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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개선 시급한 지역농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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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한두봉

매일경제 기고 | 2024년 9월 3일
한 두 봉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원장)


고수익·고위험의 부동산 공동대출을 늘려온 지역농협의 재무건전성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3년 말 기준 지역농협의 추정 손실은 4452억원으로 전년 대비 30.9% 증가했다. 경기 침체와 고금리로 연체율이 급증하고 부실채권이 늘었기 때문이다. 농업경영의 안전망 역할을 해야 하는 지역농협의 건전성 악화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농업의 당면 과제다. 지역농협의 재무건전성 악화는 경제사업과 금융사업을 위축시키고 농협중앙회 모든 사업과 한국 농업의 불안정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농협의 연체율은 2020년 1.19%에서 2023년 2.65%로 상승했다. 2024년 5월 말 기준으로는 3.86%로 연체율 증가가 가속화되고 있다. 지역농협의 대출잔액이 지난해 말 357조원대인 상황에서 연체율의 가파른 상승세는 '부실액 절대 규모'를 증가시켜 지역농협을 위협하고 있다. 지역조합이 흔들리면 농촌과 농민의 미래가 불안하다.


지역농협의 부실이 늘어나기 전에 구조조정이 시급하다. 면 단위 지역농협을 통폐합하고 효율성을 제고해야 한다. 해외 농협의 구조조정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모든 농산물과 경제, 신용, 서비스를 담당하는 우리나라 지역농협과 달리 미국 농협은 품목별·기능별로 전문화돼 있다. 미국 농협의 수는 대대적 합병을 거쳐 2000년 3338개 조합에서 2019년 1779개로 46.7%를 줄이는 규모화를 통해 운영을 효율화했다. 특히 고부가가치 사업에 대한 자금 조달을 위해 비조합원 투자자로부터도 자본을 조달하는 주식회사형 협동조합이 증가하고 있다. 미국 농업금융 규제기관인 농업신용청(Farm Credit Administration)은 농업신용협동조합과 농업은행에 대한 경영 컨설팅 결과, 재무건전성이 일정 수준에 미달할 경우 법에 명시된 적기시정조치를 발동한다.


일본 농협의 경우 현 단위 농협에 대한 대규모 광역 합병을 통해 2000년 1618개에서 2024년 544개로 66.4% 감소했다. 신용사업의 건전성을 강화하고 경제사업의 효율성을 향상시키며 생활사업도 확대했다. 일본 농협도 광역합병 이외에 재무건전성이 부실한 조합에 대한 구조조정을 상시화하고 있다.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 지역농협은 2000년 1383개에서 2023년 1111개로 19.7% 감소에 그쳤다. 국토 면적과 농업 규모에 비해 너무 많다. 소규모 면 단위 지역조합에서 경제사업과 신용사업의 규모화와 효율성을 높이기 어렵다. 우리나라 지역농협도 대대적인 통폐합을 통해 군 단위로 조합을 규모화하고 품목별·기능별 전문조합으로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2001년 농업협동조합의 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지역농협에 대한 적기시정조치를 도입했다. 부실 조합에는 합병 명령이 내려질 수 있고 부실 우려 조합에는 합병 권고 또는 요구가 내려질 수 있다. 최근의 새마을금고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은 제2금융권인 지역농협의 상호금융으로 번질 우려가 있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지 않기 위해서는 지역농협의 부실이 확산되기 전에 부실(우려) 조합으로 편입된 조합들에 대해 시의적절한 적기시정조치와 구조 개선을 조속히 추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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