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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2024년도 중앙1호 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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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전형진

한국농어민신문 기고 | 2024년 3월 15일
전 형 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중국사무소장)


올해도 핵심 키워드는 농촌진흥이다. 농촌진흥전략은 2017년 제19차 당대회에서 처음 등장했다. 이듬해인 2018년에 중앙1호문건을 통해 전략의 청사진을 선보였다. 그리고 2022년까지의 실행 계획인 ‘국가농촌진흥전략규획(2018~2022년)’도 제정했다. 이후 농촌진흥은 중국 국정의 핵심 키워드로 자리매김했고 2021년에는 농촌진흥 업무를 총괄할 국무원 직속의 국가향촌진흥국을 설립하고 급기야 ‘향촌진흥촉진법’을 제정해 법률적 지위까지 부여했다.


농촌진흥전략의 등장은 제19차 당대회에서 제시한 국가발전 로드맵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인 2021년까지 샤오캉사회(小康社会, 중등 소득수준 국가)를 실현하고 2021~2035년에 사회주의 현대화, 2036~2050년에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실현한다는 장기 로드맵이다. 2049년은 중국 건국 100주년이 되는 해로 그 즈음에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 국가로 부상하겠다는 담대한 구상이다. 농촌진흥전략은 이와 같은 국가발전 로드맵을 실현하는데 농업·농촌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인식에 기초해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전략으로서 제시되었다.


농촌진흥전략은 산적한 농업·농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많은 과제들을 망라한 장기 농업·농촌발전계획과 다름없다. 언뜻 보면 무수한 추진 과제들이 끝도 없이 나열되어 있어 실체를 가늠하기가 녹록지 않다. 정리해보면 산업, 환경, 문화, 자치, 민생 등 5개 영역으로 구분해 각각 산업 진흥, 생태환경 개선, 문화 진흥, 효율적 농촌거버넌스 구축, 생활수준 향상 목표를 실현하는 것이 골자다. 여기에 빈곤 퇴치가 병행 목표로 추가된다. 다만 중앙1호문건을 비롯해 농촌진흥을 주제로 한 다양한 정책문서들이 다섯 가지 영역의 추진 과제들을 일목요연하고 확정적으로 배치하고 있지는 않다. 문서들별로 다른 듯 비슷하게 끊임없이 추진 과제들을 쏟아내기에 이들을 다섯 가지 영역과 짝지어 이해하는 별도의 수고를 요한다.


올해 중앙1호문건은 농촌진흥을 위한 6대 목표와 28개 추진 과제를 나열했다. 가장 앞자리에는 산업영역의 식량안보 확보 목표를 배치했다. 중국에서 식량안보는 코로나19 팬데믹,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거치면서 가장 핫한 이슈로 부상했고 지속해서 강조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식량안보 정책을 법제화한 식량안보보장법이 제정되어 올해 6월 1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올해도 식량 생산량 목표치를 6억5000만 톤 이상으로 못박고 제2차 식량 5000만 톤 증산계획의 차질없는 추진을 촉구했다. 식량 이외에 유지작물, 설탕, 육류, 우유 등 중요 농산물의 생산 안정과 함께 경지보호제도 실시 강화, 농업기초인프라 건설 강화, 농업과학기술의 지원 역량 강화, 현대적 농업경영체계 구축, 식량 및 중요 농산물의 조절・관리 역량 강화, 식품 절약 관련 각종 운동 추진 등을 식량안보 확보를 위한 주요 추진 과제로 제시했다.


두 번째로 농촌진흥전략의 병행 목표인 빈곤 탈피와 관련해 농촌지역에서 대규모 빈곤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중국은 2021년 농촌지역의 절대빈곤 인구 9899만 명이 빈곤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 샤오캉 사회를 실현했다고 대내외에 선포한 바 있다. 이러한 성과를 공고히 하기 위해 빈곤에서 벗어난 지역・가구들이 다시 빈곤 상태로 회귀하지 않도록 빈곤 탈피 지역・가구에 대한 모니터링 및 지원 체계 강화, 취업 지원 강화 및 160개 중점 지원 지역에 대한 지원 강화를 주문했다.


세 번째로 산업영역에서 농촌지역의 산업 발전을 촉구했다. 농업의 6차 산업화 촉진을 필두로 농산물 가공업의 발전 및 업그레이드, 농촌지역 물류유통의 발전 촉진을 주요 추진 과제로 제시했다. 아울러 민생영역에 속하는 농가소득 증대 조치의 강화도 추진 과제로 제시하고 취업 촉진, 농가 복합경영 촉진, 신형 농업경영체(농민합작사, 농기업 등)와 농가 연계 촉진, 임대・합작・지분출자 방식의 자산소득 증대 촉진 등 다양한 조치의 실시를 주문했다.


네 번째로 민생 및 환경 영역에 걸쳐 농촌개발 수준의 향상을 촉구했다. 농촌계획의 선도 역량 강화, 농촌지역 정주환경 정비사업 업그레이드, 농촌지역 인프라시설 확충, 농촌지역 공공서비스체계 완비, 농촌지역 생태문명 건설 강화, 현(县)지역 단위의 도농 통합발전 추진을 주요 추진 과제로 제시했다.


다섯 번째로 자치영역에서 농촌거버넌스 수준의 향상을 촉구했다. 공산당조직 주도의 농촌거버넌스체계 구축을 염두에 두고 농촌지역 당조직 강화를 통한 농촌진흥 추진을 강조하고 농촌지역 문화 발전 촉진 및 낡은 풍토・풍속 개선, 평화로운 농촌 건설을 주요 추진 과제로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농촌진흥 업무에 대한 당의 역할 강화를 촉구했다. 농지, 택지, 집단소유 자산 등 농민들의 재산권과 관련된 각종 개혁 과제의 추진을 심화하고 농촌진흥을 위한 다양한 경로의 투자체계를 완비하는 한편 농촌지역 인재풀 강화를 주요 추진 과제로 제시했다. 농민들의 핵심 재산권인 농지사용권 보장과 관련해 성・자치구・직할시별로 토지도급 기한 만료 농지에 대한 제2차 도급 기한 30년 재연장 시범사업을 추진하도록 했다.


올해 중앙1호문건은 시진핑 주석이 2003년 절강성 당서기 시절 추진했던 농촌진흥 프로젝트인 ‘천촌시범(千村示范), 만촌정비(万村整治)’의 경험을 따라 배워 농촌진흥에 박차를 가할 것을 촉구한 점이 눈에 띈다. 줄여서 천만공정(千万工程)으로 불리는 이 프로젝트는 당시 절강성의 4만 여개 촌(村)중 1만 여개를 선정해 5년 동안 생산・생활・생태 환경의 개선 및 농민들의 생활 수준 향상에 역점을 두고 농촌진흥사업을 추진하고 그중 1000여개를 샤오캉 시범촌으로 만드는 사업이었다. 이 사례는 2018년 9월 유엔환경계획(UNEP)이 시상하는 지구환경대상(Champions of the Earth award)중 영감과 행동(Inspiration and Action)상을 수상한 바 있다.


중국은 제19차 당대회를 통해 시진핑 주석의 지도이념으로 당헌에 명기된 ‘신시대 중국특색 사회주의 사상’에서 제시한 체제 유지 및 국가발전 로드맵 실현에 반드시 필요한 전략으로서 농촌진흥전략을 각별하게 중시하고 있다. 이제 농촌진흥전략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으로 시진핑 주석의 천만공정(千万工程) 사례를 제시함으로써 강력한 리더십을 선보이는 한편 전국적인 확산과 가시적인 성과 창출을 재촉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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