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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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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가(豚價)의 현재와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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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이형우
농경나눔터 8월호 | 2019년 8월 1일
이 형 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축산관측팀장)


먹거리가 넘쳐나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들 한다. 그중 국민 먹거리의 대명사로 수십 년 전통(?)을 이어온 삼겹살에 소주 궁합, 먼지를 씻겨준다는 비과학적 확신 범으로 여겨졌던 삼겹살, 이러한 삼겹살 전성시대는 현재도 유효한가? 국내산 돼 지고기에 대한 소비자 충성도는 여전한가? 삼겹살에 소주 궁합은 다가오는 세대 에게도 통하겠는가? 최근의 돈가(豚價) 흐름을 보면 이러한 의문의 답은 글쎄.

 

작년 연말부터 올 초까지 약세를 면치 못하던 돈가는 4월 들어 강세를 보였으나 현재는 작년보다 낮게 형성되고 있다. 약강약(弱强弱)의 흐름을 보이던 돈가는 7월 말 현재 전년과 평년대비 약세의 늪에 빠져있으나, 아직까지는 생산비 이상의 수 준이다. 올해 돈가 흐름의 주요한 특징은 지난 십여 년간 이어져 오던 돼지가격의 계절적 패턴이 무너지는 양상을 보였다는 것이다. 돼지 농장에서는 지난 5년간의 돈가불패(豚價不敗) 영광이 사라지고 불황의 터널로 들어서는 것이 아닌가에 대한 두려움이 엄습해오고 있는 시점이다.

 

국내 돈가 약세의 원인을 알아보자. 돼지고기 공급 측면만을 고려하면 가격 하락 폭을 모 두 설명할 수 없다. 수요 감소 폭이 상대적으로 더 크게 나타난 것으로 추정된다. 먼저 생산 측면에서 2018년 어미돼지(모돈) 사육이 늘면서 올해 출하될 돼지 마릿수는 증가할 것이라 예견되었다. 이러한 돼지 출하 증가는 돼지고기 생산량 증가로 이어지며, 수요가 일정하다 는 가정하에서는 올해 돈가가 전체적으로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였다. 이는 연초 한국 농촌경제연구원의 농업전망과 관측을 통해 밝힌 바 있다. 지난 4월 중국발 아프리카돼지열 병(ASF) 영향에 따른 국제 돼지고기 시장에서의 공포는 일시적 가격 급등으로 이어졌으나 현재는 하향 안정세를 찾아가는 모습이다. 그러나 중국발 ASF 뇌관은 언제든 다시 국제 돼 지고기 시장을 교란하는 변수가 될 수 있다. 해외 관광이 늘어나면서 올 초만 하더라도 ASF 국내 유입은 시간 문제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으나, 방역 당국과 전 국민의 기민한 협력으 로 현재까지 온전히 차단하고 있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다음은 소비 측면에서 접근해보자. 국내산 돼지고기 소비가 예년만 못하다는 목소리가 나 오고 있다. 삼겹살 등 구이문화가 위축되고 있다는 평가다. 저녁이 있는 삶을 추구하고자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직장 갑질을 방지하기 위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등이 시행되면서 직장 내 모임 또는 회식이 줄어들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는 워라밸을 중시하는 문화로 전환되는 과정에서의 산물이라고는 하나, 삼겹살에 소주같은 구이문화 위축은 돼지 업계에서는 반갑지 않다. 세대별로 차이는 있으나 혼밥, 혼술, 편도족(편의점 도시락) 1 인 가구 증가에 따른 식생활 패턴 변화 또한 신선 가공육 시장의 변화를 강요하고 있다. 가 정간편식(HMR) 시장에서 국내산 돼지고기가 소외 받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한편, 이베리코로 상징되는 수입 돼지고기의 공습 또한 우리 돼지고기 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그렇다면 향후 국내산 돼지가격은 어떠한 흐름을 보일 것인가? 올해 하반기에도 출하될 돼지의 양은 작년보다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산과 수입 돼지고기 재고 또한 작년보다 증가한 상황이다. 외부 충격이 없다면 하반기 돼지가격은 작년보다 약세가 예상된다. 이는 농가의 소득 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은 생산성이 낮은 돼지 농가들도 일정 수 준의 소득이 창출되었으나, 하반기에는 소득 발생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예견되는 돼지고기 수급 불균형을 극복하고자 업계와 정부에서는 사전적 노력을 기울이 고 있다. 소비 측면에서는 한돈 소비 촉진행사, 수출선 확보, 생산 측면에서는 자발적 모돈 감축 등 다양한 수급대책이 강구되고 있다. 이러한 대책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현 수급 상황을 면밀히 진단하고, 단기 처방과 장기 대책의 우선순위를 결정하여야 한다. 무엇보다 업계와 정부의 긴밀한 협력과 소통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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