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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드라마 속에서 본 지역사회복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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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조미형
KREI 논단 |  2013년 6월 5일 
조 미 형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연구원에서 일하기 시작하면서 챙겨 보기 시작한 드라마가 하나 있다. 일요일 아침 9시에 방영하는 ‘산너머 남촌에는 2’라는 드라마인데 농촌 마을을 배경으로 일어나는 일상을 다루고 있다. ‘전원일기’나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 등의 유사한 드라마들이 가족이 함께 TV 앞에 모이는 저녁 시간대에 방영되던 것과 달리 시청자들에게 외면 받는 시간으로 밀려났다. 방영 시간대는 농촌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지난 6월 2일 ‘돌아온 장박사’편은 농촌지역 사회복지를 고민하고 있는 나에게 생각할 몫을 던져 주는 내용이었다. 남편 사별한 후 토지를 모두 팔아서 아들에게 주고, 서울 아들네로 이사를 갔던 할머니가 마을로 다시 내려오면서 벌어지는 상황을 그렸다.

 

 평소에 자존심 강한 할머니는 본인의 처지를 이웃에게 알리지 못하고, 전기 공급도 끊긴 빈 집에서 지내면서 마을회관에서 김치와 식재료들을 몰래 가져다가 끼니를 해결하고 있었다. 마을회관에서 식재료가 조금씩 없어지는 것을 알아채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부녀회장과 마을이장이 의논하게 된다. 논의하는 과정에서 이런 일을 막기 위해서 앞으로는 “마을회관 문을 부녀회장이나 마을이장이 아침·저녁으로 잠그고 열자”, 가져간 사람 스스로 반성하도록 “마을회관 문에 회관 물건에 손대지 말라고 공지문을 붙이자” 등의 의견과 함께 “없어지는 것들이 값나가는 물건이 아니고 음식인 것을 보면, 누군가 사정이 어려워 가져다 먹고 있을 수도 있으니, 좀 더 지켜보자”는 의견이 나온다.

 

 사람과 사람이 더불어 살다보면 오해나 갈등이 생겨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눈앞에 벌어진 상황 자체에 대한 비판을 하기에 앞서 한 발짝 뒤에서 그런 상황에 이르게 된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면, 각자 처한 상황이 다름을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을 것이다.

 

 몇 달 전부터 비어 있던 집에 사람이 들어가는 것을 본 이웃사람은 다른 이들에게 이 할머니의 근황을 묻는다.

 

 우리 마을 어느 집에 누가 사는지 서로 얼굴을 알고 지내기 때문에 평소와 다른 점이 이웃에 의해 발견될 수 있는 것이다. 복지도우미, 나눔이웃, 희망나누미 등 다양한 이름으로 지역사회 내에서 복지서비스가 필요한 대상자를 발굴하는 역할을 부여하여 운영하고 있다. 주변에 관심 갖고, 이웃을 돌보는 것이 더불어 사는 것의 출발이기 때문일 것이다.

 

 할머니의 소원은 평생을 살아온 그 집에서 돌아가시는 것이다. 이 할머니에겐 아들과 딸이 있지만, 부모를 외면하고 있다. 이 때 마을주민들이 할머니와 함께 살기 위한 노력이 그려졌다.

 

 우선 마을 주민들은 밑반찬들을 챙겨서 갖다 드렸다. 마을 청년들은 할머니 집에 도배를 하였다. 주민인 면사무소 공무원은 전기가 공급되도록 조치를 취하고, 국민기초생활수급자 요건이 되는지 확인한다.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해 수급자로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되자, 긴급지원제도를 활용하여 급한 대로 일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하였다. 그 밖에 필요한 부분은 마을 주민들이 십시일반 도우면서 함께 지내기로 하였다.

 

 그렇다면, 이 지점에서 정부, 민간 사회복지부문, 지역사회 주민 등 각각은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정부에서는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인 사회안전망을 제공해야 한다. 이 드라마에서 면사무소 공무원을 통해 제공받을 수 있는 지원 내역에 해당할 것이다. 내가 위기 상황에 놓였을 때 국가는 나의 안전망이 되어 줄 수 있는지, 국가가 제공하는 사회안전망은 충분한지 질문해야 한다. 혼자 숨어서 지내시는 할머니를 발견하는 것, 즉 사각지대에 놓인 대상자 발굴은 지역사회 주민의 역할일 것이다. 가까이에 사는 이웃이 가장 쉽게 빠르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민간 사회복지부문은 정부의 제도나 정책이 정한 자격요건에 부합하지 않지만, 이 할머니처럼 서비스나 지원이 필요한 경우 울타리가 되어 줄 수 있어야 한다. ‘수급 자격이 있는’ 사람이 아닌 욕구가 있는 사람, 문제가 있는 사람,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공공보다 탄력적으로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는 장점이 민간에게는 있어야 한다.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주민들 스스로 지역사회 안에서 함께 살아가는 데 있어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이 필요한지 파악하고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는 과정에서 정부, 민간 사회복지부문, 주민 등 각각의 역할을 분담하고 이를 수행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사회복지실천이 지향하는 지역사회복지이고, 또한 공동체성 회복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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