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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농업회사의 올바른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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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정호
농민신문 기고| 2009년 11월 9일
김 정 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한국농어촌공사는 지난달 초 전남 해남군 산이면 영산강지구(산이2-1공구, 713㏊)에 설립될 대규모 농업회사 3곳을 선정했다. 지난 4월에 농림수산식품부가 대규모 농업회사 공모사업의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한 후 6개월간의 실무협상을 통해 최종사업자를 지정함으로써 본격적인 사업이 착수된 것이다.

 

농식품부는 이들 농업회사에게 농업법인의 지위를 부여하고 수출농기업으로 정책적으로 육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제 본사업에 돌입하기에 앞서 대규모 농업회사가 기존 농정제도를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몇가지 분명히 해 둘 사항이 있다.

 

우선 대규모 농업회사의 경영체 성격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 농업법인 제도가 존재하기 때문에 기존의 농업회사법인과 어떤 관계이고 차별성은 무엇인가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현행 농업회사법인은 농업인 주도의 경영체인데, 기업이 주도하는 대규모 농업회사를 농업법인으로 대우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

 

농식품부에서는 기업이 농지 소유가 아닌 임차지 경영은 가능하다고 해석하고 있는데, 소유든 임차든 농업경영 주체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대규모 농업회사가 농업법인이 아닌 일반회사법인으로 설립하도록 하면서 ‘농지법’에서 예외를 두는 방안이 바람직하다. 즉, 간척지 등에 한정적으로 기업이 투자하는 대규모 농업회사의 농업경영을 제도적으로 보장할 필요가 있다.

 

또 사업에 관해 기존 농가와 이해가 대립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대규모 농업회사를 육성하는 목적은 대규모 영농과 선진경영기법의 모델이라는 의미가 크지만, 기업의 경영목적은 사업이익 극대화에 둘 수밖에 없다. 시장 개방으로 인해 농축산물 국내시장이 포화상태인데, 내수는 물론 수출에 대해서도 기존 농가가 참여하는 시장에 기업농이 진입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1970년대의 수출자유지역 개념과 같이 새로운 상품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해 수출농업을 추진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또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지역의 소득원을 개발한다는 차원에서 대규모 농업회사의 농산물 가공공장 건설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정부 지원에 관한 사항도 고려해야 한다. 사실 기업이 농업에 참여하겠다는 것은 원론적으로 따지면 대규모 영농을 통해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렇게 기업농을 제도적으로 허용하는 것만으로 부족해 시설 투자 등을 재정적으로 지원한다는 것은 과욕이며, 정책사업으로 추진하는 의미도 퇴색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의 정책 지원은 세제 혜택에 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즉, 농업법인에 대해 초기 5년간 세제 혜택을 부여한 정도로 대규모 농업회사에 대해서도 유사한 적용이 가능할 것이다.

 

미래의 우리나라 농업경영 형태는 가족농을 근간으로 다양한 농업경영체가 병존하는 모습으로 발전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대규모 농업회사도 농업경영체의 하나로 인식돼야 하며, 가족농과 배타적인 관계가 아니라 가족농을 보완하는 경영체로서 자리 잡아야 한다. 나아가 대규모 농업회사가 농업인들에게 첨단기술과 경영기법을 전수하는 선진경영체로 도약하며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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