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행정부가 2025년 1월 20일에 정식 출범되면, 미국의 통상, 환경, 농업정책에 대대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트럼프 정부의 핵심 기조가 ‘미국 우선주의’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유지돼왔던 미국 주도의 글로벌화, 자유시장주의 같은 국제 규범에서 벗어나 미국 사안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 농업에도 직·간접적으로 크게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간한 ‘트럼프 2기 정부의 농업 부문 정책 변화 전망과 우리 농업의 대응 과제’는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한국 농업은 변화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위험을 관리하고 기회를 활용하기 위한 전략적 준비가 필요하기에 이 보고서를 기반으로 의미와 과제들을 찾아보고자 한다.

우선,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 무역 적자 해소를 위해 관세와 비관세 장벽을 강화하고, 동맹국에도 농산물 시장 개방을 강하게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는 취임하는 첫날에 동맹국인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수입하는 모든 제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물리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이라고 이미 밝혔다. 이뿐만이 아니다. 브릭스(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에 속한 나라들에게 관세 100% 부과도 할 수 있다는 엄포도 놓았다. 농업의 경우 돼지고기, 쇠고기, 곡물과 같은 주요 품목에서 미국산 수입 확대 압력이 예상되며, 이는 한국 농산물의 가격경쟁력 약화와 수출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 농업은 고품질 농산물 생산과 차별화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 친환경, 고부가가치 농산물을 중심으로 시장 경쟁력을 높이고, 품질과 신뢰를 강조한 K-푸드 브랜드화로 소비자 선호도를 공고히 해야 한다. 동시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우리 농업 부문 이익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도록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둘째, 트럼프 행정부는 환경규제에 대한 완화를 예고했다. 이는 미국 농산물의 가격경쟁력을 더욱 높일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잔류 농약과 GMO(유전자 변형 농산물) 문제로 식품 안전 우려를 심화시킬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은 미국산 농산물에 대한 국내 소비자의 거부감을 키우는 동시에, 한국 농산물의 안전성에 대한 경쟁력을 부각시키는 기회로 작용할 수도 있다. 우리 정부는 수입 농산물의 검역과 안전 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국민의 식품 안전에 대한 높은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 또한, 친환경 농업을 비롯해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는 형태의 생산시스템 확대를 통해 지속 가능한 농업 기반을 다지고,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소비자 보호를 넘어 한국 농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할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셋째, 트럼프 행정부는 기술혁신과 식량안보를 중심으로 한 농업정책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한국 농업에 강력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디지털 농업, 스마트팜, 데이터 기반 농업기술, 그린바이오와 같은 첨단 기술의 도입은 생산성과 효율성, 다양성을 높이는 핵심적인 방안이다. 한국 농업은 이러한 기술적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비교우위를 확보해야 한다. 아울러,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도 과감하게 확대해야 한다. 이는 농업 생산성과 품질 향상뿐 아니라 작물의 다양화를 통한 위험 분산과 소득 증대, 수급 불안정성 해소, 농촌의 고령화와 노동력 부족 문제 해결 등에 대한 중요한 대안도 될 것이기 때문이다.

넷째, 지정학적 리스크와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도 주목해야 한다. 달러 강세와 지정학적 불확실성은 농업 투입재 비용 상승과 글로벌 공급망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주요 곡물과 에너지 원자재의 수입의존도가 높은 한국 농업은 이러한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주요 원자재와 곡물의 안정적 확보를 위한 수입선 다변화와 재고 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동시에 농가 경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지원정책을 확대하고, 농업경영 안전망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이러한 정책적 지원은 단기적인 위기 극복뿐 아니라 한국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이러한 트럼프 2기 행정부 정책의 대대적인 변화가 예고되는바 한국 농업에 새로운 도전을 제시하면서도 기회의 문을 열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국제 정세의 변화 속에서 한국 농업이 고품질 농산물 생산과 기술혁신, 농가 경영 안전망 확대,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면 지속 가능한 성장과 국제적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이러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혁신을 실현해야 할 시점이다. 정부, 농업계, 연구기관이 긴밀히 협력해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고, 한국 농업의 미래를 설계해 나가야 한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은 단기적인 위험을 완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 농업의 장기적인 경쟁력과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따라서 트럼프 행정부 2기의 도전 앞에서, 한국 농업은 변화의 주체로서 미래를 선도해야 하는 중차대한 시점을 마주하고 있고, 이를 잘 실현하기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