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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시장, 자주적 시장도매인제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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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병률

농민신문 기고 | 2024년 5월 10일
김 병 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명예선임연구위원)


정부는 1985년 서울 가락시장 건설을 시작으로 전국 주요 거점도시에 순차적으로 공영 도매시장을 건설해 개장·운영했다. 2004년엔 32번째 공영 도매시장(화훼류 제외)인 서울 강서농산물도매시장이 건설됐다. 마지막 공영 도매시장인 셈이다.


강서시장은 기존의 도매시장과 남다른 점이 있다. 경매제와 시장도매인제 등 성격이 다른 두개의 도매유통 거래제도가 병존하는, 일종의 ‘복합거래 도매시장’이다.

시장도매인제 시장은 미국·유럽의 도매상제 시장 형태를 본떠 만든 시장으로, ‘도매상’을 ‘시장도매인’으로 명칭을 변경해 사용했다.


강서시장에 개설한 시장도매인제 시장은 정부가 거래방식을 다양화하는 차원에서 1988년 유통개혁대책을 세우고 2000년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을 전면 개정하면서, 개정된 ‘농안법’에 따라 신설한 강서시장에 ‘시범사업’으로 도입한 상대매매 시장이다.

경매를 하지 않고 시장도매인이 산지 농민·유통인이 출하하는 농산물을 매수해 소비지 소매점·요식업체 등에 판매하는, 수집과 분산을 모두 수행하는 곳이다.

강서시장의 시장도매인제 시장은 필자가 서울 영등포구의 유사 도매시장 위탁상인들을 4명씩 묶어 법인화한 뒤 54개 시장도매법인을 경매제 시장 옆에 구획해 미국식 ‘일자형’ 도매시설을 만들어 입주하도록 제안한 바 있다.


영등포시장의 과일도매상이 채소도매상보다 규모가 커서 시장도매인에 과일 비중이 컸고, 채소상인은 비교적 영세해 주로 경매제 시장 중도매인으로 허가를 받아 도매유통을 했다. 필자의 당초 의도는 미국 수준이 아니라도 유럽 도매시장의 도매상 수준을 갖춘 도매상제를 육성해 새로운 도매 모델을 만들어보자는 것이었다.

두개의 시장인 강서시장이 개장 20주년을 맞았다. 우여곡절도 많았고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경매제 시장엔 민간법인 2개와 농협공판장 등 3개 도매법인이 해당 중도매인들과 함께 경매 중심의 도매유통을 한다.


또한 도로 건너편에서 60여개 시장도매인법인이 상대매매 중심의 도매유통을 하면서 강서시장은 전체적으로 연간 1조원이 넘는 거래로 가락시장에 이어 두번째 큰 도매시장이 됐다. 현재 강서시장은 시장도매인제 거래규모가 경매제보다 많아, 경매제 시장이 상대적으로 위축된 형국이다.

외형상 성장한 모양새를 보이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법적으로 완전히 분리된 운영을 해야 하나 길 건너 중도매인과 시장도매인이 상호 거래하고 시장간 견제도 심하다.


미국·유럽처럼 매수 위주의 시장도매인 상행위를 목적으로 도입됐지만, 2022년 기준 위탁거래가 53%, 매수거래는 47%로 20년이 지나도 위탁도매상을 벗어나지 못했다.


수입 과일의 취급 비중이 30%를 넘어 일반 도매시장(10% 미만)에 비해 외국산 의존성이 높다. 출하농가와의 거래는 물론 소매업체와의 거래에서도 가격 투명성이 낮고 거래 정보가 다분히 폐쇄적이다.


별도의 독립적 가격 결정이 이뤄지기보다 경매제 시장 가격과 연동돼 경매제 시장 의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최근 시장도매인들이 출하자 대금결제 안정을 위해서 대금정산조직 설립을 검토하는 것은 발전적인 노력이다.


시장도매인제 시장이 미국·유럽 같은 도매상제 시장 운영에 버금가는 모델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시장도매인 규모를 키우고, 출하농민 대상의 위탁판매에서 벗어나 매수 중심으로 집중하고 거래 가격 투명성을 높여 자주적 시장도매인제 시장으로 발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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