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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곡소비량 통계 정확성 높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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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한두봉

농민신문 기고 | 2024년 3월 11일
한 두 봉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원장)


매년 발표하는 양곡소비량 조사는 양곡정책 수립에 핵심적인 기초 자료로 활용된다. 전 국민의 양곡 소비량과 재고량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통계이기 때문이다. 지난 몇년간 정부의 쌀 시장격리 물량은 줄어들지 않았다. 쌀이 시장에서 충분히 소비되지 않으며, 소비량이 실제보다 많게 조사된다는 우려도 크다. 양곡소비량 조사의 정확성에 대한 객관적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양곡소비량 조사는 몇가지 한계가 있다. 첫째, 표본 대표성의 한계이다. 조사 대상은 총 1400가구로 우리나라 전체 가구수의 0.01%에도 미치지 못한다. 쌀 소비는 가구의 소득 수준, 거주 지역, 가구원의 수, 연령과 성별에 따라 크게 변동한다. 가구 특성에 따른 다양한 분석을 지원하고, 통계적 대표성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가구를 조사할 필요가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식품소비행태조사’가 3000가구 이상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이유다.


둘째, 표본을 자주 변경하다보니 시간에 따른 양곡소비량의 변화를 분석하는 데 한계가 있다. 1998년 농림부에서 통계청으로 조사를 이관한 후 모두 다섯차례의 표본 개편이 이뤄졌다. 표본에 따라 농가 비중은 2013년 36%에서 2018년 56%로 증가했다가 2023년에는 다시 36%로 낮아지는 등 변동이 심하다. 동일한 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하지는 못하더라도, 표본의 속성이 동일해야 일관된 결과를 얻을 수 있고 연도간 비교도 가능하다. 표본의 속성이 일관되어야 양곡정책의 기초 자료로서 기여도를 높일 수 있다.


셋째, 가구에서 섭취하는 쌀 소비량을 조사할 때 다양한 오차 가능성이 존재한다. 매달 응답자가 스스로 기재하는 방식으로 월초 재고량, 당월 쌀 구입량, 월말 재고량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 물량에 대한 응답자의 인지력과 부정확한 기억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농가의 쌀 소비량 조사에서 해당 월의 수확량, 도정량, 판매량, 증여량을 본인이 조사표에 기재하기 때문에 다양한 측정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넷째, 국민 식생활의 절반을 차지하는 외식부문에서 양곡소비량이 정확하게 파악되지 못한다. 양곡소비량 조사에서는 외식한 횟수를 조사하고, 가정 내 양곡소비량과 외식할 때 소비량이 동일하다는 전제 아래 외식부문의 양곡소비량을 추계한다. 소비자는 외식을 할 때 쌀 소비가 적은데도 집밥과 같은 양의 쌀을 섭취한다고 가정한다. 외식부문에서 쌀 소비량이 과다하게 추계될 가능성이 높다.


다섯째, 양곡소비량 조사와 관련 통계를 비교한 검증이 이루어지지 못한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는 쌀 지출액 정보가 있다. 쌀 지출액을 가격으로 나눠 소비량을 추정할 수 있다. 질병관리청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도 매년 약 5000가구를 대상으로 농식품 섭취량을 조사해 쌀 섭취량을 확인할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외식업체 식재료 구매현황 조사’와 ‘식품산업 원료소비 실태조사’도 산업부문의 양곡소비량을 점검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한다. 양곡소비량 조사를 정확하게 추계하기 위해서는 가용한 통계를 최대한 활용한 다각도 검증이 요구된다.


우리나라 농업에서 쌀이 차지하는 중요성을 감안, 만성적인 쌀 공급과잉 문제를 해결하려면 양곡소비량 조사의 한계를 진단하고 개선해야 한다. 쌀 공급과잉과 시장격리에 따른 정치사회적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통계를 바탕으로 양곡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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