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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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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여성결혼이민자, 새로운 농업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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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강혜정
KREI 논단| 2007년 11월 29일
강 혜 정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전문연구원)

 

며칠 전 TV에서 충남 어느 농촌 마을에 시집온 23살의 베트남 여성이 친정식구들이 보고 싶어 우는 모습을 보며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 남편과 함께 농사일을 하면서 홀시어머니를 봉양하고 4살배기 딸을 키우면서 가끔 마을내 또래 베트남 여성결혼이민자들과 모여 수다를 떨면서 한국 농촌의 여느 여성농업인처럼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 어색해 보이지 않았다. 먼 타향까지 와서 결혼한 이유는 친정이 가난하여 물질적으로 보탬을 주고 어린 동생들이 학교 다닐 수 있게 하고 싶어서였단다. 또 한국 드라마에서 본 한국 남성의 다정다감한 모습이 좋아보였다고 수줍은 미소를 짓는 앳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주변 특히 농촌지역에서 외국인 여성들을 만나는 것은 낯설지 않게 되었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 어느새 이들은 우리의 가족, 이웃이 되어 가고 있다.

 

농촌지역 여성결혼이민자 수는 2006년 약 2만 명으로 추정되었다. 농림어업분야의 혼인 8,600건 중 외국여성과의 혼인건수는 3,500건으로 농촌 총각 10명 중 4명이 외국인 아내를 맞이하는 시대가 되었다. 1995년 농촌총각 장가보내기 운동으로 시작된 국제결혼은 이제 농촌지역의 새로운 결혼형태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현재 농촌지역 20, 30대 젊은 여성인구는 같은 연령대 남성인구보다 더 적다. 남아선호에 의한 높은 남아 출산율과 장자상속에 따른 아들 중심의 영농승계 등도 원인이 될 수 있지만, 산업화가 진전되면서 젊은 여성 농가인구의 이농이 남성보다 더 크게 증가하였기 때문이다. 또한 젊은 여성의 결혼가치관도 변하고 있어 힘든 농촌보다는 도시생활을 선호하여 농업인과 결혼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 최근 이혼율과 재혼율의 증가도 국제결혼의 증가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이렇게 농촌의 결혼문제는 성비불균형과 재혼 증가 등과 같은 농업 내부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다시 말해, 이런 내부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농촌 국제결혼은 당분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농촌 여성결혼이민자의 평균 연령은 30세로 우리나라 여성농업인의 평균 연령보다 훨씬 젊고, 학력수준도 절반이상이 고졸이상으로 상대적으로 높은 인적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베트남 여성들의 경우, 학력수준은 상대적으로 낮으나 75%가 2004년 이후에 한국으로 들어와서 체류기간 또는 결혼기간이 다른 이주여성들보다 짧고, 평균 연령도 24세로 가장 젊은 편이다. 따라서 인적자원 측면에서 여성결혼이민자는 농업 및 농관련산업의 인력으로 성장할 가능성과 잠재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대부분의 농촌 여성결혼이민자는 언어문제, 경제문제, 생활방식 및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갈등으로 농촌사회 정착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시부모와 동거 비율이 높은 농촌지역에선 시댁식구와의 갈등이 경제난을 압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대부분의 여성결혼이민자는 영농경험이 없고 농업에 대한 관심과 비전이 낮은 편이어서, 영농활동 적응도 어려운 상황이다. 본인 자신이 겪는 어려움뿐만 아니라 자녀의 학교생활 및 교육 문제 등 다문화 가정으로서 이중 삼중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국내 정착의 부적응 문제는 결국 이혼으로 이어져 최근 국제결혼가정의 이혼율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베트남 여성결혼이민자의 이혼율이 최근 크게 늘어나고 있다. 농촌지역에 상대적으로 많이 거주하는 베트남 여성의 이혼율이 증가한다는 것은 농촌 여성결혼이민자가 처한 어려운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농촌지역의 다문화가정의 붕괴를 막기 위한 특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여성결혼이민자들이 농업·농촌에 잘 정착하기 위해서는 언어와 문화적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지원과 더불어 남편과 시부모의 사랑과 이해, 그리고 우리 사회의 다문화에 대한 열린 의식 제고가 선결되어야 한다.

 

농촌 다문화 가족이나 여성결혼이민자에 대한 지원 정책은 의존지향적인 복지수혜보다는 자립지향적인 복지제도를 개발 적용함으로써 이들이 장기적으로 자활·자립하여 인적 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여성농업인의 고령화와 젊은 여성농업인 유입 저조로 후계여성농업인 확보가 어려운 농촌실정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젊은 여성결혼이민자는 농업 인력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 더 나아가 저출산 및 고령화된 농촌에 새로운 정주인구 유입이라는 측면에서 지역사회 발전의 동력으로 국제결혼 이주여성의 중요성과 역할은 부각될 수 있다. 적응단계를 거친 여성결혼이민자들을 영농기술 및 경영 교육의 대상으로 편입시켜 전문 여성농업인으로 육성해야 할 것이다. 농촌지역 국제결혼 비중이 40%가 넘는 현 시점에서는 농촌 여성결혼이민자를 더 이상 낯설고 동정어린 눈으로 바라보지 말고 농업의 새로운 인적자원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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