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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농업부문 대책, 어떻게 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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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최세균
KREI 논단| 2007년 11월 20일
최 세 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정부는 11월 6일에 한-미 FTA 농업부문 대책을 발표하였다. 대책의 골자는 한-미 FTA 이행에 대비하여 우리 농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소득기반을 확충해 농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내용으로 앞으로 10년간 20조 4천억원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한-미 FTA와 관련하여 다시 구체적인 지원액이 밝혀진 것이다. 때를 같이하여 한동안 뜸하던 기자들에게서 전화가 다시 오기 시작하였다. 한-미 FTA가 진행되던 지난 1년여 동안 자주 괴롭힘을 당하던 취재요청 전화는 협상타결과 국회 청문회가 종료되면서 거의 사라졌던 메뉴이다. 그들의 관심사는 정부가 발표한 한-미 FTA 대책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충분한 지, 한-칠레 때와 같이 과다 보상하는 것은 아닌지, 방향은 제대로 된 것인지 등등이다. 그 가운데서도 피해를 충분히 보상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을 제일 궁금해 하고 있었다.

 

한-미 FTA와 관련된 통계 또는 추정 수치는 업계, 정부, 학계 모두에게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협상 초기 한-미 FTA가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을 놓고 치열한 논쟁이 있었으며, 협상이 완료된 뒤에는 각 분야별 파급영향에 대한 논쟁이 또 한 차례 벌어졌다. 농업이 한-미 FTA로 인해 피해를 입는 대표적인 산업이기 때문에 파급영향에 대한 논쟁에서 태풍의 눈으로 등장한 바 있다. 이번 대책에 들어있는 숫자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논쟁이 있을 수 있다.

 

20조원의 대책은 충분한가?

 

그렇다면 20조 4천억원 규모가 충분한 대책이 될 수 있을까? 정부는 시장개방에 대응한 농업․농촌 발전계획의 하나로 2004년부터 10년간 119조원의 투융자계획을 시행하고 있다. 2013년까지 한-미 FTA 대책은 기존의 119조원 농업·농촌 투융자계획에 배정된 7조원, 실적이 부진한 사업을 감액하여 전용하게 되는 3조 1천억, 그리고 순수한 한-미 FTA 대책에 따른 증액 2조원 등 모두 12조 1천억원이 투입된다. 119조원 투융자계획이 끝나는 2014년부터 2017년까지는 8조 3천억원을 새로 확보해 지원하게 된다. 따라서 이미 119조원 계획에 포함되었던 대책을 제외한 순수한 증가분은 2013년까지 기존 계획에 추가된 2조원과 2014~17년까지 새로운 대책으로 지원될 8조 3천억원 등 모두 10조 3천억원이 된다.

 

대책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기 때문에 충분하다든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 그러한 기준으로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한-미 FTA로 인한 농업부문의 피해액 추정결과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는 한-미 FTA로 인한 주요 농산물의 생산액 감소를 15년간 10조원 정도로 추정하였다.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10년간 20조 4천억원 규모의 대책과 이 가운데 기존의 대책을 제외한 새로운 투융자 규모 10조 3천억원 등을 추정된 연구결과와 비교하면 대책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이 가능할 것이다.

 

체질개선과 경쟁력 제고에 집중 지원

 

20조 4천억원의 쓰임새도 전체적인 규모 못지않게 중요하다. 한-미 FTA 대책은 농업의 체질개선과 품목별 경쟁력 강화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체질개선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가 설정한 사업은 모두 61개이며, 농업의 체질개선에 12조원, 경쟁력 강화에 7조원이 지원된다. 전체 예산의 94%가 경쟁력 강화와 구조개선에 투입되는 것이다.

 

체질개선 사업은 경영규모 확대, 농업 인력 양성, 소득안정직불제도, 재해보험제도 등 ‘맞춤형농정’과 해외시장 개척, 한국식품 세계화, 물류센터 확충, 식품클러스터 조성, 기술개발 등 ‘신성장동력 확충’ 사업으로 구분되어 각각 9조원과 3조 3천억원의 예산이 배정되었다. 전체 예산의 60% 정도가 체질개선을 위해 사용된다는 뜻이다. 농산물 품목별 경쟁력 강화 사업은 축산, 원예, 곡물 분야로 나뉘어 집행된다. 한-미 FTA 협상에서 가장 큰 피해가 우려되는 축산업에 대한 대책에 전체 경쟁력 강화 예산의 67%인 4조 6,94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축산 다음으로 큰 피해가 예상되는 과일, 채소 등 원예산업에는 2조 2,820억원이 투자된다. 반면 쌀이 개방대상에서 제외됨으로써 피해가 미미할 것으로 평가된 식량작물 분야에는 2개 사업에 206억원만이 배정되었다.

 

체감 보상규모는 작게 느껴질 수도

 

한-미 FTA로 농산물 가격 폭락과 소득 감소를 우려하는 농업인들은 중장기적인 체질개선 사업보다 직접적인 피해보상에 더 관심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단기적이며 직접적인 피해보상 성격의 피해보전직불과 폐업지원에 배정된 예산은 전체의 6%인 1조 2천억원에 불과하다. 따라서 농업인들은 피해보상 대책이 미흡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연구결과에 의하면 주요 농산물에 대한 관세철폐는 10년 이상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기 때문에 특별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한 한-미 FTA로 인한 급격한 가격하락이나 소득감소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격하락 등에 대비한 피해보전직불 예산은 7천 2백억원이며, 피해가 발생하는 농축산물을 생산하는 농가의 폐업 지원금으로 5천억원이 배정되었다. 피해보전직불 기간은 7년, 폐업 지원 기간은 5년이다. 그러나 이러한 지원규모는 한-미 FTA로 인한 피해가 확대될 경우 증가할 가능성도 있고, 집행이 안 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단기적 피해보전 대책은 신축성이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피해보전직불 대책은 조수입(가격에 생산량을 곱한 것)이 80% 이하로 감소할 경우 시행된다. 조수입이 80% 이하로 감소한다는 것은 심한 경영불안정 상태로 볼 수 있으며, 피해보전직불의 정책목표는 일시적인 경영불안정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한-미 FTA로 인한 급격한 가격하락이 예상되지 않기 때문에 피해보전직불과 폐업지원 제도는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한-미 FTA 대책의 핵심은 단기적 피해보상보다 우리 농업의 체질개선과 경쟁력 제고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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