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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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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유통구조개선 정책의 효율적 접근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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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전창곤
농경나눔터 농정시선  |  2013년 6월호 
전 창 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효율적 농산물유통은 농산물이 생산되어 최종 수요처에 도달하는 흐름의 과정에서, 흐름의 통로가 막히는 병목현상이나 통로가 굽어지는 왜곡현상 없이 일정한 속도로 일정한 물량이 투명하게 흘러가는 것을 의미한다. 유통통로의 막힘 현상이 없다는 것은 전체 유통과정에서 병목현상 없이 수급과 가격 안정성이 확보되고 고효율적인 물류가 실현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유통 통로의 굽음 현상이 없다는 것은 전체 유통과정에서 필요 없거나 중복되는 유통기능이 배제되고, 불필요한 유통단계나 유통기구 또는 상인이 존재하지 않음으로써 필요 없는 유통비용이 발생되지 않는 고효율·저비용의 유통체계를 의미한다. 그러므로 농산물 유통개선의 핵심 과제는 유통과정의 '막힘 현상(병목현상)'과 '굽음 현상(왜곡현상)'을 개선함으로써 생산자는 안정적으로 제값을 받고, 소비자는 거품이 없는 적정 가격을 지불하고, 상인은 독과점 이윤이 아닌 수행 기능에 적합한 정상이윤을 얻는 것이다. 

 

 그동안 정부는 농산물유통의 병목현상과 왜곡현상을 없애기 위하여 다양한 정책과 관련 사업을 추진해 오고 있다. 그럼에도 농산물유통에서 공정성, 효율성, 안정성의 세 가지 문제는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수많은 정책과 수단을 동원하고 막대한 정부 재정이 투하되었음에도 생산자와 소비자는 물론 정책 담당자가 농산물 유통 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될 수 있다.

 

 하나는 급변하는 환경변화를 예지하여 선도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대부분 이미 변해버린 환경을 따라잡으려고 하는 유통정책의 추종형 대처법이다. 두 번째는 유통을 '흘러서 통한다'는 개념에서 바라보지 않고 문제가 발생하는 위치(산지, 소비지, 도매시장, 생산자단체, 소비자 등)나 요인(거래행위, 거래제도, 물류문제 등)별로 대응하는 개별적?독립적 대처법이다. 그리고 세 번째는 유통문제가 발생하면 문제발생의 핵심요인을 선택해 집중 대처하기보다 수많은 파생문제까지도 중복적으로 대응하는 무차별적 대처법이다.

 

 추종형 대처법은 투하비용에 비해 효율성이 극히 낮은 대응법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대부분 환경의 변화 속도가 대응속도에 비해 빠르기 때문에 한 가지 문제에 대응하면서 관련 투자도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환경이 도래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효율적인 유통정책 수립과 정책수단의 결정은 유통환경 변화에 대한 예지능력을 높여 훨씬 빠른 속도로 정책에 대응할 수 있게 한다. 예를 들면 2010년 9월부터 김장철까지 마치 쓰나미처럼 전국을 강타한 배추대란의 경우 국민이 하루도 빠짐없이 먹어야 되는 수요 특성, 언제라도 수급의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는 재배상의 특성, 저장이 극히 어려운 유통상의 특성 등을 고려하여 미리 장기적인 정책수단을 마련하였다면 어느 정도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었을 것이다.

 

 다음으로 유통문제에 대한 독립적·개별적 대처법은 단기적으로 관련주체의 애로점이나 문제점을 풀어줄 수는 있으나, 전체 유통과정에서 순흐름의 순환의 막아 유통단계 간 병목현상을 발생시켜 유통비용의 증대와 투자효율성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예를 들면 산지유통의 문제가 더 부각되고 산지유통주체의 요구가 거세어지면 유통정책의 대상과 목표 그리고 투자대상은 산지로 집중된다. 이렇게 되면 결국 소비지, 특히 도매시장 등에서 산지의 요구를 수용하지 못해 병목현상이 발생하는 요인이 된다. 반대로 산지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집중적인 소비지 투자 역시 유통단계 간 병목현상을 초래하는 요인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유통단계별 병목현상과 왜곡현상의 결과로 나타나는 저효율성과 고비용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유통단계 간·유통주체 간 효율적인 연계를 통하여 유통의 흐름에서 공급사슬관리(SCM)나 분산사슬관리(DCM) 등이 가능한 종합적 대처법이 필요한 것이다.

 

유통구조개선 정책에 대한 접근방법 바뀌어야

 

 마지막으로 유통문제에 대한 무차별적 대처법은 문제 발생의 핵심요인 발굴을 통한 선택과 집중적인 대응이 되지 못하고, 핵심에서 파생되는 유사한 문제까지 중복투자 또는 분산투자가 이루어짐으로써 유통정책과 투자의 비효율성을 초래한다. 즉, 유통문제를 야기시킨 핵심에 접근하여 줄기처럼 연결되고 뻗어있는 유사한 문제들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일석다조(一石多鳥)의 대응이 이루어지지 못하였다고 할 수 있다.

 

 지난 5월 27일 정부는 4개 부처(농식품부, 기재부, 공정위, 중기청) 합동으로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 종합대책'을 발표하였다. 정부가 발표한 과거 유통정책 평가에서 유통구조 개선 기본방향과 추진방안은 대체로 현실성과 구체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과거 유통정책의 평가나 이를 바탕으로 한 유통구조개선 방향과 추진방안에서는 기발할 정도의 새로운 아이디어나 용어가 잘 보이지 않는 것도 하나의 특징이다. 이 같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하나는 농산물 유통의 문제 자체는 장기간을 두고 크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궁극적으로 유통에 참여하는 주체들의 목적이 서로 일치하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국내 유통구조의 기반이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다른 하나는 과거 유통정책 수립·집행의 효과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는 사실을 의미할 수도 있다. 즉, 유통정책의 수립·운용에 대한 접근 방식이 앞에서 지적된 세 가지 접근방법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였다는 사실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최근 농산물유통에 영향을 미치고 유통체계를 규정하는 수많은 환경변화의 속도는 점차 가속화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장기간에 걸쳐 사고되고 인식되어온 농산물유통에 대한 거래와 물류의 패러다임도 최근에는 패러다임이라고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그러므로 정책수립·집행자, 연구자 등의 유통구조개선 정책에 대한 접근방법이 변화되어야 할 것이다. 그것은 한마디로 추종형 대처법에서 예지적?선도적 대처법으로, 독립적·개별적 대처법에서 연계적·일관적 대처법으로, 무차별적 대처법에서 차별적 대처법으로 대응하는 사고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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