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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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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남북한 농업협력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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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권태진
KREI 논단 |  2014년 2월 7일 
권 태 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통일은 대박”이란 말의 포문을 열었고, 연이어 참석한 다보스 포럼에서도 “남북통일은 주변 여러 나라에까지 대박”이라고 강조하였다. 연초부터 ‘통일 대박론’에 불을 지핀 셈이다. 이미 이전부터 ‘통일은 대박인가 쪽박인가’를 두고 많은 논쟁이 있었으나 뚜렷한 결론 없이 보수와 진보 진영 사이에 이념적 갈등만 고조시켜 왔다. 이러한 시점에 대통령이 “통일은 대박”이라고 언급한 것이다. 사실 ‘통일 대박론’에 대한 논쟁의 핵심은 통일의 방법론에 있다. 어떤 방식과 과정을 거쳐 통일을 할 것인가를 상정하지 않은 채 통일 자체만을 논의하다 보니 이념적 갈등만 조장된 셈이다. 심지어 ‘통일 대박론’은 ‘북한 붕괴론’과 다를 바 없다는 주장을 펴는 사람들도 있다. 통일이 쪽박이 아니라 대박이 되려면 남북한 주민 서로가 통일을 원하면서 주변 국가들의 지지를 받는 가운데 통일이 이뤄져야 한다. 비록 주변 국가들이 한반도의 통일을 지지하지 않더라도 남북한 주민만이라도 서로가 통일을 희망하는 상태에서 통일을 이뤄내야 적어도 쪽박은 면할 수 있다. 즉, 통일 대박이 되려면 먼저 우리 국민들에게 통일의 비전을 제시하고 합의점을 찾아야 하며, 북한 주민들에게는 통일에 대한 희망을 갖도록 해야 한다. 주변 국가들에게는 한반도의 통일로 인해 그들에게 피해가 돌아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지역의 평화와 번영이 증진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어야 한다.
            
통일부는 2월 6일 대통령에게 ‘2014년 통일부 업무계획’을 보고했다. 통일부는 “통일 대박” 실현을 위해 한반도 신뢰프로세서를 본격 가동하고 이를 위한 실천 방안을 제시하였다. 그 중 우리 귀에 솔깃한 부분은 북한주민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농축산·산림협력을 추진하고 이를 위한 국제 NGO와의 협력을 강화하며, 정부·민간·연구기관 등 협업을 통한 평화통일 거버넌스를 구축한다는 내용이다. 또한 통일시대의 기반 구축을 위한 3대 추진전략에서 통일부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본격적으로 가동하기 위해 북한주민의 인도적 문제 해결과 인권 개선에 노력하며 남북 모두에게 이익이 되고 동질성 회복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남북교류를 추진하겠다고 하였다. 9대 중점과제의 하나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실현을 위해 남북협력을 추진하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이 모두가 반가운 내용이 아닐 수 없다.

