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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 계약재배와 밭떼기 새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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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병률

농민신문 기고 | 2024년 10월 28일
김 병 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명예선임연구위원)


배추는 겨울·봄·여름·가을 사계절 재배돼 시장에 연중 공급되는 ‘릴레이 출하체계’를 대표하는 채소다. 그 이름도 전남 해남 겨울배추, 중부지방 봄배추, 강원 고랭지 여름배추, 그리고 전국적으로 재배 공급되는 가을배추 등 남부지방부터 강원 산간 고랭지까지 돌아가며 재배된다.


배추는 대부분의 농가들이 산지유통인에게 밭떼기(포전매매)로 넘겨 산지유통인들이 재배관리하고 수확해서 도매시장이나 유통업체·김치공장에 출하하거나 납품한다. 일부 농가는 지역농협과 계약재배해 농협을 통해 출하하거나 농가가 오롯이 재배해 시장 등에 개별적으로 판매한다. 최근 자료에 따르면 봄배추는 95% 이상, 겨울배추는 85% 이상, 가을배추는 80% 이상, 고랭지배추는 70% 정도 밭떼기로 산지유통인에게 넘겨져 이들이 배추시장과 배추가격 형성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모양새다. 농협을 통한 계약재배는 강원 평창 대관령원예농협 등 일부를 제외하고 10%대에 머물고 있다.


산지유통인들은 과거 1만명이 넘을 정도로 많았으나, 자본력이 있는 상인들만 남아 현재 2000명도 안되는 상인들이 품목별로 밭떼기를 주도하고 있다. 특히 ‘오대’라고 하는 대상들이 계절별로 전국 산지를 돌며 릴레이 출하를 통해 시장 출하물량을 조절하고 시장가격에 영향력을 발휘하는 막강한 유통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산지유통인들은 도매시장 대형 중도매인들과의 강한 연결성과 정보력으로 도매시장 유통을 이끌고 있다.


반면 대부분의 지역농협은 지역 내의 특정 작기만 계약재배해 수확기 가격변동에 따라 가격위험을 고스란히 떠안아 계약물량에 따라 수십, 수백억원의 손실을 볼 수 있어 계약재배 물량을 크게 늘릴 수 없는 처지다. 게다가 배추 등 노지채소 산지유통을 담당하는 지역농협들은 신용사업과 경제사업 규모가 작은 영세 조합들이 많아 위험도가 큰 계약재배사업을 감당해낼 경영 여력이 없다.


최근의 배추 사태를 보면서 농산물 유통에서 협동조합의 역할과 계약재배의 중요성이 새삼 절실하게 와닿는 것이 필자만의 느낌이 아닐 듯하다. 농산물 산지유통의 80∼90%를 담당하고 있는 유럽 국가들, 일본의 협동조합에 비해 현저히 낮은 시장점유율을 보이는 우리나라의 근본적 차이는 무엇일까.


농산물 수급안정과 가격안정은 농민·소비자·정부 모두의 바람이다. 특히 요즘 같은 빈번한 이상기후 등으로 농산물 생산공급 불안정이 극심해지면서 정책적 개입이 불가피할 때 대책을 집중할 수 있는 수단과 대상이 필요하다. 협동조합을 통한 계약재배로 시장지배력 확대, 최소한 시장 견제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계약재배의 위험 분담을 위해 중앙회의 지원과 품목 지역조합 간 연대로 릴레이 계약재배 체계를 구축하고 협동조합 저장시설 확충으로 출하 조절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계약재배 체계를 개발해 가격차 발생으로 생긴 이익의 일부를 농가에 환급할 수 있는 체계와 손실 보전체계도 마련해 농협과 농가 모두에게 혜택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밭떼기를 할 수밖에 없는 농가 고령화와 수확작업 인력 문제에 대해 농협의 수확작업단 운영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도록 정책적 뒷받침도 필요하다. 70∼95%의 밭떼기 비율은 시장 왜곡이며 정책 개입이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유통구조이자 유통정책 목적의 한 축인 경쟁 촉진에도 거리가 크다. 초연결시대에 생산과 유통을 연결하는 협동조합의 계약재배 공동출하체계를 시급히 만들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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