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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물 안전성 제고를 위한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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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송주호
KREI 논단| 2007년 12월 26일
송 주 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농업이 갖는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먹거리 공급이다. 인간의 생장과 활력유지를 위해서는 균형 잡힌 음식섭취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우리가 먹는 식품이 상했다거나 농약이나 항생제가 과다하게 잔류되어 있다면 차라리 먹지 않음만 못하게 된다. 농민 발명왕이신 제천의 이해극 선생님은 ‘농민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애국은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소비자의 안전농산물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몰려오는 수입농축산물과의 경쟁에서 살아 남으려면 안전하고 질 높은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축산의 경우에도 안전 축산물 생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런데 2000년대에 들어와 국내에서도 구제역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같은 악성전염병이 발생한 바 있고, 더욱이 소 부루세라, 돼지 소모성질병도 만연되어 있기 때문에 농장주들은 자신의 농장에서 가축질병이 발생할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사육농가가 자가 진료를 할 수 있고, 또 항생제 등 주요 동물약품을 수의사의 처방 없이도 누구나 마음대로 살 수 있다. 농가의 입장에서는 수의사의 진료를 받으면 비용이 추가로 들고, 또 수의사의 전문성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기 때문에 자기의 경험만 믿고 동물약품을 구입하는 사례가 많다. 따라서 동물약품의 오․남용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높다. 최근에는 돼지 소모성질병이 만연하면서 한때 수의사 컨설팅을 받던 사람들마저 수의사의 처방이 효과가 없다며 수의사를 기피하는 안타까운 일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최근 수의과대학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졸업 후 희망진로에 대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진료하겠다는 비율이 39.1%인데 비해 산업동물을 진료하겠다는 비율은 고작 6.3%에 불과하여 축산업의 발전에 어두운 그림자를 비추고 있다. 개업수의사들이 본업인 동물 진료보다는 동물약품의 판매에 더욱 의존하고 있는 현실, 농촌지역에서 근무하고 공휴일도 쉬기 어려운 열악한 근무여건, 수의사에 대한 불신 등이 산업동물 진료에 대한 자긍심을 떨어뜨리고 미래에 대한 어두운 전망을 초래하는 주요 원인들이다. 이런 현상이 장기화 될 때 산업동물 진료자의 전문성 저하와 공급 부족이 초래되고 이는 결국 축산업의 발전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농가와 수의사 간에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수의사 없이 축산업이 건전하게 발전할 수 없으며, 농가한테서 인정받지 못하는 수의사는 설 자리가 없다. 다행히도 우리 주변을 살펴보면 농가와 수의사 간에 정기적인 진료계약을 맺어 질병발생을 줄이고 품질을 높여 높은 수익을 올리는 희망적인 사례들을 적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파주의 서울우유 진료소나 당진 낙협은 농가와 수의사간에 수의진료 계약을 맺고 정기적으로 젖소들을 보살펴 주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 결과 이 지역의 낙농가들은 체세포등급이나 세균수등급에서 다른 지역보다 훨씬 좋은 성적을 올려 유대를 높게 받고 있으며, 진료비보다 높은 추가수익을 올리고 있다. 양돈농가에서는 수의컨설팅계약을 맺은 후 연간 모돈당 출하두수(MSY)가 높아지고, 산란계농가에서는 수의 컨설팅을 받으면서 산란율이 높아지고 폐사율이 낮아져서 컨설팅비보다 높은 수익을 올리는 사례가 많이 있다. 따라서 축산 농가들은 당장은 돈이 들더라도 정기적인 수의진료가 결국은 축산물의 안전성과 수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방법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하며, 수의사들도 축종별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

 

최근 정부는 축산물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여러 가지 조치들을 새롭게 실시하고 있다. 배합사료에 첨가하는 동물약품의 수를 대폭 줄였으며, 무항생제 축산물 인증제도를 도입하였다. 또한 돼지 소모성질환을 대상으로 가축질병과 사양, 환기 등에 대한 종합적인 컨설팅을 제공하는 자문단을 구성하는 경우 일부 경비를 보조하고 있다. 이 사업은 궁극적으로 농장 전담 수의사제 혹은 농장 주치의제로 발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편, 앞으로 적극 추진해야 할 정책들도 있다. 현재 농촌지역 소재 동물병원은 대부분 수의사 1인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하여 수의사 3명 이상이 연합하여 가축질병 진료센터를 운영하는 경우 재정적으로 지원하려던 계획을 추진하였지만 안타깝게도 2008년도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였다. 그러나 이 사업은 산업동물에 대한 진료서비스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꼭 추진해야 한다. 일본은 가축질병에 대한 진료비나 약제비 등도 가축공제 보장대상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폐사의 경우에만 보장하고 있어 수의사에게 환축을 진료받을 경우 비용은 전액 농가의 부담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현재의 가축공제 제도에 질병보험도 포함하도록 개선하여야 한다. 또한 축산농가가 항생제 등의 주요 동물약품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수의사처방전이 필요하도록 법제화하여야 한다. 이와 같은 정책들이 모두 시행될 때 가축질병발생이 획기적으로 감소하고, 개업수의사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어 유능한 인재들이 임상에 종사하게 될 것이다. 이로 인해 제도적으로 안전한 축산물 생산이 보장되어 국내 축산업도 한 단계 발전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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