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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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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농업의 진화, 농업을 매개로 한 새로운 공동체 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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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태곤
 
농경나눔터 농정시선 | 2013년 7월호 
김 태 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도시농업이 주목을 끌고 있다. 가정원예부터 텃밭농원, 농업공원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전개되고, 참여자도 가족단위의 시민, 학생, 고령자 등 남녀노소를 망라하고 있다. 농촌지역의 농업이 글로벌화 충격이나 고령화 영향으로 고전을 하고 있는 점과는 대조적이다. 이에 도시농업이 가지는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고, 새로운 매력을 창출하여 진화해 가는 방향에 대해 살펴보려 한다.

 도시농업은 속지주의와 속인주의 등 두 가지 다른 관점에서 실태를 파악할 수 있다. 먼저 토지중심에서 본 도시농업이란 도시지역 안에서 행해지는 농업을 말한다. 특징은 주로 도시 주변지역에 잔존하는 쌀 농업을 비롯하여 과수나 채소 등의 노지농업, 종묘․채소․화훼 중심의 시설농업, 시민들이 체험이나 자가 소비용 채소 등을 생산하는 텃밭농원, 그리고 농업공원 등이 있다.


도시농업은 과밀 도시사회를 치유

 다음으로 도시농업에 참가하는 주민 중심에서 보면 좀 더 재미있고 일정한 방향성을 찾아볼 수 있다. 가정의 정원이나 베란다, 옥상 등에서 자가 소비용 채소를 재배하는 가정, 텃밭농원이나 학교텃밭에 참가하는 시민이나 학생, 그리고 농촌지역의 농가와 직거래하거나 교류로 발전하는 시민, 단체, 기업, 기관 등이 있다. 특히 텃밭농원에서 농업체험을 통하여 공동체가 형성되고, 이러한 공동체가 농업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농촌지역과의 교류로 발전하는 것이 최근의 새로운 모습이다.

 도시 주민이 왜 농업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가? 도시 주민은 과밀 도시생활에서 농업에 대한 체험을 경험하면서 얻는 만족감, 스스로 생산한 신선한 농산물을 가족이 함께 소비하는 자산자소(自産自消)의 즐거움, 작물의 생육과정 관찰이나 농작업 활동을 반복하면서 얻는 심신의 자극, 그리고 환경이나 생태보전, 경관형성, 기후순화, 공기나 수질개선 등을 높게 평가한다. 농업이 가지는 다원적 기능을 직접 수혜함으로써 도시생활의 질이 향상하고 있는 것이다. 과밀 도시사회를 치유하는 것이 바로 도시농업의 매력이라 할 수 있다.

 도시농업은 진화한다. 우선은 손쉬운 가정원예에서 출발하여 농업에 대한 관심이나 흥미가 유발되면 가족단위로 텃밭농원에서 자가 소비용 채소를 생산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다원적 기능에 대한 이해를 높인다. 궁극적으로는 농촌지역과의 직거래와 교류로 발전하고 귀농으로 이어져 농촌활성화에 기여한다.

 재미있는 사례가 있다. 경기도 고양시 일원에는 현재 700여 가구, 13개 텃밭농원을 연결하는 '고양도시농업네트워크(이하 고도넷)'가 결성되어 도시농부의 활동이 활성화되고 있다. 고도넷은 텃밭 참가자들의 공동작업에 의한 공동생산과 공동배분을 기본으로 하고, 일부는 개인텃밭으로 운영하고 있다. 텃밭농원을 중심으로 하여 한 해 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시농제를 비롯하여, 직접 생산한 농산물로 만드는 요리 품평회, 가을의 수확축제 한마당, 토종씨앗 나눔대회, 김장김치 페스티벌 등 다양한 행사를 통하여 우선은 도시농부 간의 공동체성 형성을 심화하고 있다. 또한 인근 중학교에 농업체험의 기회를 제공한다.


도시텃밭에서 농업의 6차 산업화 전개

 고도넷은 도시공동체 형성을 계기로 하여 원주시의 신화마을영농조합과 교류를 확대하고 있다. 신화마을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이나 가공식품을 고도넷이 구매하고, 신화마을은 농악공연 등 농촌문화를 고도넷에 제공한다. 이와 같은 고도넷 주도의 도농 교류는 신화마을의 활성화에도 기여한다. 신화마을에서 주민을 조직화하여 마을을 끌고 가는 중심인물 또한 도시 귀농자이다.

 고도넷과 신화마을과의 관계는 먼저 고도넷이 도시텃밭에서 농업을 매개로 공동체를 형성하고, 이러한 공동체가 중심이 되어 신화마을과의 직거래 교류로 확장되어 안전한 농산물과 가공식품의 구매자가 되고, 신화마을은 문화재능을 고도넷에 제공하는 등 도농간 교류로 발전하는 권장할만한 사례이다. 요약하면 고도넷은 종자확보에서, 농업생산, 식품가공, 교류까지 일관된 활동을 전개한다. 이것이야말로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농업의 6차 산업화'의 전형이다. 또한 텃밭 내 참가자 간의 교류에서 텃밭 간 교류를 거쳐, 텃밭과 농촌 간의 교류로 발전한다. 고도넷의 6차 산업화 활동을 다른 텃밭공동체나 농촌지역 마을 등으로 확산하는 것도 새로운 과제이다.

 도시농업은 단순한 도시주민의 농업 체험이나 농산물 생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텃밭농원으로의 참여를 계기로 도시지역에서 상부상조하는 농업공동체를 형성하고, 농촌지역과의 직거래와 교류로 연결됨으로써 농촌활성화에도 기여한다. 지금의 도시농업에 대한 열기를 살려서 도시주민의 텃밭농원 참여를 확대하는 동시에 다원적 기능을 확산하고, 이를 기반으로 도농교류의 장을 넓혀나가는 노력이 요구된다. 이것이 도농상생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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