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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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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유통강화와 조합공동사업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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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정호근
KREI 논단| 2007년 11월 13일
정 호 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전문연구원)

 

농산물 유통 환경이 대형 유통업체 출현 및 소비자의 식생활 패턴의 변화와 함께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소비지 유통업체는 공급조건으로 산지에 상품의 규모화, 규격화, 차별화를 요구하고 있으며 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산지유통 강화가 중요한 정책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개별조합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연합마케팅, 연합사업, 광역합병이 진행되어 왔으나 조합원과의 관계, 상품화의 다양성, 거래처와의 관계, 합병진행의 부진 등으로 한계점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2005년 지역조합들이 공동으로 출자한 유통전문회사에 해당하는 “조합공동사업법인” 제도를 출범시켜 이런 문제들에 대응코자 하였다. 산지의 사업주체를 육성하여 농산물의 판매·유통사업 활성화를 유도하고 궁극적으로 회원조합의 발전과 농가(조합원) 소득의 안정적 성장을 도모하자는 취지이다. 정부는 2015년까지 곡물을 담당하는 미곡종합처리장(RPC)법인 65개소, 과수, 원예를 담당하는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법인 35개소를 각각 육성할 계획이며, 현재까지 총 23개소가 인가를 받고 활동 중에 있다.

 

아직 조합공동사업법인의 활동은 활발하지 못하다. 산지의 인프라 부족과 정부지원을 목적으로 한 법인인가 신청이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정부의 공동마케팅조직 육성사업을 포함한 대부분의 산지유통지원사업들이 지원 대상의 법인설립을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어 현지의 필요성 여부에 상관없이 지원수혜를 목적으로 설립이 추진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사업수익률과 운영시설의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조합원의 계통출하를 통한 안정적인 원료농산물의 확보가 최우선 과제이다. 하지만 2006년의 경우 계약(약정) 출하의 생산량 대비 비율이 노지채소는 8.4%, 시설채소는 13.6%, 과실은 8.8%에 불과했다. 약정 미이행에 대한 페널티는 실효성이 적고 실제로 적용되는 사례도 거의 없어 조합원에 대한 규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소비자 요구에 부합하는 농산물 생산, 출하물량의 조절, 품질관리체계 강화 등을 위해서는 조합공동사업법인이 출하농가와 직접적이거나 참여조합을 통해 간접적으로 수직통합을 이루어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제도적 안배도 중요하지만 농가조직화와 교육을 통한 농민의 조합사업 참여에 대한 의식전환이 더욱 필요하다.

 

산지유통을 강화하려면 참여조합들과 농협중앙회와의 관계를 잘 형성해나갈 필요가 있다. 선진국의 협동조합 발전방향을 보면 지배구조는 협동조합체제를 유지하면서, 효율적으로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경제사업을 자회사로 분리하여 운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런 관점에서 조합공동사업법인, 회원조합 그리고 조합원이 함께 사업을 수행한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법인과 조합의 관계는 경합이 아니라 협조, 상생의 관계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

 

참여조합은 지도사업을 포함한 농가와 작목반의 생산과정을 지원하고 조합공동사업법인은 가공, 유통, 판매, 홍보, 시장개척 등 수확 후 전 과정에서 상품가치 제고를 통한 수익 창출을 위해 노력한다. 조합을 대신하여 경제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법인이 일시적으로 경영 활동에 어려움을 겪을 경우 참여조합들은 손익이체 등 적극적인 지원을 하도록 한다.

 

조합공동사업법인은 중앙회의 준회원이어서 적합한 관련 지원규정이 마련되어야 효율적인 사업 추진을 위한 기반을 조성할 수 있다. 조합공동법인을 농협외부에 존재하는 조직으로 인식되어 중앙회의 지원·감독을 받지 못하고 있는데 최근 들어 부분적으로나마 중앙회가 법인관련 지원개선방안을 마련한 것은 중요한 변화라고 생각한다.

 

산지유통 강화는 조합공동사업법인을 설립한다고 해서 보장되는 것도 아니고 법인 CEO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시장개방 등 어려움에 처해있는 산지유통시스템을 조합공동사업법인이 경쟁력 있게 이끌어 나가려면 농민, 조합, 중앙회 모두가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힘을 합쳐 법인 중심으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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