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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절벽, 농촌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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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박준기

한국일보 기고 | 2023년 7월 28일
박 준 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농촌은 고령화와 인구수 감소로 민간 주도 의료시장에서 의료 서비스의 공백이 점차 커지고 있다. 바람직한 의료 서비스란 사람들이 필요로 할 때 접근할 수 있고, 경제력이나 사회적 지위를 막론하고 형평성 있게 공급되며, 양질의 진료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농촌은 의료 서비스의 시의성, 형평성, 품질 측면에서 점차 소외되고 있다.


농촌 주민은 고령자 비율이 높고, 농업 특성상 몸을 쓰는 노동으로 신체적 고통에 노출되어 있다. 더불어 넓은 지역에 분산 거주하여 진료 및 치료를 위해 의료기관을 찾아 원거리를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 농촌진흥청 조사 결과, 의료기관까지의 이동시간이 도시민은 평균 15분이지만, 농촌 주민은 평균 23.9분으로 나타났다. 농촌지역 독거노인의 59.5%가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어서 상급병원을 이용하려면 접근성은 더 떨어진다. 환자 혹은 의료인의 필요에도 불구하고,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거나 지연되는 미충족 의료수요도 높다.


농촌 주민의 의료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양질의 의료 서비스 제공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하는 이유다. 우선 의료 서비스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해야 하는데, 일부 눈여겨볼 사례가 있다. 전형적 농업 지역인 곡성군은 근골격계 관련 만성 질환자의 지역 내 치료를 목적으로 지자체 차원에서 농업인재활센터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다. 농업인재활센터는 5일장 옆에 위치하도록 하여 군지역 주민들이 대중교통으로 쉽게 접근하도록 배려했다. 이곳에서 진료와 재활은 물론, 보건의료원과 연계하여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한 고령자와 교통 취약자를 위해 찾아가는 의료 서비스, 즉 방문 의료도 의료 사각지대 해소의 한 방안이다. 경기 양평군은 '달리는 행복나눔 이웃들' 사업을 통해 농촌 마을을 직접 방문하여 보건·복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의료 서비스 접근성이 떨어지는 마을을 선정하여 주 2회 마을을 찾아가 건강검진 등 열여섯 가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건강상 문제가 발견되면 지역 내 병원 등과 연계해 적절한 치료와 건강관리를 받도록 한다.


더불어 비대면 진료 확대는 농촌의 의료 접근성은 물론, 편의성 제고와 선택권 존중 측면에서 필요한 접근방식이다. 비대면 진료는 코로나19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한시적으로 허용하여 상당한 호응을 얻었다. 특히 농촌이나 섬 등 의료기관이 크게 부족하거나 이동시간이 오래 걸리는 지역, 거동이 불편한 환자나 장애인에 대한 비대면 진료 확대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보건복지부에서도 비대면 진료의 실효성을 인식하고, 시범사업 추진방안을 마련하여 발표하였다.


농촌이나 섬 등 의료취약지역 최소화는 건강한 사회 실현을 위한 필수요건이다. 의료기관과 환자 간 시간적·물리적 차이를 완화해 의료취약지역을 해소하려는 많은 시도가 있지만 아직은 부족한 실정이다. 관행적 의료 서비스 공급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방문 의료와 비대면 진료의 확대와 연계, 관련 의료기관·지자체 간 협력 등 새로운 방식을 도입하고, 이 방식들이 실효성을 갖도록 경제적 인센티브 방안과 제도 정비가 뒷받침돼야 한다. 농촌지역에서 의료 서비스가 원활하게 이루어질 때 농촌은 내일이 기대되는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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