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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곡물 가격 진단과 대응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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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용택
매경이코노미 제1444호 | 2008년 2월 27일
 김 용 택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최근 국제 곡물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 세계는 농산물 가격 상승으로 인플레이션이 초래되는 이른바 ‘애그플레이션(Agflation)’ 현상에 주목하고 있다.

 

 

국제 곡물 가격이 본격적으로 상승한 것은 2006년 후반부터 곡물이 바이오연료로 널리 쓰이면서 기인된 측면이 강하다. 그럼에도 최근 여러 요인들이 함께 작용하면서 국제 곡물 수급구조가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임에 따라 전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우선 국제 곡물 가격이 얼마나 올랐는지 살펴보기 위해 국제곡물가격지수를 보면, 국제곡물가격지수는 2002~2004년 초반까지 상승하다 2004년 중반부터 안정세를 보였으나, 2006년 중반부터 다시 급등하는 추이를 보였다. 그리해 2006년 하반기 국제 곡물 가격은 2005년 5월(저점) 대비 214.8%나 상승했고 2007년 연말에는 2006년 초에 비해 2배 가까이 상승했다.

 

한편 국제 곡물의 재고수준을 살펴보면, 2008 곡물연도(2007년 9월~2008년 8월)의 기말재고량은 2007년도 기말재고에 비해 8.1%나 감소한 3억900만톤으로 전망됐고, 2007년 12월 재고수준은 15%까지 떨어졌다.

 

일반적으로 국제 곡물 재고의 안정적 수준은 70일 수준으로 알려져 있는데 현재는 50일 수준까지 떨어졌다. 과거 1970년대 초에 국제 곡물 재고 수준이 50일 수준으로 떨어진 적이 있는데 이때에도 국제 옥수수와 쌀 가격 등이 2배 이상으로 올랐었다.

 

곡물 가격 불안정성 지속 가능성

 

 

그렇다면 이처럼 국제 곡물 가격이 급등한 이유는 무엇일까. 앞서 언급했듯이 일차적으로 곡물의 바이오연료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 바이오 연료 사용을 늘리면서 국제 곡물 가격이 급상승했다.

 

이 같은 단기 요인 외에도 중국이나 인도 같은 신흥시장 국가들의 빠른 인구 증가와 높은 경제성장, 지구온난화로 인한 잦은 이상기후 등이 국제 곡물 가격을 불안정하게 하는 또 다른 요인들이다. 여기에 국제 투기자본들이 국제 상품시장에 개입하면서 곡물 가격의 불안정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곡물을 수입하는 우리 입장에서는 국제 유가 상승으로 인한 선박운임의 상승 압력이 더해져 국제 곡물 가격 상승이 더욱 크게 느껴지고 있다.

 

이런 국제 곡물 가격 상승은 과거와 같이 일시적으로 상승했다 다시 안정될 것인가, 아니면 중장기적으로 상승 추세를 유지할 것인가.

 

지금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 및 주요 선진국들은 2008년까지는 국제 곡물 가격이 일시 상승했다 다시 안정을 찾아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전망들에 대해서는 재고할 필요가 있다.

 

국제기구나 선진국들은 대체로 곡물 수출국들의 입장을 대변해 보수적인 입장에서 전망하는 것으로 판단되며, 실제로 지금까지 이들이 전망한 수치들은 나타난 상승치보다 낮은 것으로 판명됐다. 따라서 전 세계 5위 국제 곡물 수입국인 우리나라 입장에서 이들과 같이 보수적인 전망을 따라가는 것은 위험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우선 작금의 국제 곡물 가격 상승과 불안정성이 일시적 현상인지 아니면 국제 곡물 수급구조가 근본적으로 변하면서 나타난 것인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식량자원 안정적 확보에 중점 둬야

 

 

과거에는 국제 곡물수급이 기상이변 등으로 일시 불안하다가 곧바로 안정을 되찾았다.

 

그 결과 많은 이들은 국제 곡물시장을 보다 낙관적으로 인식했다. 국제 곡물 가격 상승기에는 비관적 입장에서 식량안보를 강조하지만, 국제 곡물 가격이 안정되면 곧바로 낙관적 입장으로 돌아선다. 결국 과거 국제 곡물 가격구조를 보는 시각은 국제 곡물 가격 상승은 일시적 현상이며 국제 곡물에서 중요한 것은 경제력이라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식량안보는 개인 차원에서는 소득 문제고, 국가 차원에서는 경제력이 문제라는 인식이 보편화됐다.

 

그러나 향후에도 이런 낙관적 시각이 유지될지는 의문이다. 최근 바이오연료용 곡물수요 증가는 식량 문제가 에너지 문제와 상호 깊이 연관돼 있음을 보여 준다. 에너지 확보 차원에서 보면 또 다른 대체에너지가 마련될 때까지는 곡물수요가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중국 등 떠오르는 시장의 경제성장에 따른 곡물수요 증가, 지구온난화 등으로 인한 곡물수확 감소 등은 이미 국제 곡물수급이 공급부족 구조로 전환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갖게 한다. 국제 곡물시장이 만성적 공급부족 구조로 전환됐다면 전 세계 5위의 곡물 수입국인 우리나라는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국제 곡물수급이 만성적인 공급부족 구조로 전환됐고, 에너지 문제가 식량 문제와 직결돼 있다면 식량의 안정적 확보는 국가 전략과제로 다뤄져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은 28%로 매우 낮은 수준이지만 식량의 안정적 확보를 국가 전략과제로 다루고 있지 않다. 더욱이 통일한국을 대비한다면 식량자원의 안정적 확보는 더욱 중요한 국가 전략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

 

선물거래 확대 적극검토 필요

 

갈수록 낮아지는 국내 식량자급률 아래서 어떻게 하면 식량자원을 보다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까.

 

국내 생산이 부족한 식량자원을 확보하는 방법은 크게 네 가지다. 즉 국내 생산을 늘리는 방법, 해외 식량을 안정적으로 수입하는 방법, 비상시를 대비해 식량을 비축하는 방법, 해외에 진출해 식량을 개발하고 이의 일부를 수입하는 방법 등이다. 최근 해외 농업개발 수입 논의가 재개되고 있는 것도 급변하는 국제 곡물시장 여건을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우선 해외 식량을 안정적으로 수입하는 방안으로 검토할 수 있는 것은 곡물 수입처를 보다 다변화하는 방안, 국제 곡물거래에 있어 선물거래 방식을 확대하는 방안, 비축 관리제도를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방안, 조기 경보시스템 구축 등 관련제도를 개선하는 방안 등이다. 이 중에서 보다 중점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은 선물거래의 확대 방안이다.

 

일본이나 중국 등 대규모 곡물 수입국은 선물시장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수입 물량의 30% 이내에서 선물시장을 이용하고 나머지는 일괄현물거래를 활용하고 있다.

 

문제는 일괄현물?킹“? 가격변동이 심한 경우 훨씬 높은 가격을 지불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지금 같이 국제 곡물 가격이 상승하면서 불안정성이 심화되는 경우에는 선물거래 확대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

 

아울러 최근 검토되고 있는 해외 농업개발투자 논의도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 현실적으로 해외 농업개발투자가 충분한 의의를 갖고 있다고 해도 자원 확보 차원에서 보다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최근의 국제 곡물 가격 상승은 과거보다 훨씬 복잡한 구조 아래서 국제 곡물이 거래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향후에 보다 면밀히 국제 곡물 수급구조와 가격변화를 파악해 구체적인 대응전략을 마련해야 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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