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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 홍보에도 절실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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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신동헌
농민신문 기고| 2007-11-12
신 동 헌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설 농촌정보문화센터소장)

 

최근 한 공무원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농민의 일로, 지역의 일로’ 홍보 관련 일을 부탁하려고 오겠단다. 호기심이 발동한다. 어떤 공무원인데 열일 제치고 먼 길을 달려 올 수 있을까. 그는 지역농업 홍보의 절박감을 토로했다. “홍보가 절실합니다. 그런데 저희는 잘 할 줄 모릅니다. 도와주십시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농업개방 바람이 계속 휘몰아치고 있고,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선까지 치솟을 전망인데 국제곡물가는 벌써 요동치고 있다. 그야말로 위기다.

 

그런데 유독 여유로운 분야가 있다. 홍보 분야다. 갖가지 언론매체에 다양하고 수준 높은 농업관련 홍보가 전개돼서인지 급할 것도 없고 부족할 것도 없다는 분위기다. 얼마 전 필자는 모 단체가 몇년을 벼르다가 홍보비용 1억원을 조성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모처럼 제대로 된 홍보가 전개되리라 기대했다. 그런데 예산의 80%를 라디오 광고에 쓰기로 했다 하지 않는가. 글쎄다. 라디오가 훌륭한 홍보 매체임에는 틀림없으나 ‘아직 그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쟁에서 우리는 총으로 쏠 일인지 대포로 쏠 것인지 상황을 살펴보고 정말 절실한 선택을 해야 한다. 잘못된 선택을 하면 자멸한다는 생각을 갖고 말이다.

 

미루어 생각해보면 이렇게 안타까운 사례는 수없이 많다. 모 단체의 경우는 처음으로 홍보사업을 시작했는데 홍보비의 40%를 라디오에, 25%를 해외연수에 편성하는 과감성(?)을 보이고 있다. 비(非)효율성과 비홍보성이 눈에 띄는 것이다.

 

홍보에서 해외연수비 편성은 그리 급한 일이 아니다. 자료조사 항목으로 꼭 필요할 수도 있겠으나 더 급한 직접홍보비에 보태져야 옳지 않을까. 차제에 습관성 홍보항목도 재검토하는 게 바람직하다. 따라하기 라디오 홍보나 요리개발 및 요리책 제작, 강습회, 자체교육, 홍보전단, 시식회 등이 비효율적 홍보 예산으로 구분된다. 홍보의 승패는 돈을 어떻게 쓰느냐의 문제다. 되도록이면 처음 시작해 경험이 없는 단체일수록 홍보의 방향은 기초를 다지는 인프라 구축에 홍보비 편성이 되도록 해야 한다. 절박성 부족에서 오는 농업 홍보의 맹점이다.

 

독한 마음 없이 출발하는 농업 홍보에 시비를 건다. 절박성은 어디서 나오는가. 벼랑 끝에서 나온다. 배고픔에서 나온다. 절박감 있는 홍보라야 우리 농업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 토끼를 사냥하는 사자가 100% 에너지로 질주하듯 홍보비는 가급적 100% 그대로 홍보 효율성을 뽑는 데 쓰도록 해야 한다. 그게 우리 처지에 맞는 홍보 마인드다.

 

농민들의 ‘홍보 도움 119’가 이어지고 있다. 며칠 전에는 전남 태안 생강 농사꾼의 편지가 있었고, 엊그제는 메밀싹 벤처농업인의 간절한 홍보 지원 요청이 있었다. 홍보의 절실성을 느끼고 있는 현장의 농업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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