 업무를 위탁할 수밖에 없다. 농촌공간계획을 세운다고 무엇이 달라지는지 일선 주민들이 쉽사리 체감 못하는 이유이다.


우리는 여기서 농촌에 계획이 왜 필요한지 짚어봐야 한다. 계획이란 우리가 바라는 미래 모습을 그리고 그것을 달성할 수단을 찾는 작업이다. 자신이 사는 지역이 당면한 문제가 무언지 찾아내고 그 해법을 도출하는 과정이다. 이는 전문가나 행정 담당자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주민을 비롯한 지역의 이해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는 일들도 계획 과정에서 빠질 수 없는 부분이다.


특히나 농촌의 장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높고 심지어 소멸 위기까지 얘기되는 최근 상황에서 계획을 통해 위기에 대응하고 미래를 적극적으로 만들어가는 지역민들의 노력은 그만큼 더 절실하다. 머지않아 폐교 위기에 처한 농촌 학교를 살리도록 학령기 자녀를 둔 젊은 사람을 유치하고 지역에 정착하게 돕는 일, 빈집이나 폐건물이 방치되어 퇴락해가는 마을 환경을 개선하여 장래에도 사람이 살고 싶은 곳으로 유지하는 일, 노인이 절대다수인 농촌 지역사회를 앞으로 10~20년 후에 이끌어갈 인적 자원을 찾는 일이 모두 미래 농촌을 위해 지금 당장 준비해나가야 할 과제이다.


올해 전국적으로 수립될 시·군 농촌공간계획에서 이런 다양한 문제와 해법을 모두 담아내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농촌공간계획 수립을 출발점으로 하여 몇몇 곳에서라도 주민들이 지역이 처한 문제와 장래 비전, 해결 과제들을 지속적으로 논의하는 계기가 만들어진다면 본 제도가 성공적으로 첫발을 내딛은 걸로 평가할 수 있겠다. 사실 그동안 우리 농촌에서는 눈앞에 있는 사업을 유치하고 예산을 확보하는 데만 집중하면서 정작 주민들이 지역사회의 앞날을 헤아리고 준비하는 계획 과정을 촉발시키는 일은 등한시하였다. 시·군 단위 법정계획 수립과 병행해서, 정부와 지자체는 마을, 읍·면 등 일상생활 터전을 무대로 주민들이 참여하는 상향식 계획 수립 활동이 이루어지도록 유도하고 지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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