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목록

KREI 논단

KREI 논단 상세보기 - 제목, 기고자, 내용, 파일, 게시일 정보 제공
유라시아 시대의 극동러시아 농업 개발의 방향
4655
기고자 김용택
농경나눔터 농정시선| 2013년 11월호 
김 용 택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최근 러시아는 과거 어느 때보다 극동러시아 경제개발에 적극적이다. 극동지역에 일어나는 지속적인 인구 유출을 안보 문제로 인식하고 이를 억제하고자 극동지역의 산업 발전, 고용 창출, 주택 건설, 인프라 정비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 박근혜 정부도 '유라시아 이니셔티브(2013. 10. 18.)'를 발표하는 한편, 신성장동력의 확보 차원에서 철도, 가스관, 에너지, 물류, 농업 분야에서 러시아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부산을 출발해 북한, 러시아, 중국, 중앙아시아, 유럽까지 관통하는 '실크로드 익스프레스(SRX)'를 구상하고 있고 이렇게 되면 극동러시아는 한국, 중국, 일본과 유럽을 연결하는 고리가 된다. 
 작년 9월 APEC 회의에서 푸틴 대통령이 제안한 바와 같이 러시아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늘어나는 식량수요에 대응하여 동북아 식량공급기지의 역할을 담당하고자 한다. 이렇게 되자 극동러시아 농업 개발을 두고 한국, 중국, 일본 간의 경쟁이 격화되는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이미 지난 4월 러․일 정상회담에서 러시아와 일본이 공동으로 아무르주 농업을 개발하기로 합의하였으며, 지난 해에는 중국이 푸틴의 중국 방문에 맞추어 40억 달러를 극동러시아 농업 개발에 투자하기로 발표하였다. 
 우리나라는 어느 나라보다 극동러시아 농업 개발에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2012년 12월 현재까지 10개 기업이 극동러시아 농업에 진출해 약 4만 ha를 개발하여 7만 톤 가량의 곡물을 확보하였다. 이들 기업들이 극동러시아에 진출한 이유는 갈수록 불안해지는 국제 식량 수급의 불안정에 대비하는 것 이외에도 기업의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북한에 식량을 지원하기 위하여, 극동러시아에 거주하는 고려인을 돕기 위하여 등 다양한 목적이 있다. 아직 이들 진출 기업들의 성과가 뚜렷이 나타나고 있지 않지만, 과거와는 달리 안정적인 농업 개발 기반을 갖추어 나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극동러시아 농업 개발은 높은 잠재력에도 많은 어려움이 존재한다. 추운 기후와 잦은 기상이변, 법과 제도, 관습의 이해 부족으로 인한 시행착오와 불필요한 비용 발생, 노후화된 농기계, 비료․농약 등 농자재 적기 구입의 애로, 전문 영농인력의 확보 곤란, 취약한 유통․물류 인프라, 인허가 처리의 어려움, 통관 지연 등 어느 하나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사항이다. 그럼에도 극동러시아 농업 개발은 분명한 장점을 갖고 있어 지속적인 투자와 체계적인 경영 노력으로 기대 이상의 성과를 얻을 수 있다. 개발을 기다리는 풍부한 농지 이외에도 극동러시아 항만에 곡물 엘리베이터가 건립된다면 어느 지역보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편리한 교통체계를 활용할 수 있어 물류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러시아 연방정부와 극동러시아 주정부의 적극적인 해외투자 유치 정책과 함께 우리나라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정책도 단기적인 농업 투자의 어려움을 극복해야 하는 분명한 동기이다. 또한 극동러시아는 유전자조작 농산물을 허용하고 있지 않아 늘어가는 국내 친환경 사료와 곡물 수요에 부응할 수 있으며,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빠르게 성장하는 동북아 농식품산업의 거점으로 발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유통․물류 인프라 구축의 필요성

 이런 장점과 기회를 살리기 위해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은 농업생산성 제고를 통해 높은 잠재력을 현실화 시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농기계의 효율적 공급․운영체계 확립이다. 러시아 농업은 대규모 조방농업이기 때문에 효율적인 농기계의 공급․운영 체계를 갖추지 않으면 절대 성공할 수 없다. 따라서 이를 위한 구체적인 운영․활용 계획이 시급하다고 할 수 있다. 
 농업생산성 향상과 동시에 필요한 것은 극동러시아의 철도와 항만을 중심으로 유통 인프라와 물류 인프라를 시급히 구축하는 일이다. 극동러시아 농업을 포함하여 러시아 전체 농업생산성이 구소련에 비하여 크게 낮아진 것은 배급제 붕괴로 농업생산체계와 분배체계가 끊어졌기 때문이다. 농업의 생산과 분배를 이어줄 수 있는 방법은  생산된 곡물을 해외로 수출하거나 축산물 생산의 원료로 활용하는 것이다. 곡물 수출이 확대되거나 축산업이 발전하여 곡물 수요가 늘어나면 자연히 농업 생산도 늘어나게 된다. 이렇게 해외 수출 확대와 축산업 발전으로 농업생산과 분배를 이어주면, 러시아의 풍부한 생산 잠재력은 농업생산성 향상으로 실현될 수 있다. 이런 인식에서 연방정부의 극동러시아 농업 발전 방향도 유통․물류 인프라 구축과 축산업 발전으로 설정되어 있다. 이런 러시아 측의 강한 수요를 인식한다면 우리의 극동러시아 농업 개발 방향도 뚜렷해진다. 
 우리나라 진출 기업이 규모화된 농업 생산 기반을 갖추려면 곡물 생산을 기반으로 한 축산물 생산․유통 기반 구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비육우의 낙농 기반을 다지고 사료공장을 건립하여 사료산업의 기반도 함께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극동러시아의 낮은 축산물 자급률과 중국 동북부의 빠른 축산 수요 증가를 감안한다면 생산한 축산물을 어떻게 팔 것인지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와 같이 곡물 생산과 축산물 생산의 연계구조는 자연히 극동러시아의 농업 개발 방향을 순환농업 구축으로 이어지게 한다. 그러므로 한국 농업의 극동러시아 농업 진출 방향은 어떻게 효과적으로 순환농업을 구축할 것이며, 어떻게 농기계 공급과 운영체계를 확립할 것인지, 또한 어떻게 가공․저장시설, 철도와 항만시설의 건립과 개선 등을 통해 유통․물류 인프라를 개선할 것인지에 모아지게 된다.        
 한편 국내 식량안보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연해주에서 생산한 곡물을 국내로 반입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이런 체계를 갖추는 것은 결코 쉬운 과제가 아니다. 왜냐하면 해외에서 생산된 식량을 국내로 반입하려면 해외에서 생산한 곡물의 국내 도착가격이 주요 곡물메이저의 국내 입찰단가와 경쟁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생산 단계부터 국내 반입까지 일정한 국제경쟁력을 확보해야 국내 반입이 가능하다는 의미가 된다. 이를 위해서는 생산 단계에서부터 농업생산성을 높여 경제적 타당성을 확보하고, 국제 곡물메이저들과 비교하여 어느 정도의 수출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야 하며 국내의 관세 및 검역 등 반입 조건도 충족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극동러시아 농업 개발은 거시적으로 아시아 식량공급기지를 선점하고 러시아의 극동경제개발정책에 부응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극동러시아의 경제개발 효과가 가장 빠르게 나타날 수 있는 분야가 농업 개발 분야이기 때문에 농업생산성 향상, 농산업단지 구축, 극동러시아 항구의 곡물터미널 건립 등은 극동러시아의 경제개발을 실현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파일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