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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캉스’ 유행, 농촌관광 발전 동력 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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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용렬

한국농어민신문 기고 | 2024년 9월 5일
김 용 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최근 ‘촌캉스’라는 용어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농촌을 뜻하는 ‘촌’과 바캉스를 뜻하는 ‘캉스’의 합성어인 촌캉스는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이는 단순히 도시를 벗어나 농촌에서 휴가를 보내는 것을 넘어, 지속 가능한 농촌을 위해 필요한 사회적 현상이 아닐까 싶다. 필자 또한 올해 여름휴가를 촌캉스로 보냈으며, 이러한 트렌드를 농촌관광의 새로운 활로로 삼을 가능성을 강하게 느꼈다.


촌캉스의 인기는 도시와 농촌 간의 상생이라는 측면에서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농촌 지역이 인구 과소화와 활력 저하 현상을 겪고 있는 현실에서, 촌캉스는 농촌의 자원을 재발견하고 농촌 주민과 도시민 간의 교류를 촉진하는 중요한 기회를 제공한다. 이는 농업과 농촌에 대한 도시민의 이해를 증진시키고, 농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도모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이러한 흐름이 젊은 세대들에게 어필하고 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야외 활동에 대한 욕구 증가와 함께 촌캉스의 인기도 가속화된 측면이 있다. 도시의 밀집된 생활환경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안전한 휴식을 추구하는 도시민들이 늘어나면서, 촌캉스는 도시와 농촌 간의 새로운 관계 설정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특히 농촌을 배경으로 한 방송계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이러한 트렌드를 형성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할 수 있다. 슈퍼스타들이 불편해 보이고, 불편할 수 있는 농촌에서, 그리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내보이게 하는 농촌에서 누리는 휴식과 치유의 시간은 시청자들에게 큰 매력으로 전달된 것 같다.


촌캉스는 단순한 휴가의 의미를 넘어 농촌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촌캉스를 통해 도시민들이 농촌 지역을 방문하면서, 농촌 지역의 특산물, 음식, 숙박, 체험 등과 관련된 다양한 서비스 산업이 활성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농촌의 활력을 제고하기 위해서 도시민들의 이해와 관심, 그리고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지역 특산물이나 전통문화를 체험하고 공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농촌의 고유한 문화와 전통을 보존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농촌의 역사와 문화를 도시민들에게 전달하며, 동시에 농촌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하다. 그런데, 이를 위해서는 이러한 것에 대한 도시민의 지속적인 수요가 있어야 지속성을 유지할 수 있다.


필자가 이번 여름휴가를 촌캉스로 보내면서, 농촌다움이 주는 휴식과 힐링의 진정한 의미를 몸소 느꼈다. 섭씨 35도를 넘나드는 8월의 여름날 오후, 10분도 서 있기 힘든 그런 날, 그늘이 있는 오두막과 높은 언덕, 그래서 자연스레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푸른 들녘만을 바라보며 멍하니 한나절을 보냈다. 농촌 풍경을 감상하며 보내는 시간은 그 자체로 충분한 휴식이었다. 마음씨 좋은 주인장께서 손수 준비해 주신 간식과 차를 곁들여 자연 속에서 보내는 그 시간은 도시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한 시간이었다. 잠자리가 다소 불편한 점은 있었지만, 촌캉스의 매력을 온몸으로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촌캉스’라는 유행의 힘을 통해 지속 가능한 농촌관광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과제들도 있다. 첫째, 농촌 지역의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경우, 촌캉스의 수요 증가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농촌 지역의 인프라를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한 개선이 아닌 수준 높은 고객들의 눈높이에 맞는 품격있는 개선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둘째, 촌캉스가 일시적인 유행으로 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농촌의 특성을 살린 차별화된 콘텐츠가 필수적이다. 어디에도 없는 그곳만이 지닌 배경과 함께, 지역이 가진 문화와 전통을 깊이 체험하며 공감할 수 있는 여유로움이 제공되어야 한다. 이제는 단순한 체험을 넘어, 여유와 안식을 제공하는 공감의 공간으로의 전환이 요구되며, 이를 실현시킬 품격있는 서비스도 동반되어야 한다.


셋째, 농촌만이 가질 수 있는 불편한 매력, 불편할 수 있는 이유, 불편해서 더 매력적인 곳 등과 같은 자신있는 매력을 발산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농촌만이 가질 수 있는 각양각색의 차원 높은 농촌다움이 있을 때 가능할 것이다.


촌캉스는 도시와 농촌의 상생을 위한 중요한 기회로서, 농촌 활성화와 농촌의 지속 가능성 향상을 위한 새로운 방안으로 활용할 수 있다. 촌캉스가 일시적인 트렌드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하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농촌의 특성을 살린 고품격 콘텐츠 개발과 인프라 개선, 지역 주민과 도시민 간의 활발한 교류가 필수적이다. 이를 통해 촌캉스는 단순한 휴가 이상의 가치를 지닌 의미 있는 사회적 현상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며, 농촌과 도시가 상호 보완적으로 발전하는 미래를 열어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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