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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가격 문제 해결의 맥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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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병률

농민신문 기고 | 2024년 4월 22일
김 병 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명예선임연구위원)


최근 사과·배·대파 등 농산물 가격이 급등한 원인과 해법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실제 가격안정을 위한 정책도 추진되고 있다. 농산물 가격이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은 경제학 상식이다. 먹거리인 농산물의 경우 수요 변화가 그리 크지 않은 것이 일반적이며 주로 공급 변화가 가격 결정에 큰 영향을 준다. 작년에 봄철 저온피해(냉해)와 여름철 잦은 강우 등 기상 영향으로 사과·배 생산량이 줄어들어 가격이 오른 것이 대표적이다.


사과·배의 가격안정을 위해 공급량을 당장에 늘리는 것은 한계가 있다. 그 대신 가격을 낮추는 수단으로 수요를 줄여야 하는데, 즉 소비자가 사과·배를 대신해 다른 과일을 사 먹도록 대체 수요를 늘려 가격을 낮춰야 한다는 말이다. 여기서 좀더 주의 깊게 봐야 할 것은 사과·배 가격이 연중 비슷한 수준으로 높은 것이 아니라 계절에 따라 또는 월별로 다른 수준으로 형성된다는 것이다. 이는 사과·배의 공급량을 계절 혹은 월별로 조절해 가격 조정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사과·배를 비롯한 과일과 마늘·양파 등 저장 품목을 다루는 저온저장업체들은 연중 시장 공급을 조절해 최대 수익을 올리는 데 목적이 있다.


배추·무·양배추·대파·당근 등 노지채소류는 산지유통인들이 90% 이상 밭떼기(포전거래)로 농가로부터 소유권을 이전받아 수확 후 저장과 분산출하로 시장 공급을 조절, 시장가격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에 정부는 사과·배 자체의 공급량 조절에 신경 쓸 필요가 있다. 특히 정책적 개입이 가능한 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나 저온저장고에 저장해둔 과일의 공급량을 조절하는 것도 검토하고, 차제에 공급량의 일정 비율(10∼20%)을 수매·비축해 시장조절용으로 사용하거나 농협 비축량의 일부를 활용하고 보전하는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


또 하나 냉정하게 살펴볼 부분이 중간유통상과 가격결정 문제다. 산지 협동조합 경매장에서 가격이 결정되는 유럽과 달리 우리나라와 일본은 도매시장에서 가격이 결정되고 이윤과 비용이 붙어 중간유통되며 소매상에서도 30% 정도의 마진을 붙여 소비자가격이 결정되는 구조다. 이들 중간상의 목적함수는 오직 유통마진 극대화로 그중 소매상이 단연 으뜸이다. 월등하게 높은 소매상의 중간유통마진 구성비가 이를 방증한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소매는 대형 유통업체와 슈퍼마켓 등 민간기업이 중심이고, 농림축산식품부 정책 관할이 아니다. 가격정책 추진에 어려움이 여기에 있기에 소매 부분을 관할하는 산업통상부와 부처간 협력이 중요하다.


도매시장에서는 도매법인과 공판장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들은 4∼7%의 법정 위탁수수료만 받아 운영하는 출하자 지향적인 중간위탁상으로 자기계산적으로 판 구매차액을 마진으로 획득하는 차액상인들과 비교된다. 시장에 도매법인 수가 많고 적은 것이 문제가 아니라 판매대리인으로서 전문성과 책임성을 갖고 출하농민들의 농산물을 위탁받아 제값 받고 잘 팔아주는 능력을 얼마나 발휘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사과·배 등 과일의 유통체계는 채소 등 다른 부류처럼 복잡하지 않다. 온라인 도매거래와 직거래 유통경로를 더 확대해 경로간 경쟁을 촉진하면 보다 효율적인 유통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산지 공급과 소매에서 병목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농협 등 생산자조직의 취급 비중을 높여 공급조절과 거래교섭력을 키우고, 소매 판로를 다양화해 소비자들의 접근성과 선택폭을 넓혀 소매 경쟁을 촉진하는 방식으로 소매업 마진을 견제, 소비자가격을 안정적으로 가져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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