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목록

KREI 논단

KREI 논단 상세보기 - 제목, 기고자, 내용, 파일, 게시일 정보 제공
국제곡물가격 상승과 대응전략
9477
기고자 김용택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뉴스레터 오피니언| 2007년 11월
 김 용 택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최근 국제곡물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2000년부터 불안정해 지기 시작한 국제곡물수급은 작년 10월부터 재고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국제곡물가격이 본격 상승하고 있다. 국제곡물가격이 급등한 이유는 곡물의 바이오 연료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미국과 EU 국가들이 바이오 연료 사용을 늘이면서 국제곡물가격이 급상승한 것이다.

 

이 같은 단기 요인 외에도 중국이나 인도 같은 거대국가들의 빠른 인구 증가와 높은 경제성장, 기상이변 등은 국제곡물가격 불안정을 초래하는 또 다른 요인이다. 여기에 국제상품시장이 국제투기자본의 대상이 되면서 국제곡물가격의 불안정성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국제곡물시장, 공급부족으로 전환

 

문제는 국제곡물가격 상승과 불안정성의 심화가 일시적 현상인지 아니면 국제곡물수급구조가 근본적으로 변하면서 나타난 현상인지 파악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기상이변 등으로 국제곡물수급이 6~7년마다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으나 그때마다 곧바로 안정을 되찾았다. 그 결과 국제곡물시장을 보다 낙관적으로 보게 되었다. 국제곡물가격 상승기에는 비관적 입장에서 식량안보가 강조되었지만, 곡물가격이 안정을 되찾으면 곧바로 낙관적 입장으로 바뀌었다. 결국 국제곡물가격 상승은 일시적 현상이기 때문에 경제력만 갖추고 있으면 문제될 것 없다는 입장이 보다 설득력을 갖게 되었다. 그리하여 식량안보는 개인 차원에서는 소득 문제이고, 국가차원에서는 경제력 문제라는 인식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향후에도 이런 낙관적 시각이 유지될지 의문이다. 최근 바이오연료용 곡물수요증가는 식량문제가 에너지문제와 깊게 연관되어 있음을 보여 준다. 에너지 확보차원에서 또 다른 대체에너지가 마련될 때까지 곡물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이다. 또한 중국 등 떠오르는 시장의 경제성장에 따른 곡물수요증가, 지구온난화 등으로 인한 곡물수확감소 등은 이미 국제곡물수급이 공급부족 구조로 전환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갖게 한다. 국제곡물시장이 만성적 공급부족구조로 전환되었다면 전세계의 세 번째 곡물수입국인 우리나라는 이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드릴 수밖에 없다.

 

국제곡물수급이 만성적인 공급부족 구조로 전환되었고, 에너지 문제가 식량문제와 직결되어 있다면 식량의 안정적 확보는 국가전략과제로 다루어져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은 28%로 세계 어느 나라보다 낮은 수준이지만 식량의 안정적 확보문제를 국가전략과제로 다루고 있지 않다. 국내농업 측면만을 고려하여도 수출농업의 확대와 함께 국내농업의 해외시장개척 논의가 점차 가시화 되고 있다. 통일한국을 대비한다면 식량자원의 안정적 확보는 중요한 전략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

 

식량자원의 안정적 확보방안 강구

 

갈수록 낮아지는 국내식량자급률 하에서 어떻게 하면 식량자원을 보다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까. 국내생산이 부족한 식량자원을 확보하는 방법은 크게 4가지이다. 즉 국내생산을 늘이는 방법, 해외식량을 안정적으로 수입하는 방법, 비상시를 대비하여 식량을 비축하는 방법, 해외에 진출하여 식량을 개발하고 이의 일부를 수입하는 방법 등이다. 최근 해외농업개발수입 논의가 재개되고 있는 것도 급변하는 국제곡물시장 여건을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우선 해외식량을 안정적으로 수입하는 방안으로 검토할 수 있는 것은 곡물 수입선을 보다 다변화하는 방안, 국제곡물거래에 있어 선물거래방식을 확대하는 방안, 비축 관리제도를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방안, 조기 경보시스템 구축 등 관련제도를 개선하는 방안 등이다. 이 중에서 보다 중점적으로 검토해 보아야 할 것은 선물거래의 확대방안이다.

 

일본이나 중국 등 대규모 곡물수입국은 선물시장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수입물량의 30% 이내에서 선물시장을 이용하고 나머지는 일괄현물거래를 활용하고 있다. 문제는 일괄현물거래가 가격변동이 심한 경우 훨씬 높은 가격을 지불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지금같이 국제곡물가격이 상승하면서 불안정성이 심화되는 경우에는 선물거래 확대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

 

해외농업개발의 전략적 투자 필요

 

재개되고 있는 해외농업개발투자 논의도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 현실적으로 해외농업개발투자가 충분한 의의를 갖고 있다고 하여도 자원 확보 차원이라면 보다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 말은 즉 ‘남들이 하니까 나도 진출한다는 막연한 생각’에서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어디로 진출할 것인지’, ‘어떤 작목을 중점 작목으로 채택할 것인지’, ‘어떤 방식으로 사업을 시행할 것인지’, ‘필요한 관련 지원정책과 제도는 무엇인지’ 등을 사전에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의미에서 해외농업개발투자의 면밀한 타당성 검토는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최근의 국제곡물가격 상승과 불안정성은 과거보다 훨씬 복잡한 구조로 국제곡물거래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 준다. 향후에는 보다 면밀하게 국제곡물수급구조와 가격변화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인 대응전략 마련에 보다 많은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시점이다.

파일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