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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식량문제 심화와 식량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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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태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뉴스레터 세계농업| 2008년 06월
김 태 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세계는 지금 식량위기에 직면해 있다. 가장 심각한 지역은 아프리카다. 아프리카의 식량문제에 대해 최근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식량안전보장 정상회의를 개최, 문제해결에 노력하고 있다. 

 

아프리카는 그동안 빈곤, 기아, 분쟁 등으로 성장에서 동떨어진 지역이었다. 그러나 2000년대에 들어와 석유와 광물자원 가격상승으로 성장을 가속화하는 반면에 식량가격 폭등으로 기아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유엔이 전개하는 기아인구 반감운동에도 불구하고 세계 기아인구는 최근 8억 6,200만명으로 늘어나는 가운데 아프리카에서 2억 1,900만명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사하라이남 아프리카에서 심각하다.

 

사하라이남 아프리카에서 기아문제 심각

 

아프리카의 주식은 쌀, 밀, 옥수수다. 3품목 모두 수입에 의존한다. 아프리카 9억 4,800만명의 연간 쌀 소비량은 2,000만톤에 달한다. 이를 역내생산 1,400만톤, 수입 710만톤으로 충당하고, 반면에 이집트는 100만톤을 수출한다. 최근 가격 폭등으로 수입이 정체한 결과 기아가 확산되고 있다. 단수는 2000년 이후 10a당 170kg으로 늘어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아시아의 3분의 1 수준이다.

 

 

아프리카 쌀 수급 추이

    자료:미국 농무부, 2008. 6

 

 

아프리카 식량문제의 원인은 다음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녹색혁명이 아시아에 비해 늦다. 80년대에 들어와서 소맥과 옥수수가 시작되었고, 쌀은 90년대 후반부터이다. 네리카 쌀(NERICA, New Rice for Africa)이 보급되면서 생산이 늘어나고 있다. 네리카 쌀이란 다수확의 아시아 종과 건조와 병해충에 강한 아프리카 종간의 교잡종 쌀로서 육도에 가까운 쌀이다. 수리시설이 없는 밭에서 재배가능하고 한발에 강한 동시에 수량도 많은 특징이 있어 최근 보급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그렇지만 전반적으로 농업투자를 게을리 하여 생산성이 낮은데다 기상조건에 의한 수량변동도 심한 편이다. 

 

둘째, 인도와 베트남 등 아시아에서의 쌀 수출제한을 들 수 있다. 이 영향이 필리핀, 미얀마 등 아시아를 넘어 아프리카까지 확산되고 있다. 세계 식량무역에서 옥수수나 대두는 ‘남북미 수출’, ‘아시아 수입’이라는 구도이고, 쌀은 ‘아시아 수출’, ‘아프리카 수입’이라는 구도가 오래전에 정착되었다. 아프리카의 쌀 수입량은 최근 10년간 2.6배로 늘어나고, 주로 아시아 쌀에 의존하면서 가격 폭등의 영향을 받게 된 것이다. 

 

셋째, 지구온난화의 영향도 심각하다. 물론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는 선진공업국들이 주로 배출한 것이지만 영향은 아프리카에서 먼저 나타났다. 사하라 사막이 확대되고, 킬리만자로 정상에 눈이 사라지고, 호수 바닥이 드러나고 있다. 유엔 ‘기후변동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지구온난화에 의한 농업생산 감소가 아프리카에서 가장 심각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넷째, 선진국이 지불하는 농업보조금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선진국의 국내보조와 수출보조는 농산물의 국제가격을 인하, 개도국의 농업소득에 타격을 가하고 있다. 예를 들면 아프리카 중서부지역의 면화생산국들은 미국의 면화보조금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적이 있다. 미국의 면화농가에 대한 가격지지와 직접지불은 국제가격을 인하시키고, 이것이 국민경제에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이들 아프리카 면화 생산국에 손실을 가져오는 동시에 농업투자를 감소시켜 식량문제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긴급 과제는 식량 증산에 있다. 안정적인 농업생산기반을 구축한 후 공업화 단계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지적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제안으로 지난 6월 3일부터 5일까지 이탈리아 로마에서 유엔 식량안보 정상회의가 열렸다. 43개국 정상을 포함한 180개국이 참가, 식량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관세장벽 완화와 수출금지 철폐, 바이오연료문제, 선진국의 농업보호 감축 등에 관한 논의가 있었다. 


이번 회의에서 두 가지 대립점이 노출되었다. 식량수출국과 수입국간의 수출규제를 둘러싼 견해 차이가 하나이다. 수출규제의 자숙을 요구하는 수입국에 대해 수출국은 “위기시 자국의 식량안보를 우선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하였다. 다른 하나는 바이오연료를 둘러싼 견해 차이이다. 바이오연료 생산이 곡물가격 상등의 요인이기 때문에 연료용 곡물사용에 대한 국제지침을 만들어야 한다는 개도국들의 주장에 대해 브라질은 “바이오 연료는 소득과 고용을 창출하는 효과가 있으며, 가격 폭등은 선진국의 농업보조금과 고관세 때문”이라고 반발하였다.

 

항구적인 식량안보정책 구축이 세계적 과제

 

이번에 채택된 선언문을 통하여 각국은 식량안보를 항구적인 정책으로 확립해야 하고, 또한 중장기적으로 현세대와 차세대를 위한 식량생산 확대, 농업투자 증대, 자원의 지속적인 이용 등을 강조하였다. 하지만 국가간 입장 차이를 어떻게 극복하여 안정적인 식량확보 체제를 구축할 것인가가 세계적 과제이다. 

 

세계는 자원고갈시대로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이에 대응하여 각국은 생산증대를 기본으로 한 식량안보를 구축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물부족, 사막화, 지구온난화, 자원 내쇼날리즘 등의 소용돌이 속에 빠진 아프리카의 식량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선진국의 적극적인 협력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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