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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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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농업법과 에너지법: 누가 더 잘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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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임송수
KREI 논단| 2008년 01월 31일
임 송 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미국 의회는 2008년 농업법(Farm Bill)을 제정하는 중이다. 상원과 하원의 법안이 각각 통과되었고, 지금은 양원에서 임명한 협의회(Conference Committee)가 각각 채택한 법안내용을 조율하여 합의안을 마련하고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결과를 보면 2008년 농업법은 개혁과 거리가 멀다. 예를 들면, 밀의 최저가격(융자율)과 목표가격은 2002년 농업법 수준보다 올랐고, 수수와 콩의 목표가격도 올랐다. 면화의 목표가격만 조금 내렸을 뿐이다.

 

‘경기변동대응 직접지불(Counter-Cyclical Payment: CCP)’은 유지하되 수익(revenue)을 기준으로 한 보조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하원은 ‘수익 경기변동대응 프로그램(Revenue Counter-Cyclical Program: RCCP)’을 제안하였는데, 이는 CCP와 상당히 중복된다. 상원의 ‘평균 작물수익(Average Crop Revenue: ACR)’은 3년 이동평균 가격을 사용하여 수익변동에 따라 보조가 결정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농업법에 기초한 보조보다 2007년에 채택한 에너지법이 농업 부문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제시되고 있다. 2007년 12월 19일에 발효된 ‘에너지법(Energy Independence and Security Act)’은 2022년까지 최소 360억 갤런(1,263억 리터)의 대체 연료를 사용하도록 의무화했다. 이 가운데 옥수수 원료가 되는 바이오에탄올은 150억 갤런(568억 리터)을 차지한다. 2016년부터는 지팽이풀(switch grass)이나 파쇄목(wood chips)처럼 섬유소(cellulosic)에 근거한 연료의 사용 비중을 높이도록 하였다.

 

바이오연료 목적으로 옥수수 수요가 폭증하면서 그 생산량의 24%가 바이오에탄올로 전환된다. 옥수수 주산지인 아이오와(Iowa) 주의 농지가격은 2007년에만 22%가 상승했다. 텍사스와 남부 지역의 농지가 옥수수 재배용으로 전환되면서 생산 면적이 줄어든 면화와 밀의 가격도 덩달아 올랐다.

 

예를 들면, 시카고 선물시장에서 5월 양도분 옥수수 가격은 부셸(약 25 kg) 당 5.1달러까지 치솟았다. 현재 옥수수의 융자율이 1.95달러이고 목표가격이 2.63달러이므로 농가는 정부로부터 허용보조(green box)에 속하는 고정 직접지불 0.28달러만 받게 된다. 밀 선물가격도 부셸(약 27 kg) 당 10달러로 융자율 2.75달러, 목표가격 3.92달러보다 높기 때문에 농가에 대한 보조는 고정 직접지불 0.52달러에 그친다. 이처럼 시장가격이 목표가격보다 훨씬 높은 상황에서 최저가격(융자율)이나 CCP 보조는 발동하지 않는다.

 

시장으로부터 얻는 농가소득이 정부로부터 받는 보조보다 크므로 농업법보다 에너지법이 농가소득에 더 큰 파급 효과를 나타낸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미국의 에너지법만이 곡물 가격 상승의 원인이라고 할 수 없다. 기름 값 상승, 사료수요 증대, 달러화 약세, 식품가격 상승으로 말미암은 미국산 곡물 수출수요 증대, 다른 나라의 작황부진 따위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에너지법 적용으로 이득을 보는 그룹은 지주, 곡물 생산농가, 바이오에탄올 투자자이며, 손해를 보는 계층은 높은 가격으로 식품을 구매해야 하는, 특히 가난한 소비자들과 축산 농가들이다. 납세자는 농업보조를 줄이는 측면에서 이득을 보나 바이오연료 생산보조를 부담해야 하므로 순효과는 불확실하다.

 

끝으로, 바이오연료의 생산이나 소비 촉진을 위해 미국이 제공하는 보조는 WTO 규율에 제한을 받지 않고 있다. 조세 감면이나 투자와 연구지원 명목으로 엄청난 규모의 보조가 제공되나 바이오에탄올이 농산물인지에 관한 정의조차 내려지지 않은 형편이다. 무역을 위한 정확한 상품코드(HS)도 없다. 따라서 앞으로 바이오연료에 대한 명확한 상품분류를 바탕으로 보조나 관세를 WTO 규범 안에 포함하는 일이 가장 먼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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