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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정책 단순화와 검증으로 직접지불제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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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태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뉴스레터 세계농업| 2008년 11월
김 태 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유럽연합(EU)의 농정개혁은 일정한 방향성을 가지고 소비자의 눈높이에 근접하고 있다. 지난 11월 20일 EU 농업각료이사회는 새로운 정책개혁안을 결정하였다. 농업보조금 감축을 비롯하여, 직불지불에 의한 고품질과 친환경 생산 유도, 의무적 휴경제도 폐지, 젊은 경영자에 대한 지원 증액 등이 골자다. EU는 정책의 단순화(policy simplification)와 검증(health check)을 통하여 농정개혁을 계속하고 있다.

 

정책의 단순화와 검증을 통하여 개혁 추진

 

  EU는 1992년 공동농업정책(CAP) 개혁에 이어서 1999년과 2003년, 그리고 2008년 개혁을 거치면서 직불제가 정책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EU의 직불제는 1975년 조건불리지역 직불제를 시작으로 1985년 환경농업 직불제, 1992년 소득보상 직불제가 도입되었다. 이 중에서 품목별로 실시되던 소득보상 직불제는 2003년 경영단위의 단일직불제로 전환되었고, 성격도 ‘소득보상’에서 다원적 기능이나 친환경을 유도하는 ‘직접지불’로서 변화하고 있다.  

  그 동안의 개혁동향은 CAP의 제1축인 소득보상 직불금의 일부를 농촌개발로 전환하거나, 제1축 그 자체를 이행조건 강화나 다원적 기능 중시로 전환하는 등 친환경화를 확산해 왔다.  

  또한 세계 곡물위기 상황에 대응하여 의무적인 휴경제도를 폐지하였다. 휴경제도는 1980년대말부터 자주적으로 실시되었고, 의무적인 휴경은 1992년 개혁부터 적용되었다. 초기에는 휴경률이 15%이었으나 1999년 10%로 인하되어 계속되어 왔다. 바이오연료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유채 등 연료용 작물재배는 허용되었다. 최근 긴박한 세계 곡물수급 사정을 고려하여 의무적인 휴경제를 잠정 정지해오다 폐지하기에 이르렀다.

  직불금 수급과 연계하여 ‘이행조건’(cross compliance) 준수를 강화하고 있다. 농가는 환경보전이나 공중위생, 동식물위생, 동물복지 등 법령에서 규정한 기준에 만족하는 생산활동과 농지관리를 실시해야 한다. 이를 준수해야만 일정 금액의 보조금이 지불된다. 직불금과 이행조건을 교차(cross)시킴으로써 직불제의 정책효과를 제고한다는 것이다. 이행조건 중 생산자의 생산활동과 관련이 적은 조항은 삭제하고 수질관리와 같은 새로운 조건이 추가되고 있다. 이것이 최근까지의 주요 변화다.

  또한 이번 농업각료이사회에서 결정된 개혁에서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와 같은 생산규모에 따른 직접지불에서 품질이나 친환경을 기준으로 하는 지불로 전환한 것이다. 2009~12년간 직불금을 5% 감축하는 등 보조금 감축동향을 보면 향후 직불금의 수준도 전망할 수 있다. 직접지불의 조건인 의무적인 휴경제도는 완전 폐지하여 생산의 자율성을 높였고, 젊은 경영인에 대한 지원과 투자확대를 도모한 것도 중요한 변화다.

  이러한 개혁의 배경에는 EU 예산의 약 40%를 전체 인구의 3%인 농업생산자에게 집중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 있다. 종전의 소득보상 직불금은 2004년이후 2012년까지 10% 감축되는 셈이다. 보조금 감축과 동시에 보조금의 용도를 소득정책에서 고품질과 친환경 등으로 전환하여 농업이 가지는 다원적 기능을 중시함으로써 소비자의 비판을 회피한다는 의도다. 또 DDA에서 협상을 주도권을 가질 수 있는 발판도 마련한 셈이다.

  특히 이번 개혁에서 획기적인 것은 생산량과 직불금을 연계하는 현행 방식을 폐지한 점이다. 농산물의 품질이나 환경 기준에 따라 직불금을 지불함으로써 고품질과 친환경을 유도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일본이 직불제로서 증산과 고품질을 유도하는 것과 유사한 시도다.   

  직불제에 대해서는 논란도 많다. 지불하한(0.3ha)을 상향 조정하여 영세농가를 제외하는 문제나 영국 왕실이나 구 동독의 집단농장과 같은 대규모 경영에 대해 지불상한을 설정하는 문제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직불제에 대해 새로운 논의도 있다. 직불금액의 수준은 농지나 생산량에 있다. 농지를 기준으로 하는 경우는 농지를 농업적 또는 환경적으로 유지해야 하는 조건이 있다. 이것은 직불이 농지와 연계되어 있다는 의미다. 직불을 농지와 분리하고 미래의 수급권을 증권화(bond scheme)하는 제안도 있다.

 

직불금 수급권의 증권화 논의

 

  즉 직접지불 기간을 한정하여 일정기간 지급을 보증하고, 수급권을 공채 형태로 증권시장에서 거래하는 것이다. 농가는 공채를 보유하든지, 아니면 매각하여 경영확대에 투자하거나 농외 전업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 농지에 연계된 직접지불이 가지는 문제, 즉 지가 상승이나 직불금의 지주 이전과 같은 왜곡은 피할 수 있다. 행정업무가 간소화되고 행정비용도 대폭 줄일 수 있다. 직불금 수급에서 자유로워진 비효율적인 농가가 생산에서 탈퇴하게 되면 구조개혁을 가속화하는 효과도 있다.

  EU는 가맹국이 확대됨에 따라 농업구조나 생산조건의 차이 등으로 개혁의 스피드는 떨어지고 있다. 그러나 정책의 단순화와 검증이라는 수단을 통하여 농업정책에서 다원적 기능의 중시로, 그리고 고품질·친환경 생산으로 정책의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EU의 직접지불제는 계속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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