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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물 수급ㆍ가격 안정화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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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한석호
서울경제 기고| 2012년  10월  26일
한 석 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지난 2007년 이후 국제곡물 가격의 변동성이 심화되고 있다. 국제곡물시장은 주요 생산국에서 소비한 뒤 수출하는 원시적인 구조를 가진데다 교역량도 총 생산량의 15% 안팎에 불과해 생산량이 조금만 변해도 가격이 크게 변동한다. 수입국은 다수지만 수출국은 소수여서 독과점이 심해 곡물 메이저와 주요 생산국의 정책에 큰 영향을 받는다. 세계무역기구(WTO) 출범 이후 수출국의 가격 변동이 수입국에 그대로 전가되고 최근 들어 전세계적으로 국가별 가격 변동이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는 주요 곡물인 옥수수ㆍ밀의 자급률이 각각 1% 내외로 사실상 자급 기반을 잃었다. 콩 역시 자급률 9% 내외로 일부 식용을 제외하면 거의 수입에 의존한다. 우리나라의 곡물 수급 및 가격 안정화 방안은 국내 차원에서의 대응, 수입국 간의 지역적 대응, 국제공조 등 크게 세 가지 차원에서 모색할 수 있다.

 

원료곡 비축 지원ㆍ관세 탄력 운용

 

  국내 차원의 대응 방안으로는 첫째, 국내 자급률 제고를 들 수 있다. 국내 곡물의 가격경쟁력을 높이고 생산량을 늘리려면 소득보전직불제 등 생산 인센티브를 부여해 겨울철 유휴농지(벼 재배면적의 52%)에 밀ㆍ보리ㆍ조사료 등 동계작물 재배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 농지 전용 규제를 강화해 무분별한 농지 감소를 막고 늘어난 생산량을 소비할 국내시장도 개척해야 한다.

 

  둘째, 수입곡물 가격 안정을 위한 정부 지원이다. 정부가 저율관세할당(TRQ) 물량을 국내시장에 방출할 때는 판매가격을 낮추고 곡물 가격이 오를 때는 할당관세를 운용할 필요가 있다. 수입곡물 비축물량을 늘리되 국내산 가격 안정을 고려할 수 있는 범위도 설정해야 한다.

 

  셋째, 곡물수입관련 자금지원 확대 및 우대다. 민간업체의 원료곡 비축기간(현행 약 1개월)을 2~3개월로 늘리려면 이장 등 비용을 보전하고 중장기적으로 쌀 이외 곡물 비축제도와 연계해야 한다.

 

  넷째, 낭비적 음식문화를 개선, 곡물 수입량과 음식물쓰레기 처리비용을 줄여 비상시 가격 안정을 위한 지원자금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1인당 연간 음식물쓰레기 발생량은 102㎏(2009년)으로 연간 쌀 소비량보다 많다. 연간 음식물쓰레기 처리비용은 8,000억원으로 2010년 밀 수입액 9,000억원과 비슷하다.

 

  수입국 간의 지역적 대응 방안으로는 우선 서로 협력해 지역 식량비축제도 및 기금 마련을 추진할 수 있다. 실제로 자연재해가 발생해 정상적인 방법으로 쌀을 구하지 못하는 경우 각국이 약정한 쌀을 상호 지원하는 '아세안(ASEAN)+3 비상 쌀 비축제도'를 도입하는 협정이 7월 발효됐다. 곡물 수출국들의 보호주의로 글로벌 차원에서 식량비축제도 및 기금 마련에 합의점을 도출하기란 매우 어렵다. 수출국들은 비축량이 늘면 가격과 농가소득이 하락해 생산량 감소를 초래한다는 이유로, 비축제도는 운영비용이 과도하게 든다는 이유로 반대한다.

 

  둘째, 해외농업개발과 수확량을 늘리기 위한 기술이전교육이다. 양호한 농업환경임에도 불구하고 투자자원이 부족한 지역과 농업개발협력을 강화해 곡물을 안정적으로 수급하고 생산ㆍ유통 인프라 구축을 위한 투자 기여분에 대한 처분권을 보장 받는 협정을 체결해야 할 것이다.

 

WTO 국제무역규칙도 재조정 노력을

 

  개별국가의 정책만으로는 국제곡물 가격 상승 대응에 한계가 있으므로 다자협의체 및 곡물 수출국과의 양자 면담을 통해 국제공조도 추진해야 한다. 무역자유화에 따른 국제적 가격 전이효과를 낮추려면 지나치게 엄격한 WTO 국제무역규칙을 재조정하고 곡물에 대한 고정관세를 변동관세로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국제곡물 수입단가가 낮을 경우 관세를 평년 수준만큼 올려 기금을 마련하면 수입단가가 급등할 때 평균 수준으로 유지시켜 변동성을 완화하는 데 쓸 수 있다. 또한 생산량을 높이기 위해 정부보조 규제를 완화하기 위한 국제공조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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