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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곡물가격 급등과 애그플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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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한석호

경향신문 시론| 2012년  9월  3일
한 석 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20세기 들어 국제 곡물가격은 여러 차례 급등했고 변동성도 커지고 있다. 특히 2007년 이후 그 변동성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국제곡물 시장은 ‘엷은 시장(thin market)’으로 교역량은 생산량의 10% 내외이며, 수요에 대해 가격 반응이 비탄력적이어서 생산량이 조금만 변해도 가격이 크게 변동하게 된다.

 

  최근 국제 곡물가격의 특징은 크게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10년간 국제 곡물가격이 2배 정도 상승했다. 둘째, 주요 곡물 가격간에 연동성이 심화됐고, 에너지 가격과의 연계성도 심화됐다. 셋째, 가격 변동의 주기적인 흐름이 과거에 비해 짧아졌다. 과거에는 7∼8년 또는 10년 주기로 가격 등락이 있었다. 그런데 2008년 이후에는 그 흐름이 3.2년, 1.1년으로 점점 짧아지고 있다. 넷째, 가격의 하방경직성이다. 2008년 이후 가격이 오를 때는 60%까지 치솟다가, 떨어질 때는 최대 15%정도밖에 하락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러한 특징은 근본적으로 소비량이 공급량보다 많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바이오에너지 수요와 중국·인도를 비롯한 신흥시장의 육류 소비 증가로 곡물소비량이 증가하는 반면, 토지자원의 제약으로 생산량 증가에 한계가 있는 상태에서 기상이변으로 곡물생산량이 들쭉날쭉하기 때문이다.

 

  그 중 가장 심각한 것은 지구온난화에 따른 이상기후 문제다. 올해만 보더라도 미국의 52년 만의 가뭄, 러시아, 남미의 가뭄으로 생산량이 크게 감소하면서 국제 곡물가격이 상승하는 추세이며, 2012년 현재 국제 곡물가격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여기에 전 세계적인 저성장 경제구조가 되다보니 각 나라에서 금리를 낮추는 정책을 경쟁적으로 펼치고 있다. 그러다보니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유동성 자금이 곡물시장으로 흘러들어와 곡물가격 폭등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 국제 곡물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미국과 러시아 등 주요 곡물 생산국의 기상악화로 밀, 옥수수, 대두의 기말재고율은 작년보다 각각 3.9%포인트, 2.4%포인트, 0.4%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국제 원유가격이 상승하고 달러화 가치가 하락해 국제 곡물가격 상승요인이 존재한다. 따라서 현재의 수급 불균형과 거시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올해 9월 이후 연말까지 국제 곡물가격은 현재의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1분기 국제 곡물수급은 올해 9월 이후 파종될 남반구(브라질, 아르헨티나, 호주 등) 작황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최근 태평양 적도 부근에 엘니뇨가 발달하고 있어 호주를 중심으로 가뭄이 예상돼 밀 작황이 더욱 불리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남미(브라질, 아르헨티나)에서는 강수로 인해 옥수수, 대두 재배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이지만, 엘니뇨가 강하게 발달할 경우 홍수로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따라서 내년 1분기 국제 곡물가격은 웨더마켓(Weather Market)에 의해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 곡물가격 변동은 수입 곡물 관련 상품의 국내 가격에 4∼7개월 정도의 시차를 두고 반영된다. 올해 3분기와 4분기 국제 곡물가격은 올해 말부터 내년 상반기 국내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올해 7∼8월의 밀, 옥수수, 대두의 평균가격은 t당 320달러, 311달러, 612달러로 작년 4분기 대비 밀은 41.6%, 옥수수는 27.5%, 대두는 41.9% 상승했다. 올해 말부터 내년 상반기 밀가루는 올해 2분기보다 30.8%, 전분은 16.3%, 식물성 유지는 11.2%, 사료는 10.2% 가격상승 요인이 잠재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 어쩌면 우리는 황량한 식탁과 마주해야 할지도 모른다. 미리미리 곡물가격 상승에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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