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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논단

농촌 경로당을 주거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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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누리 제 4유형:출처표시+상업적 이용금지+변경금지
기고자
조미형
KREI 논단| 2013년 3월 5일
조 미 형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우리나라는 2010년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14.3%를 넘어섰으며, 농촌 지역에서는 20%를 넘었다. 초고령사회가 되어버린 것이다. 「2011년 노인실태 조사」에 의하면, 읍·면부 거주 노인들(23.9%)이 동부(17.6%)에 비해 단독가구 비율이 높고, 주거환경도 더 불편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9.2%의 노인이 우울증상을 경험하고, 11.2%의 노인이 자살을 생각해 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으며, 노인빈곤율과 노인자살율이 세계 1위(OECD 통계)를 차지하는 등 각종 통계 수치들이 노인 문제가 심각함을 보여주고 있다.

 

  농촌 노인들은 평생 고된 농사일과 가족 뒷바라지를 했지만, 정작 나이 들어 병들고 아픈 몸으로 가진 것 없이 혼자 남겨졌다. 하루 종일 혼자 집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면, 현재 자신의 처지와 지난 시간들에 대한 회한이 밀려올 것이다. 이야기 나눌 사람도 없고, 홀로 하는 식사는 거르거나 대충 때우기 십상이다. 부모 봉양은 자식의 당연한 도리로 여기며 살아온 분들이 이렇듯 홀로 지내며 느끼는 공허함은 우울증으로 이어지고 있다.

 

  노인들은 이제까지 살아온 집에서 계속 거주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다. 거주기간이 길수록 애착이 더욱 강하여 다른 곳으로 떠나고 싶어하지 않는다. 특히 농촌 노인들은 한 곳에서 오랜 기간 거주한 경향이 있으며, 평생 살아온 마을이나 주택에서 이웃들과 더불어 여생을 마무리하기를 바란다. 친숙한 환경에서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얻는 노인의 특성상 거주하는 주택이 노후하고 불편하더라도 익숙해 한다.

  

  이러한 노인의 특성과 농촌 지역의 특성을 반영하여 노인들의 경제적 어려움과 고독을 해소하기 위해 독거노인들끼리 모여 사는 공동생활가정이 관심을 끌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2006년부터 운영해 온 전북 김제시 어울림생활가정「그룹-홈」이 있다. 기존 경로당 시설을 리모델링하거나 신축하여 공동숙식 공간을 조성하였다. 주간에는 경로당, 야간에는 공동숙박시설로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고 있다. 도시와 달리 농촌은 한 동네에서 오랜 세월 이웃으로 살아오면서 친밀감이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한 모델이다. 공동취침이 다소 불편해도 냉난방이 제대로 안 되는 집에서 혼자 잠자는 것보다 만족도가 높았으며, 홀로 하는 식사의 외로움이 해소되었다. 함께 모여서 이야기도 나누고, 가끔 영화감상도 하는 등 무료했던 시간을 즐겁게 보내고 있다. 또한 건강에 대한 욕구와 관심을 충족시켜 줄 수 있는 건강체조, 물리치료·마사지, 검진 등이 제공되고 있다.

 

  ‘경로당 그룹-홈’ 모델을 확대 적용하기 위해서는 이용하는 노인들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부분 낡고 노후했을지라도 본인의 주택은 따로 있었다. 그룹-홈에서 이웃들과 숙식을 함께 하지만, 각자의 집에 자주 가서 청소하고, 세탁이나 음식을 장만해서 갖고 와서 나눠 먹었다. 명절이나 가족행사에 가족들이 모이는 장소로 집은 그대로 건사하고 있었다. 즉 집을 돌볼 수 있을 정도로 일상생활이 가능한 노인들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에게 그룹-홈이 집으로 인식되고 있을지 생각해 봐야 한다. 자가 소유 노인과 거주 공간을 따로 갖지 못한 노인의 경로당 그룹-홈에 대한 욕구는 다를 것이다.

 

  새로운 정책을 설계할 때, 수혜대상을 누구로 할 것인지, 어떤 서비스를 누구에 의해 제공할 것인지, 필요한 재정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고려되어야 한다. 우선, 수혜대상 설정 시 목표대상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농촌 노인’을 하나의 범주로 이해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예를 들면, 여가복지시설을 주로 이용하는 노인, 재가노인복지서비스가 필요한 노인, 시설 입소 노인 등 소득수준, 건강상태, 가족 부양 등에 따라 필요로 하는 서비스가 다르다. 경로당 그룹-홈은 대상을 누구로 설정해야 할 것인가? 마을마다 설치되어 있는 경로당의 접근성을 감안하더라도 집 밖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나 시설 입소 노인은 이용이 어려울 것이다. 여가복지시설을 주로 이용하는 노인들이 될 것이다.

 

  다음으로 경로당에 함께 모여 음식을 나누어 먹고, 이야기 나누며 놀다가 함께 잠드는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추가하는 것이다. 또한 현행 경로당에 여가복지기능을 강화하고, 특히 70~80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한 건강관리 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지역사회 복지관, 보건소·지소, 의료기관, 건강보험공단 등 노인 관련 서비스가 제공되는 기관들 간의 연계체계가 구축되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경로당은 2005년 지방이양 이후 지자체 재정으로 운영되고 있다. 농촌형 노인복지시설로서 ‘경로당 그룹-홈(가칭)’이 새로운 시설유형으로 자리매김하도록 농림수산식품부에서 제도적·재정적 지원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사회복지서비스는 지역사회 주민의 욕구나 당면한 문제에서 출발하여야 한다. 현재를 살아가는 데 있어 충족되어야 할 욕구가 무엇인지 해결되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자원은 무엇인지,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를 고려한다. 그런 의미에서 경로당 그룹-홈 모델이 농촌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욕구에 기반하여 지역적 상황과 특성이 반영된 정책으로서 실현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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