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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사랑기부금, 농촌 발전의 마중물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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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홍상

내일신문 기고 | 2022년 7월 14일
김 홍 상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원장)



태어나 자란 곳을 우리는 '고향'이라고 한다. 1970년 28%였던 수도권 인구의 비중은 1980년 36%, 1990년 43%로 빠르게 확대되어 2020년에는 절반이 넘는 인구가 수도권에 살고 있다. 우리 사회의 1970∼90년대는 농촌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이 서울로 이사해 정착하면서 서울이 제2의 고향이라던 시절이었다. 이젠 수도권이 고향인 사람이 절반을 넘는 세상이 되었다. 고향이라는 말에는 농촌의 정서가 가득 담겨있다. 정지용의 시 향수(鄕愁)처럼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즐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는 곳이라야 비로소 고향 같다. 대도시의 빌딩 숲에서는 고향 특유의 편안함과 포근함을 느끼기 어렵다.


마음의 안식처와 같은 농촌이 위기에 처했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농촌에 3만7563개 마을(행정리)이 있는데, 그중 3만4000개가 넘는 마을에 약국과 초등학교가 없어서 차를 타지 않고서는 약국에 갈 수도, 아이들이 학교에 갈 수도 없다. 2만7600개가 넘는 마을에는 간단한 식료품을 살 수 있는 소매점조차 없다. 편리한 생활 여건을 찾아 수도권으로, 인근 도시로 인구가 빠져나가니 농촌이 지속적으로 위축되리라는 우려가 끊이질 않는다. 물론 해마다 귀농·귀촌하는 인구가 50만 남짓이나 된다는 점에서 농촌의 미래가 비관적이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수도권이나 대도시 인근으로 귀촌하는 비중이 높아 농촌 전반의 활력을 제고시키기에 역부족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이처럼 위기에 처한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고향사랑기부금' 제도가 도입되어 내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고향사랑기부금은 개인이 지방자치단체에게 기부하며 각 지자체는 기부금을 취약계층이나 청소년 지원, 지역의 문화·예술·보건 증진, 주민 복리 증진을 위한 사업의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제도다. 또한 10만원까지는 전액, 10만원 초과 500만원까지는 16.5%를 세액 공제해 주고, 기부금의 30% 이내에서 지자체가 답례품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해 자발적인 기부를 촉진하고자 한다. 주무부서인 행정안전부는 시행령 입안, 각급 지자체 대상 설명회 개최, 관련된 정보시스템 도입 등의 준비를 하고 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이미 관련 실무 기구를 수립해 제도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4월 조사에 따르면 고향사랑기부제를 알고 있는 사람은 16%에 불과했지만, 그 취지를 듣고 기부금을 내겠다고 응답한 사람은 39%에 달했다. 아직 많은 국민이 알고 있지는 못하지만 그 취지가 알려지면 더 많이 기부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고향사랑기부금과 유사한 일본의 '고향납세' 사례를 보면, 2008년 처음 도입 당시에는 인지도가 낮아 기부액이 81억엔 수준이었으나 2020년 6725억엔으로 빠르게 증가했다. 고향사랑기부금도 기부액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농촌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는 중요한 재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고향사랑기부금과 기존 정책사업의 가장 큰 차이는 지자체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기부금 사업의 기획과 관리, 기부금 모금, 기부자와의 소통, 답례품 지급 등의 모든 과정을 지자체가 책임지고 수행해야 한다. 납세자와 어떻게 소통하느냐에 따라 기부금의 모금 규모가 지자체별로 커다란 차이가 날 것이다. 지자체의 역량과 준비 정도에 따라 기부금 활용의 성과도 차이가 클 것이다.


고향사랑기부금은 지자체가 스스로 연구하고 경험을 쌓고 역량을 키우는 마중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고향사랑기부금의 정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자체의 노력이 중요하다. 많은 납세자들이 기부를 통해 우리 농촌에 새로운 교류기회를 만들고 활력을 불어 주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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