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목록

KREI 논단

KREI 논단 상세보기 - 제목, 기고자, 내용, 파일, 게시일 정보 제공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을 위한 농가소득 및 경영안정화 방향
3080
기고자 윤석원
농경나눔터 농정시선 | 2013년 3월호
윤  석  원 (중앙대학교 교수)

농가 소득 및 경영안정화란 농가가 경제활동을 통해 얻는 소득으로 안정된 생활을 영위하는 것이다. 이것만 실현되면 농정의 90%는 달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식량주권, 식량과 안보, 농업농촌의 다원적 가치 제고 등이 농정 핵심임은 틀림없지만 농가소득 및 경영안정 없이는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1980년대 개방농정 이후 농산물 수입이 확대되었고, 1995년 WTO체제가 출범하면서 농산물 시장 개방은 가속화되었다. 이런 과정에서 농정 핵심은 규모 확대와 전업농 중심의 구조조정을 통해 생산비를 절감하고 가격을 인하하여 수입농산물과 경쟁하는 정책이 주류를 이루었다. 막대한 자금이 투융자되었음은 물론이다. 이런 정책 기조 하에서 우리의 농축산업은 생산량이 꾸준히 늘어나 매년 1~2%씩 성장해 왔고, 규모화가 어느 정도 이루어졌으며 사시사철 과일과 채소를 소비할 수 있게 되었다.  

 

직불제 과감하게 단순화하고 재정 확대해야

 

농가 소득 및 경영안정을 위해 직접지불제를 통한 소득보전정책과 농가경영안정을 위한 농어업재해보험 등이 시행되고 있다. 직접지불정책만 하더라도 쌀소득보전직불제(2002), 경영이양직불제(1997), 친환경농업직불제(1999), 조건불리지역직불제(2004), 경관보전(2005), 밭농업직불제(2012), FTA피해보전직불제(2004) 등을 시행하고 있으며 연간 약 1조 5천억 원 정도의 직불금을 지불하고 있다. 농작물보험제도는 2001년 사과와 배 2개 품목으로 시작해 2012년 35개 품목으로 확대되어 시행되고 있고, 가축재해보험, 양식수산물재해보험 등도 시행되고 있다.

 

  그럼에도 문제는 농가경제가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농가의 호당 실질소득은 1996년 3,255만 원에서 2011년에는 87.7% 수준인 2,855만 원으로 감소했다. 농가소득 하락의 주요인으로 농가교역조건의 악화, 농산물가격변동성의 증대, 농가인구의 고령화와 가구원 수의 감소, 농외소득의 증가세 둔화, 소득 불안정성의 확대, 농가 간 소득격차 확대로 인한 저소득농가의 증가, 최저생계비 이하 농가비중의 지속적 증가 등을 지적했다. 쌀 실질소득만 하더라도 쌀 직불금을 포함해 2005년에 133,323원(80kg)이던 것이 2011년에는 99,359원으로 약 25%나 하락했다(농협경제연구소).  

 

  이와 같이 농가 소득 및 경영안정을 위하여 다양한 정책들을 시도해 왔고, 현재도 시행하고 있음에도 농가소득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경영이 불안정해졌다면 정책이 실패한 것을 인정하고 근본적으로 농정의 틀을 바꿔야 한다. 소득보전과 동시에 식량주권과 다원적 가치 제고를 위한 직접지불제도는 과감하게 단순화하고 재정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7가지로 이루어진 현행 직불제도를 논과 밭의 면적을 중심으로 일정액 지불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예컨대 논은 1평당 1,000원(현재 쌀고정직불금은 평당 267원), 밭은 1평당 500원 정도로 일률 지급하는 방안이다. 논을 약 80만ha, 밭을 약 50만ha로 가정할 경우 3조 1,500억 원 정도의 자금이 필요하게 된다. 논이나 밭의 소유 및 이용형태나 지역여건에 따라 지불액을 조정할 수 있을 것이고, 지급조건도 적절하게 설정해야 함은 물론이다. 이러한 직불제를 가칭 '통합직불제'라 이름 붙일 수 있다. 문제는 자금인데 의지만 있다면 현재의 감축대상보조금 1조 5천억 원과 가능한 최소허용보조금 약 4조 원 중 2조 원을 운용하거나, 소득보전특별법을 제정하여 기금을 조성하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농산물 가격 최대한 시장기능에 맡겨 연도·계절별 변동성 인정해야

 

  이 때 중요한 것은 농산물 가격은 최대한 시장기능에 맡겨서 연도별·계절별 변동성을 인정해야 하며, 정부는 물론 생산자나 소비자 모두가 받아 들여야 한다. 특히 최근 기후환경변화로 인한 수급 불균형으로 가격이 오를 경우 정부는 어김없이 할당관세를 인하하여 수입을 독려함으로써 농가의 불만과 원성을 사는 일이 허다하며, 이러한 현상이 더욱 잦아질 우려마저 있다. 이와 같은 일이 지속될 경우 농가소득의 불안정으로 이어지고 농가의 상실감은 결국 국내 농업생산기반의 붕괴를 초래할 우려가 높아진다.

 

  물론 농산물 가격이 급등할 경우 소비자 중에서도 저소득층에게는 큰 부담이 되기 때문에 현행 농안법에 의한 비축제도를 잘 활용해 적정수준 이상 가격이 폭등할 경우에는 방출을 통해 가격안정을 기할 필요는 있을 것이다. 따라서 농산물 가격의 상하한선을 미리 설정해 상한선을 넘으면 정부비축물량을 풀고 하한선보다 떨어지면 하한가격을 보장하는 방안을 동시에 시행할 필요가 있다. 이는 현재의 비축제도를 잘 활용하면 가능할 것이다.

 

  경영위험을 줄이는 경영안정화 방안으로 현재의 농어업재해보험제도를 좀 더 확대하여 시행할 필요가 있다. 가입률 제고, 품목확대, 보험금 지급조건 완화 등이 필요하다. 이뿐만 아니라 농협이나 영농조합, 생협 등을 통한 계약재배 확대로 농산물 직거래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유통비용을 줄이고 수취가격을 높여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함은 물론이다.

 

  통합직불제나 농어업재해보험제도 등을 확대 시행할 경우 과잉생산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크다. 염려가 없는 것은 아니나 식량안보나 식량주권, 그리고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을 염두에 둔다면 크게 우려할 일은 아니다. 또한 보조금 때문에 과잉생산이 된다는 논리는 지나치게 농업경제현상을 단순하게 보는 데서 오는 오류일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농민들의 생산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가격수준, 단수, 생산수단, 기후조건, 유통구조, 소비자 기호, 판매 가능성, 기대소득, 안전관리, 정책 등 현실적으로 한두 가지가 아니다. 만약 보조금이 생산에 영향을 미친다면 그것은 여러 가지 요인 중 하나일 뿐이지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이다. 농가소득이 어느 정도 확보되고 경영이 안정화된다면 후계인력 확보는 물론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이 자생적으로 달성될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가져본다.

파일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