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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링과 건강 연계는 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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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지인배
농민신문 기고| 2015년 10월 28일
지 인 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최근 많은 언론에서 마블링 중심의 쇠고기 등급판정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블링이 잘된 쇠고기를 생산하기 위해선 곡물사료를 많이 급여해야 하기 때문에 생산비가 많이 들고, 이들 쇠고기엔 포화지방이 많아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등급판정제도 개편은 국내 축산업 전반과 육류 소비 등 다양한 분야에 예상치 못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현행 등급판정제도는 축산물 시장개방에 대응해 한우의 고급화를 통한 차별화 정책의 일환으로 도입됐다. 이 제도 덕분에 한우산업이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일 현행 등급판정제도를 손보게 된다면 한우가 외국산 쇠고기와 차별화할 수 있는 개선된 등급제도를 만들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외국산 쇠고기와의 차별화 전략에 차질이 생긴다면 한우산업은 미래를 보장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또 등급판정제도를 변경할 경우 한우 사육과 유통체계도 함께 변경해야 하는 등 예상치 못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것이다. 현재의 등급판정제도는 가축개량, 사양관리, 쇠고기 유통 및 소비 등 한우의 사육과 소비체계에 발맞춰 발전해 왔다.

소비 측면에서 등급판정제도 개선 요구는 마블링이 건강에 해로울 것이라는 우려에서 비롯됐다. 물론 많은 양의 포화지방 섭취가 건강에 나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2014년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쇠고기 소비량은 외국산 쇠고기를 포함해 10.8㎏에 지나지 않는다. 또 국내산 쇠고기의 1인당 소비량은 5.41㎏에 그친다.

2014년 1등급 이상 출현율 58.1% 가운데 지방이 많은 부위 비율이 25.16%(안심 2.02%, 등심 9.72%, 갈비 13.42%)라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국민 한명이 마블링이 잘된 1등급 안심·등심·갈비를 먹는 양은 1년에 790g에 지나지 않는다. 이를 두고 쇠고기의 마블링과 건강과의 관계를 운운하는 것은 기우라는 생각이 든다.

맛에 대한 기준도 문제다. 등급판정 개선을 요구하는 이들은 마블링은 기름이 타는 맛이기 때문에 진짜 고기의 맛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매우 주관적인 문제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삼겹살과 같이 구워먹는 고기를 즐겨먹는 것은 지방이 적절히 섞여 있어 맛있기 때문이다.

시장은 소비자에 의해 움직인다. 마블링 중심이 아닌 다른 사양관리에 따라 비육한 한우고기의 수요가 증가한다면 등급판정기준 역시 변화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소비자 입맛은 마블링이 잘된 쇠고기를 선호하고 있다. 등급판정기준 개편에 보다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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