필자를 포함하여 북한 문제에 관심 있는 많은 학자들은 오래 전부터 우리의 대북 정책이 북한의 정치가보다는 주민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래서 대북 인도적 지원은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원이 필요한 북한 주민에게 직접 혜택이 돌아가도록 해야만 진정한 의미가 있다고 했다. 또 우리의 선의를 북한주민들이 체감하기 위해서는 지속성과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도 했다. 이에 더하여 대북 지원과 교류의 범위를 보건의료 분야에 국한할 것이 아니라 농림축산 분야까지 확장할 것을 건의했다. 올해 통일부의 업무보고에는 이러한 내용들이 대부분 반영되어 있다. 그리고 얼마나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북한은 2014년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분위기 조성을 언급한 후 우리에게 여러 차례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내왔다. 2월 5일에는 남북 대표단이 2월 20일부터 25일까지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하기로 합의하였다. 이 기간 중 한미합동군사훈련이 예정되어 있음에도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합의하였다는 것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유화 제스처를 행동으로 보여주기 위한 북한의 의도가 분명히 깔려 있다고 판단되지만 남북관계의 전환을 위해서는 다행스런 일이다. 이를 계기로 북한이 우리에게 어떤 요구를 해 올 것인지 궁금했던 차에 아니나 다를까 북한 국방위원회는 한미합동군사훈련의 중단을 요구해왔다. 정해진 수순이다. 다음으로는 우리에게 경제적 지원 또는 경제교류를 요구를 해 올 가능성이 높다. 유화 제스처 이면에는 경제적 어려움을 타개해야 한다는 북한의 절박한 현실이 바탕을 이루고 있다. 최근까지 북한은 매년 상당한 규모의 무역적자를 지속하면서도 외환수급의 균형은 이뤄왔으나 이제 이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 봉착해 있다. 자칫 민생문제의 해결을 기치로 내세운 김정은 정권이 위기를 맞을 판이다. 지난해 연말 장성택 일파의 숙청으로 북한 내부가 가뜩이나 뒤숭숭한데 경제적 어려움까지 더욱 가중될 경우 정치적 부담은 한층 커질 것이 분명하다. 신년사에서 내세운 여러 가지 개혁 시도도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북한의 상황과 의도를 감안하더라도 대박 통일의 실현을 위해서는 남북관계의 개선이 필요하다. 정부의 농림축산 분야의 대북정책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정책 제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북한이 식량 또는 비료 지원을 요청해 왔을 때 식량보다는 비료 지원을 우선 고려할 필요가 있다. 식량지원은 아직까지 남북한 사이에 분배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장치가 합의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원의 효과성을 둘러싸고 남남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비해 비료 지원은 분배의 투명성에 관한 갈등의 소지가 적으며, 북한의 농업개혁 조치를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효과가 있다. 다만 북한의 지속 가능한 농업을 위해서는 화학비료뿐만 아니라 유기질 비료를 균형 있게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에 두 가지 형태의 비료를 함께 지원할 수 있는 협력의 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만일 남북한 사이에 식량지원의 분배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국제규범에 준하는 모니터링에 합의할 수만 있다면 식량지원도 마다할 이유는 없다.

둘째, 북한이 종자나 농기구 등 온실 및 농축산 자재 지원을 요청했을 때 단순한 물자의 지원보다는 공동영농 시범사업과 같은 형태의 종합적인 농업협력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반도 통일농업의 구현을 위해서는 남북한 사이에 농업기술체계를 일치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일차적으로 종자와 농기계 기술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올해 신년사에서 농업을 경제건설과 인민생활 향상을 위한 주타격 방향으로 삼고 농사에 모든 힘을 집결해야 한다고 했다. 핵심 부문으로 과학적 영농방법을 적극 받아들이며 축산, 온실채소 및 버섯 재배를 확대할 것으로 강조했다. 농업협력은 물자, 기술, 인력이 함께 교류되어야만 더 큰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셋째, 시범조림과 산림병충해 방제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산림병해충 방제사업은 한반도의 생태계를 보전하는 순수한 환경보전 활동이기 때문에 남북한의 정치 상황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시범조림의 경우 조림 자체만으로는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조림도 중요하지만 조림 이후의 관리가 더욱 중요하다. 산림황폐화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지 않으면 애써 조림한 나무를 지키기 어렵다. 따라서 시범조림을 추진하려면 식량문제, 연료문제도 함께 해결해야만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넷째, 북한지역의 경사지 관리에 남북한이 협력할 필요가 있다. 현재 북한 산지의 30% 이상이 황폐화된 실정이다. 이는 외환 확보를 위해 나무를 남벌하고, 식량 확보를 위해 경사지를 무차별적으로 개간한 결과이다. 황폐된 산지의 복구를 위해서는 50조 원이 소요된다는 분석도 있다. 식량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 주민들은 결코 경사지 농사를 중단하지 않을 것이다. 경사지 농사는 토양의 유실을 유발하고 이는 하천이나 호소가 원래의 기능을 하지 못하도록 함과 동시에 자연재해를 유발시킨다. 따라서 적절한 경사지 관리를 통해 식량부족 문제를 완화하면서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다.

다섯째, 한반도의 지속 가능한 농업을 위해서는 축산분야의 협력이 필요하다. 한국은 축산분뇨의 과잉으로 환경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며 북한은 유기질 비료원이 되는 축산분뇨를 확보해야 할 실정이다. 축산분뇨의 교환을 통해 한반도 전체의 토양양분 균형을 이루면서 생태계를 보전할 수 있기 때문에 이는 남북한 상생의 길로 이어진다. 이와 함께 가축 전염병 발생과 전이를 차단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고 축산물의 검역 및 위생관리를 위한 제도를 구축함으로써 남북한 축산분야의 발전과 축산분야 교류를 위한 기반을 닦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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