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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매시장의 혁신, 도매법인 간 경쟁 환경 조성부터 새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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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병률

중앙일보 기고 | 2025년 1월 6일
김 병 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명예선임연구위원)


과거 도매상들의 폐해로부터 농업인을 보호하기 위해 설립된 농산물도매시장은 그간 효율적인 농산물 수집·분산과 효과적인 가격 발견 기능을 수행하면서 국민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데 기여해 왔다. 전국의 32개 공영도매시장에선 채소·과일 등 국내에서 소비되는 청과물의 절반 이상이 거래되고 있다. 농민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판로인 동시에 농산물 거래 기준가격이 결정되는 시장으로서 존재감이 크다. 2023년 기준 전국의 농산물 도매시장(청과부류) 거래 규모는 약 15조원 수준이며, 특히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의 거래 금액은 연 5조원에 이르고 있다.


1985년 이후 40년이 지난 현재까지 도매시장이 개설·운영되고 있으나, 개설자인 시·도지사가 지정한 도매법인 중에서 지정이 취소되거나 재지정이 불허돼 교체된 사례는 몇 개 되지 않는다. 출하 농민들의 판로 안정과 수탁판매의 전문성을 지속하기 위한 정책적 배려도 있었다.


이런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비판 목소리도 높다. 도매법인 간 경쟁을 감소시켜 도매시장의 활력을 저하하고, 오히려 대형 도매법인의 안정적 수익구조를 담보하는 결과로 연결됐다는 지적이다.


특히 기후변화와 수급 불안정에 따른 농산물 물가 변동성이 높은 상황에서도 영업의 지속성을 보장받아 온 도매법인이 물가안정에 기여할 유인이 높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도매시장이 농산물 물가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할 때, 공공성뿐 아니라 거래 투명성과 효율성을 추구하고 경쟁 촉진을 통해 출하자와 소비자의 후생 증진에 기여하는 것은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법(농안법)을 통해 농산물 위탁거래 권리를 부여받은 도매법인의 의무라고 할 수 있다.


도매시장의 대대적인 혁신을 위해서는 농안법 개정을 통해 도매법인 간 경쟁 환경을 조성할 것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그동안 개설자 재량으로 유명무실했던 성과 부진 도매법인의 지정 취소 규정을 의무화해야 한다. 그리고 지정 취소된 법인에 대해 공모제를 실시해 능력 있는 도매법인을 신규 영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존 법인도 농산물 물가 안정, 농업인 권익 보호 등을 고려하여 재지정할 수 있도록 근거 규정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또한, 농안법 개정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서는 도매법인 평가 체계의 근본적인 개편도 병행돼야 할 것이다.


을사(乙巳)년 푸른 뱀의 해가 밝았다. 올해가 도매시장에겐 40년간의 묵은 허물을 벗고 유통 주체 간 활발한 경쟁으로 농민과 소비자를 위해 새롭게 태어나는 혁신의 원년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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