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목록

KREI 논단

KREI 논단 상세보기 - 제목, 기고자, 내용, 파일, 게시일 정보 제공
2015년 FTA 보기
3462
기고자 정대희
KREI 논단 |  2015년 3월 19일 
정 대 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전문연구원)

2011년 1월 기고한 ‘2011년 FTA 보기’를 작성한지 만 4년이 흘러갔다. 그간 세계적으로 113건의 국가나 지역 간 맺는 각종 무역협정(RTA)이 추가적으로 발효되어 2015년 1월 기준으로 총 398건이 발효 상태다. 전 세계에 237개의 국가가 있으니, 단순히 생각하면 모든 국가가 1개 이상의 지역무역협정에 참여하고 있는 셈이다. 1995년 WTO 체제의 출범 이후 RTA가 급증하여 전체 RTA의 87% 이상이 이 시기에 발효되었다. RTA는 최근 들어 매우 빠른 속도로 체결되고 있는데, 지난 4년간 발효된 RTA만 전체의 28%나 된다. 나날이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국제 무역 환경 속에서 각국들이 자국의 이익을 최대화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사정도 세계적 추세와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가 체결한 절반의 FTA가 지난 4년 사이에 타결되었다. 한‧페루 FTA를 시작으로 호주, 캐나다, 중국 등 7개의 FTA가 타결이 되었고, EU, 페루, 미국을 비롯하여 터키, 호주, 캐나다 등 우리나라의 주요 교역국과의 FTA가 추가적으로 발효되었다. 우리나라는 현재 총 15개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위한 협상을 타결하였고 그 중 11개를 시행하고 있다. 올해 중국, 뉴질랜드, 베트남과의 FTA가 추가로 발효된다면 총 14건의 FTA가 시행되며, 이렇게 되면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보다 실질적으로 FTA를 많이 맺고 있는 나라가 EU, EFTA, 칠레, 터키, 우크라이나 정도 밖에 되지 않게 된다.

 우리나라는 작년 12월부터 2015년 한 해 동안 많은 FTA가 발효되어 우리의 농산물 시장은 더욱 개방될 예정이다. 호주시장에서 일본에 대한 상대적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한‧호주 FTA를 작년 12월 12일에 조기 발효하였으며, 한‧캐나다 FTA도 올해 1월 1일부로 시행에 들어갔다. 현재 정부는 중국, 뉴질랜드, 베트남과의 FTA 발효를 위해 국회 비준을 준비 중이다. 올해가 지나면 일본을 제외한 우리나라의 주요 교역국과의 양자간 FTA는 대부분 마무리 된다. 

 올해 농업 통상 환경의 가장 큰 특징은 양자간 FTA에서 다자간 FTA로의 변화일 것이다. 우리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다자간 FTA에는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있다. 

 여전히 미국 오바마 정부의 무역신속협상권(TPA) 확보와 일본 농업의 민감성 반영  문제 등으로 TPP 협상 타결은 불확실하지만, 전문가들은 TPP 협상이 상반기 중으로는 타결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TPP가 타결된다면, 우리나라의 TPP 가입 문제가 다시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 것이다. TPP 협상의 타결은 RCEP 협상에 영향을 미쳐 RCEP 협상이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왜냐하면 이 두 개의 다자간 FTA는 태평양을 중심으로 G2 국가의 세력다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는 무역 의존도가 높은 구조이기 때문에 국익을 위하여 짧은 기간에 거대 경제권들과 많은 FTA를 체결해 왔다. 빠른 시간에 많은 FTA가 타결되면서 우리 농업은 시장개방에 대한 피로도가 높다. 거기에 다자간 FTA가 또 기다리고 있다니 우리 농업인들의 걱정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

 TPP 협상 참여국 중에는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칠레 등 축산 강국들이 많으나 우리는 이미 이들 국가와 FTA를 체결하였기 때문에 추가적인 시장개방 폭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러한 평가는 쌀을 양허대상에서 제외한 한‧미 FTA 수준으로 TPP 농산물 양허협상이 체결되었을 경우를 가정한 것이다. 현재 미국과 일본의 농산물 분야 상품양허협상은 일본 쌀에 대해 현재의 77만 톤의 최소시장접근(MMA)물량 수준을 추가하는 데 초점이 맞춰지고 있어 우리가 TPP 협상에 참여하려면 이에 대한 신중한 검토와 대비가 요구된다.  

 우리는 현재 RCEP 협상에 참여하고 있다. 중국이 동남아 지역과 체결한 FTA 결과들과 농산물에 민감한 일본과 우리나라가 포함된 다자간 협상이라는 점에서 볼 때, 전문가들은  RCEP 협상이 높은 수준의 시장개방을 요구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RCEP 협상의 결과가 농업분야에 미치는 영향은 TPP 협상보다 클 수도 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는 중국과 낮은 수준으로 FTA를 타결하였지만 RCEP에서 우리의 농산물 시장을 한·중 FTA에 비해 보다 큰 폭으로 개방해야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국가이익이라는 큰 그림을 놓고 보았을 때, 앞서 언급한 거대 규모의 다자간 무역협정들이 체결될 가능성은 높다. 이때까지의 FTA 체결과정을 돌아보면, 이들 다자간 FTA에의 참여는 시간문제라고 생각된다. 농업계의 입장에서는 각 FTA의 영향력과는 관계없이 이러한 통상 환경 변화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우리 정부는 한‧중 FTA를 준비하면서 농업계의 많은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품목별 전문가 회의, 지역별 설명회 등을 많이 개최하였다. 이는 이전의 FTA 협상 때와는 달라진 모습이다. TPP 협상과 RCEP 협상에서도 이해당사자인 농업인들의 의견을 많이 청취하고 협상에 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기존의 FTA 피해대책은 주로 피해품목이 중심이었으나 우리 농업의 체질을 개선할 수 있는 종합적인 대책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물론 일부 품목에서는 품목피해 대책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제는 농업의 경쟁력 제고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 이를 통해 우리 농업이 외풍에도 흔들리지 않는 튼튼한 체력을 키울 수 있어야 한다.  

파일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