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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A시대의 농업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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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임송수
 농수축산신문 기고 | 2007-06-25
 임 송 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6년간 끌어 오던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이 종착역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WTO는 연말까지 모든 협상을 마친다는 목표 아래 관세와 보조 감축 규정인 모댈리티 만들기에 매달려있다. 6월 말에 WTO 농업협상회의 의장은 모댈리티 초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그러면 전체 회원국의 논의를 거쳐 모댈리티 채택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아직 모든 게 불확실하지만 논의 대세는 이렇다. 관세는 최대 70%, 평균 54%를 감축하고 관세 상한은 200% 이하로 설정한다. 민감 품목은 전체 농산물 수의 4% 안팎으로 지정하여 관세를 덜 감축하되 그 대가로 쿼터 수입량을 늘려주어야 한다. 보조 감축률은 형태별로 다르지만 50% 이상이 예상된다. 일부 품목에 보조가 집중되는 것을 막기 위한 상한과 규율도 설정된다. 허용보조인 그린박스는 유지되나 그 요건이 강화된다. 다만, 개도국은 선진국 감축률의 3분의 2를 적용받는다.

이번에는 과연 협상이 타결될 것인지, 어느 수준에서 감축률이 결정될 것인지는 초미의 관심 사항이지만 우리가 직면한 농업현실과 무역자유화의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 지금도 농가인구는 연간 3% 이상 감소하고 있다. 65세 이상인 경영주의 비율은 43%에 이른다. 영농 후계자가 있는 농가는 4%에 미치지 못한다. 농가당 평균 경지면적은 1.4ha밖에 안돼 적절한 소득을 창출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이는 농업구조의 변화가 불가피함을 시사한다. 중간규모의 농가가 줄면서 겸업농과 전업농 중심으로 농업구조가 재편되는 것이다. 농촌 거주형 겸업농은 경영규모가 작지만 농외소득을 통해 소득을 유지한다. 반면에 전업농은 농업경영과 농업소득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경영체이다. 이와 같은 농업구조의 양극화는 농업정책의 변화를 요구할 것이다. 겸업농에는 농촌개발과 다원적 기능 관련 직접지불을 주로 제공하고, 전업농에는 농산물 가격이나 소득 변동에 대응한 위험관리제도를 마련하는 것이다.

또한, DDA와 FTA 등 무역자유화의 진전은 경쟁체제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그러나 경제변화의 근본적인 요인은 무역자유화 그 자체가 아니라 기술혁신이란 사실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기술혁신은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동력이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역사적인 두 가지 사건을 통해 우리 농업의 갈 길을 생각해 보자.

먼저 기원전 13세기에 이스라엘 300명의 용사는 13만 명이 넘는 침입군을 물리쳤다. 기원전 480년에는 스파르타의 전사 300명이 페르시아의 100만 대군을 맞아 싸웠다. 각각 450:1과 3,333:1의 전쟁이었다. 군사 숫자 외에도 두 사건의 공통점은 많다. 첫째, 많은 군사 중에 오직 잘 훈련되고 투철한 정신력을 가진 사람만이 선발되었다. 둘째, 기드온과 레오니다스와 같은 뛰어난 지도자가 있었다. 셋째, 지혜롭고 용감하게 적군을 공략했다. 기드온의 용사들이 어둔 밤을 틈나 공격한 것이나, 스파르타인들이 막다른 협곡에서 특유의 사각형 밀집대형으로 적의 공격을 막아낸 것이 그것이다.

우리보다 작은 나라 네덜란드와 이스라엘이 농업강국으로 우뚝 선 것은 하루아침에 된 게 아니다. 끊임없이 기술혁신을 준비하고 추진한 덕이다. 우리도 농업 R&D에 지속적인 투자를 통하여 우수한 농산물과 기술을 개발하고, 태평양 건너까지 수출할 수 있는 선진 농업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또한, 첨단 지식과 지도력을 겸비한 인력을 양육하고 이들이 지역 농업과 농민을 이끌며 농촌 활력을 불러일으키도록 해야 한다. 스타 농민 몇 사람이 능사가 아니라 이들의 지도력과 경영기술이 큰 파급 효과를 나타내도록 지원해야 한다. 끝으로, 우리 농업의 강점을 지혜롭게 활용하여 승부를 겨뤄야 한다. 값싼 수입품과 숫자 경쟁으론 이기기 어렵다. 소비자 기호에 맞춘 안전하고도 높은 품질의 농산물을 제공하고 사회가 요구하는 다원적 기능을 서비스해야 한다. 그러면 사회는 든든한 후원자로서 농업 곁에 항상 남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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