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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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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보험은 성실한 농업인만을 보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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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최경환
농민신문 시론 |  2013년 12월 18일 
최 경 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얼마 전 ‘가축재해보험 사고’가 언론에 대서특필됐다. 보험사업을 잘 관리해야 할 축협 직원이 오히려 부추겼다니 더 안타깝다.

 사실 모든 보험은 항상 유혹이 따른다. 우선 보험료를 냈으니 당연히 보험금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여기에 조금 더 욕심을 부리면 낸 것보다 훨씬 많은 보험금을 받고 싶어 한다. 그러다가 엉뚱한 생각을 하게 되면 무리하게 되고, 결국 사고로 이어진다. 과거에는 이러한 보험사고들이 발각되지 않고 넘어가 일부 공돈(?)을 번 사람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보험 관련 정보가 상호 교류되기 때문에 언젠가 들통나는 것은 시간문제다. 앞으로 더욱 투명해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더욱이 가축재해보험이나 농작물재해보험 등의 농업보험은 정책보험으로 일반보험과 다르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일반보험은 본인의 부담 능력에 따라 보험금액을 결정할 수 있지만, 정책보험은 본인의 능력 이상으로 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

 예를 들어, 농작물재해보험이 보장하는 최고 수준은 본인의 평년 수확량의 80%(일부 품목은 85%)까지다. 즉 20%는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따라서 재해보험금을 받았다면 그해 농사는 망쳤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본인부담률을 설정하는 첫 번째 이유는 어느 정도의 손해는 본인이 책임지도록 함으로써 성실하게 농사를 짓도록 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소소한 피해까지 보험에서 보상하려면 보험료를 지금보다 훨씬 많이 부담해야 하는데, 이는 농업인에게 큰 부담이 된다. 세 번째는 조그만 피해까지 조사·평가하면 수익보다 조사비용이 더 많이 들어 실익이 없기 때문이다.

 보험금을 받게 되면 다음 해 보험료가 인상된다. 당장 보험금을 받을 때는 좋지만, 장기적으로는 보험료가 인상돼 손해이다. 반대로 보험금을 받지 않으면 보험료는 인하된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또한 손해평가가 부정확해 보험금이 부당하게 지급되면 결국 성실하게 농사를 짓는 사람에게 피해를 주게 된다. 재해가 발생했을 때 손해평가를 정확하고 공정하게 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현재 농작물재해보험 손해평가는 대부분 현지 농업인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현지사정을 잘 알고 농사에도 전문성이 있으며, 비용면에서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맘만 먹으면 손해평가를 가장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재해를 입은 농가가 평소 알고 지내며 친분이 있다는 것 등을 염두에 두게 되면 공정하고 정확한 손해평가는 어려워진다. 따라서 손해평가인은 항상 공정한 평가가 이뤄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아울러 나 하나의 잘못 때문에 열심히 손해평가를 하고 있는 대다수 손해평가인이 오해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농업인도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억지를 부려 손해평가가 공정성을 잃는 일이 없도록 협조해야 한다. 누가 보험금을 많이 받았는지 적게 받았는지는 함께 농사짓는 이웃들이 잘 알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나 보험사업을 운영하는 농협에서도 손해평가인이 공정하고 전문성 있는 평가를 할 수 있도록 교육·연수제도 및 처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손해평가의 공정성과 전문성을 높이려는 노력도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14년째로 접어드는 농작물재해보험이 농가의 건실한 경영안정장치로 거듭나려면 농업보험의 취지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농업보험은 불가항력적인 재해가 발생했을 때 열심히 농사짓는 농가가 폐농하지 않고 재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최후의 안전장치이지 항상 이용해야 할 수단은 아니라는 점이다. 보험에는 가입하고 보험금은 받지 않는 농사가 가장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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