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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논단

황금알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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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누리 제 4유형:출처표시+상업적 이용금지+변경금지
기고자
김성훈
농민신문 기고| 2009년 9월 7일
김 성 훈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최근 막걸리 열풍이 드세다. 신문은 물론, 방송까지 막걸리에 대한 특집 프로그램을 제작·방송하고, 주무부처인 농식품부도 막걸리 산업 활성화를 위해 관련 정책을 내놓고 있다. 허름한 선술집이나 학생들 행사 때에 간간이 보이던 막걸리가 호텔 고급식당은 물론 골프장에까지 등장하고 있다니 반갑다. 막걸리가 이렇게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은 바로 얼마 전의 일이다. 그야말로, 미운오리새끼 취급을 받던 막걸리가 화려한 백조로 돌아온 것이다.

 

그런데 이런 막걸리를 미운오리로 전락시킨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이기에 씁쓸하다. 전통적인 농주로 농업인과 도시 서민들의 전폭적인 사랑을 받아 왔던 막걸리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옛날에는 양조장을 운영하면 지역 유지 대접을 받을 정도였다. 그러나 이 거위의 배를 가르는 어리석음을 저지른 사람들이 막걸리를 망쳤다.

 

1960년대 초 쌀 부족으로 쌀 막걸리 제조를 금지하고 원조 받은 밀가루를 가지고 막걸리를 만들게 한 것은 시대적 상황이었다고 하더라도, 막걸리를 빨리 만들어 팔기 위해 카바이드를 사용해 미숙성 상태로 제조한 막걸리가 시중에 많이 풀렸다. 이렇게 속성 제조된 막걸리는 두통이나 배탈 등을 유발함으로써 대중들이 막걸리를 기피하도록 만들었다. 이후 막걸리는 우리의 관심에서 멀어져 관광지 식당이나 파전집 등에서 그 명맥을 유지해 왔다.

 

이렇게 생산자들의 욕심에 의해 고유한 가치를 잃어버리고 사장됐던 우리의 먹을거리는 비단 막걸리뿐만이 아닐 것이다. 농산물품질관리원, 식품의약품안전청, 소비자단체 등에 의해 연례행사처럼 고발 당하는 불량·부정 식품에는 대부분 생산량을 늘리거나 원가를 절감해 추가 이윤을 취하려는 욕심이 깔려 있다.

 

농업인들도 여기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과일을 상자에 포장할 때 상단에는 알이 굵고 좋은 것을 올리고 그 아랫단에는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을 넣는 ‘속박이’는 많이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애교로 봐 주기에 무리가 있을 정도로 근절되지 않고 있다. 또 특정 지역에서 생산되지 않은 한우 고기까지 동일한 브랜드로 속여 높은 가격에 판매하다 전국적인 망신을 산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먹을거리, 즉 식품은 공산품과 달리 소비자가 구매하기 전에는 맛을 비롯한 품질을 제대로 가늠할 수 없는 상품이다. 흔히 말하듯 “먹어 봐야 ×인지 된장인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품은 생산자와 소비자간의 신뢰 구축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한번 ×맛을 본 소비자는 두번 다시 그쪽에 손을 대려고 하지 않을 것이고, 그런 내용을 주위에 퍼뜨린다. 이른바 부정적인 ‘입소문’이 생기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소비자의 꾸준한 신뢰와 사랑을 받을 수 있는가.

 

무엇보다도 양심적으로 먹을거리를 생산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서로간에 감시와 독려를 해야 한다. 눈 한번 찔끔 감으면 당장 돈이 조금 더 들어올지 몰라도, 결과적으로는 자기 자신을 포함한 해당 작목반과 그 지역 농가 전체에게 큰 손해가 발생함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자신의 논이나 밭에서 하루 한알씩 황금알을 낳아 주는 거위의 배를 가르기 보다는 그 황금알이 보다 많은 가치를 소비자로부터 인정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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