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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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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법인의 부흥을 꿈꾸며…-율곡 이이의 10만 양병설을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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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서성천
KREI 논단| 2008년 02월 04일
서 성 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전문연구원)

 

오늘날 우리나라에는 다양한 형태의 영농조직체들이 존재한다. 대표적인 영농조직체로는  농협중앙회와 각 지역단위의 농협을 연상할 수 있고, 품목위주로 농가들이 자생적으로 결성하는 작목반 등을 대표적 예로 들 수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 현대중공업, 현대자동차 등 우리나라를 대표할만한 일부 유명 대기업처럼 한국농업을 대표할 영농조직체나 농업기업들을 연상 또는 제시해보라고 질문을 한다면 과연 얼마나 많은 기업들을 답변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물론 양계를 포함한 축산분야에서 극소수 기업들이 일반소비자들에게 널리 알려진 경우도 있지만 농업계 전반적으로 살펴볼 경우 대부분의 농업관련 기업들이 현재 매우 영세한 실정임을 자인할 수밖에 없다. 또한 대내외적으로 우리농업은 반드시 극복해야만 하는 많은 도전과제를 가지고 있다. 이런 과제들을 극복하는 제일의 주체는 곧 영농현장의 농업인과 관계자들의 몫이기도 하다. 현재 우리농업이 처한 도전과제 극복을 위하여 어떤 영농주체가 선봉에 서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할 것인지에 대하여 진지한 고민을 했으면 하는 제안을 한다.

 

우리나라에서 농업법인 관련제도가 도입된 지도 벌써 17년이 지났다. 1990년 4월 제정된 ‘농어촌발전특별조치법’에 의하여 ‘영농조합법인’과 ‘위탁영농회사’를 설립할 수 있게 되었으며, 1995년에는 ‘위탁영농회사’를 ‘농업회사법인’으로 개칭하였다. 본 제도의 도입취지는 책임경영을 고취시키고, 경영측면에서도 농업계 외부의 일반주식회사와 유사성을 가지는 농업법인체를 도입, 육성하자는 의도로 새로운 법률이 제정되었으며 두 형태의 영농조직체를 함께 아울러 ‘농업법인’으로 칭하기도 한다.

 

농업법인제도가 도입된 지 20년 가까이 된 지금,  2006년의 통계결과를 인용하자면 전국적으로 약 5,300여 개의 농업법인이 운영되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약 30%만이 연매출 10억 원 이상의 실적을 올린다고 조사되었다. 또한 각 법인들의 납입자본 규모도 매우 영세하여 약 70% 이상의 농업법인 납입자본금이 5억 원 이하로 나타났고, 10억 원 이상 자본금이 되는 기업은 불과 11%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결과는 아직도 우리나라 농업법인의 전반적 외형규모가 매우 영세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농업법인 조직체의 장점 중 하나는 기존의 농협조직과 달리, 각 법인체마다 누가 ‘주인’인지 명확하다는 것과 각 소유주에 의한 책임경영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농업법인은 중요한 의사결정에 있어서도 신속성이 비교적 높아 변화하는 경영환경에 적절히 대응하는 데 있어서도 유리한 장점들이 많다고 평가한다. 기존의 농업법인이 최초 결성 당시, 기존 지역단위의 농협과는 달리 대부분 농업법인은 이해당사자들의 자생적 필요와 결속에 의하여 만들어졌고 현재까지 운영되어져 왔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된 바와 같이 대부분 농업법인을 육성·지원하는 제도는 주로 세제와 관련되며, 이 지원제도도 각 법인의 설립초기에 국한된 제도로 존재할 뿐 아직도 이 농업법인이라는 신생 경영체를 체계적이고 항구적으로 활성화 또는 부흥시킬 지원제도나 법률은 매우 부족한 것이 오늘날 현실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농업법인이 소재한 지역의 기존 단위농협으로부터 배척을 당하거나 정부의 농업관련 지원정책에서 역차별을 받는 경우도 엄연히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설립초기 세제지원도 신생농업법인에게 그 효용성은 일정수준 분명 존재한다고 판단된다. 또한 세제지원 관련 조치 중 부가가치세 면제, 농업경영 및 농작업 대행에 대한 부가가치세 면제, 부동산취득세·등록세와 법인등록세 및 재산세 감면, 조합원에게 부과하는 양도소득세 감면 등의 적용 시한이 2006년 12월 1차 종료되었고 그 중 일부가 2009년까지 연장되는 것으로 재개정되었다. 이 세제지원 정책의 특징은 농업법인 설립을 장려하는 효과가 일부 존재하고 지원의 주된 골자도 법인설립 초창기 세제지원 혜택에 집중되는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농업법인 육성을 위한 중장기적 지원정책은 아니라고 판단된다.  

