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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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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농업통상의 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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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최세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뉴스레터 농업협상| 2007년 12월
최 세 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최근 농업통상 문제는 농산물 무역을 둘러싸고 발생하는 교역 당사국 간의 현안문제보다 자유무역협정(FTA)과 도하개발의제(DDA) 등 대외경제정책 차원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한·미 FTA 협상과 DDA 협상은 2007년 농업통상정책의 핵심적인 문제였다.

 

2007년 4월 2일, 한·미 FTA 양국 수석대표는 환하게 악수를 나누는 것으로 협상 타결을 알렸다. 이 모습은 협상 개시를 알렸던 2006년 6월 5일의 모습과 같았다. 이로써 지난 1년여 우리 사회를 달구었던 쟁점은 일단락되었다.

 

진통 끝에 한·미 FTA 타결

 

협상을 둘러싸고 찬성과 반대가 이처럼 치열한 대립각을 이룬 적은 없었을 것이다. 협상 때마다 보도진이 장사진을 쳤고, 국내에서 협상이 열리면 주요 방송사는 협상장 주변에 특별 스튜디오를 설치하고 시시각각 협상 진행 상황을 알렸다. 미국에서 협상이 열리면 협상단과 보도진 수백 명이 일시에 비행기로 이동하느라 표를 구하기 어려웠다. 협상이 타결된 뒤에도 국회 청문회, 공청회, 정책토론회 등이 이어졌다.

 

한·미 FTA는 왜 이렇게 우리 사회의 뜨거운 관심을 받은 것일까? 경제적 측면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 외교, 안보, 문화 등 다양한 측면에서 한·미 FTA를 평가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농업문제는 경제, 사회적 측면에서 태풍의 눈으로 등장하였다. 한·미 FTA가 우리 농업·농촌에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이다. 협정에 대한 비준이 이루어지고 이행에 들어가기까지는 아직도 불확실성이 남아 있고 시간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한우 시장은 이미 한바탕 가격 하락의 소용돌이를 경험하였다.

 

정부는 협상타결에 맞춰 보완대책을 발표하였으며, 농업부문 보완대책은 기존 농업·농촌 투융자 계획의 수정 등 농정의 변화를 가져왔다. 이처럼 한·미 FTA는 우리 농업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부화를 기다리는 DDA 협상

 

올해는 한·미 FTA와 더불어 캐나다, 인도 등 주요국과의 FTA도 동시에 진행되었으며, 동남아국가연합(ASEAN: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10개국)과의 협정이 7월부터 이행에 들어갔다. 또한 EU와 멕시코는 한·미 FTA 타결에 자극을 받아 우리나라와의 FTA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게 되었고 협상으로까지 발전하였다.

 

2007년에 FTA 협상을 진행시킨 국가로는 캐나다, 인도, EU, 멕시코 등이 있고, 중국, 남미공동시장(MERCOSUR: 브라질,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우루과이 등 남미 4개국), 호주, 뉴질랜드, 걸프협력회의(GCC: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바레인 등 6개국) 등과의 FTA는 공동연구 또는 협상을 위한 사전 협의 등이 시행되었다.

 

세계 150개 국가가 참여한 가운데 지난 7년간 끌어온 도하개발의제(DDA) 협상 역시 2007년 농업통상의 커다란 관심사 가운데 하나이다. 올해 DDA 협상은 다자간 협상의 전형적인 형태 가운데 하나인 조용하면서도 바쁜 시간을 보냈다. 2006년 7월에 협상중단까지 선언되었던 DDA 협상은 2007년 1월 주요국 각료회의에서 협상 재개에 합의한 후 주요 그룹간 협의를 활발히 진행해왔다. 4월 인도에서 주요 4개국 각료들은 6월 말까지 세부원칙(모댈리티)에 관한 협상을 마치고 연말까지 DDA 협상을 종결한다는 목표에 합의하였다. 팔코너(Falconer) 농업협상회의 의장은 7월에 모댈리티 초안을 발표하였으나 이에 대한 주요국들의 평가는 서로 달랐다. 9월부터 12월까지 이견을 좁히기 위한 집중적인 협상이 개최되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DDA 협상은 이미 분야별로 타협을 이끌어 낼 정도의 가닥이 잡혀 있는 상태이다. 미국, EU, 브라질, 인도 등 주요 국가들의 협상 타결을 위한 결단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협상 타결의 가장 중요한 실마리는 미국이 쥐고 있다. 미국이 농업보조 감축에 동의하지 않으면 협상은 타결되기 어려운데, 복잡한 국내 정치적 상황에 영향을 받고 있다.

 

해를 넘긴 주요 이슈들

 

한·미 양국 정부는 모두 FTA가 조속히 비준되기를 희망하였으나 해를 넘기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2008년 초에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고 4월에는 국회의원 선거가 있다. 미국의 정치 상황도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의 정치 문제는 2008년 11월에 있을 대통령 선거에 집중되어 있다. 집권당인 공화당과 야당인 민주당 사이에 한·미 FTA를 보는 시각차이도 크다. 한·미 FTA 비준안은 한국과 미국 모두 각자의 변화하는 국내 정치 상황에 맡겨진 셈이다.

 

한·EU FTA 협상도 2007년 중에 타결될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았으나 해를 넘기게 되었고 인도, 캐나다 등과의 FTA 협상도 중요한 쟁점들에 대한 합의를 새해로 미루었다. 한·중 FTA 공동연구는 마지막 단계만 남기고 있다. 새해 초에 발표될 공동연구 보고서와 양국 정부에 대한 건의도 벌써부터 관심을 끄는 부분이다. DDA 협상도 타결의 마지막 단계에 와 있으나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타결 여부를 새해로 미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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