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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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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절감형 농업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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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이명기
KREI 논단| 2008년 7월 17일
이 명 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전문연구원)

 

 

국제 유가가 배럴당 140달러 대를 넘나들면서 시설원예농가를 중심으로 농가들이 심각한 경영비 상승압박을 받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급등하고 있는 국제 유가 상승을 충분치 않은 국제 석유 수급 상황, 미국 달러화의 가치 하락, 투기자본의 석유 선물 시장으로의 유입, 테러 및 이란의 핵문제와 같은 지정학적 요인 등 다양한 원인에 기인한다.

 

국내외 연구기관들은 이러한 요인들이 당분간 크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므로 유가가 적어도 지금의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골드만 삭스는 국제 유가가 6∼24개월 이내에 배럴당 150∼200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측하기도 하였다.

 

이와 같은 고유가가 농업 부문에 미치는 영향은 명백하다. 유가 상승은 농업 부분 전반에 경영비 상승을 가져와 농업 소득을 크게 감소시킬 수밖에 없다. 특히 유가 상승에 따른 경영비 상승분을 생산물 가격에 반영하는 것이 구조적으로 쉽지 않아 유가 상승의 부담 대부분을 농가가 부담할 수밖에 없다.

 

유가 상승은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농업 생산뿐만 아니라 농식품 소비 부문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돈의 실질구매력이 하락함에 따라 소비자는 식료품 및 외식 소비 지출을 줄이게 되며, 이는 농산물에 대한 수요 감소로 이어진다. 식료품 및 외식 수요의 감소를 고려하면 농가 소득 감소폭은 더 커질 수밖에 없고, 이는 농가의 생산 의지를 꺾어 농업 생산 기반 자체를 위협할 가능성마저 있다.

 

향후 유가가 과거와는 달리 현저하게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은 농업 생산 투입 구조가 이에 따라 적합하게 변화해야 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즉, 석유 및 석유를 원료로 하는 농자재의 사용을 줄이거나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농자재를 이용하는 생산 구조로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석유에서 생산되는 화학비료, 농약, 농자재를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농자재, 저온 및 고온에 대한 저항성이 높은 종자, 에너지 절약 농기계, 에너지 절약 보온 및 냉방 설비 등에 대한 기술 개발 투자 및 보급 확대 지원이 필요하다.

 

정부는 과거부터 이에 대한 투자와 보급 노력을 해왔고, 지금은 유가 상승에 대응한 다양한 대책이 정부 기관, 농협, 농민단체 등을 통해 마련되고 있다. 그러나 투입재 각 부문에서 어느 정도의 석유 및 에너지 사용량을 언제까지 절감할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에 대비한 구체적이고 체계적이며 중ㆍ장기적인 계획은 아직 미흡하다.

 

중ㆍ장기적으로 석유 및 석유과련 제품 사용 절감 목표치를 설정한 후 농업 생산에서 이들 제품의 사용현황을 파악하여 각 부분에서의 체계적인 기술 투자 및 절감대책을 마련하고 실행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고유가 시대라는 완전히 새로운 환경에 맞게 농업 생산 구조를 전환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식을 가져야 한다.

 

기술 개발을 통한 생산 구조 변화는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농가들이 이에 적응하여 ‘연착륙’할 수 있도록 하는 단기적인 지원책 역시 매우 절실하다. 따라서 현재 마련되거나 제안되고 있는 유가 환급금의 한시적 지급, 면세유 확대 공급, 화훼 농가에 대한 전기료 산정기준 변경, 냉난방용 기계의 임대농기계사업에의 포함 등도 병행되어야 한다.

 

우리 농업은 과거에도 항상 많은 어려움에 직면했으나 꾸준한 기술 개발을 통해 이를 극복해왔다. 이번 고유가 위기도 석유 및 석유관련제품 이용에 있어 저비용ㆍ고효율의 생산 구조로 나아가는 기회로 삼아 중ㆍ장기적인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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