 

필자가 최근 연구과제 수행을 위해 다수 농업법인들을 방문하여 조사한 결과, 비록 현재 대부분 법인의 외형규모는 영세하지만 대표이사나 임직원들의 자질과 능력들은 매우 뛰어남을 분명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자신의 법인이 처한 어려움을 비관만하지 않고 스스로 기지와 지혜를 발휘하여 어려움들을 하나하나 헤쳐가면서 내일의 희망을 일구는 농업CEO들이 전국 도처에 다수가 있음을 파악할 수 있었다. 어쩌면 이들이 곧 이 나라 농업의 희망이고 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하였다.

 

최근 우리나라의 농업환경이 매우 어렵다는 평가들이 많은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어려운 농업과 농업인을 살리기 위하여 여러 대안들이 제시되기도 한다. 필자는 과거 임진왜란발발 전 율곡 이이가 제시하였던 10만양병설을 떠올리게 된다. 그 무렵에도 이 제안은 수용되지 못하였고 결국 왜침으로 어려운 국난을 맞이하였던 것을 생각한다. 개방화라는 미명아래 거스릴 수 없는 추세속에서 한국농업을 외침(수입농산물)으로부터 지키기 위해서 무엇보다도 농산업 관련 크고 튼튼한 경영체들이 다수 존재해야함은 주지의 사실이다. 또한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농업관련 공약 중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제시되었다. 즉 “연 매출 1조원 이상의 수출 농기업을 10개 이상 육성하고 연 매출 1천억원 이상의 지역경제기반형 농기업을 100개 육성하여 농업부문의 부가가치를 높이겠습니다.”라는 내용이 제시되었다. 필자의 의견도 이 공약내용에 적극 동의하는 바이다. 향후 양성될 농업법인 선발과 세부 육성방안에 대해서는 차후 심도있는 논의와 연구가 필요할 수도 있지만 미래 방향설정에서 내실있는 대규모 농업법인 경영체 육성이 꼭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물론 단시일 내에 내실있는 다수 농업법인체를 육성하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님을 잘 알고 있다. 또한 농업법인을 육성시킨다는 것은 일종의 종합예술과 같은 측면도 존재한다. 법인경영과 관련하여 특정요소 하나만 탁월하다고 해서 법인육성이 반드시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 대다수 농업법인들의 공통된 특징으로 소규모와 영세성을 들 수 있다. 이런 문제들을 극복하는 대안 중 하나로 농업법인육성을 위한 제언 한가지를 하고자한다. 즉 농업법인들의 기업경영 전반을 종합적으로 자문하고 지원해주는 ‘특별육성기구’ 설립을 제안한다. 즉 우리나라 농업법인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전문기구 설립을 의미하며, 각 기업의 성장단계에 따른 맞춤형 육성지원 프로그램 마련이 절실하다. 현재도 중소기업청이나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존재하지만, 농업법인 육성만을 위한 별도기구 설립을 제안하는 이유는 위에 언급한 두 기관이 나름대로 훌륭한 역할을 수행할지라도, 농업법인 육성관련 사전조건으로써 우리나라 농업의 특수성에 대하여 이해하는 식견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두 기관이 우리나라 농업에 대한 이해 정도가 부족하다는 것이 농업법인 업계의 일반적인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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