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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 산림국을 지향하는 정책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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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석현덕
농경나눔터 농정시선 | 2012년 9월호
석 현 덕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산림정책연구부장)

 

  우리의 임업과 산림도 다른 부문과 마찬가지로 지난 40년간 대단히 발전했다. 1970년대 초만 하더라도 우리의 산은 그야 말로 벌거숭이로 기후와 관련된 천재지변에 속수무책이었다. 요즘처럼 국지적으로 돌변하는 기상이변이 그때 일어났다면 피해가 대단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간 집중적으로 펼쳐진 강력한 정책, 국민들의 적극적인 협조 등으로 우리 산림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였고 이제는 겉으로 보기에도 번듯하다.

  

  실제로 우리 산림에 관한 데이터나 정보를 보면 세계적인 임업국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얼추 도달한 느낌이 든다. 아마 산에 가 본 이들은 이러한 주장에 어느 정도 동의할 것이다. 도시 근교에도 숲이 우거진 산이 많고 더 먼 곳은 거의 천연림으로 보이는 곳이 많이 있다. 사실 이 정도만 해도 대단하다. 전 국토가 거의 민둥산에서 불과 40년 만에 빈틈이 없을 정도로 산에 나무가 빼곡히 차있으니 우리의 산림녹화는 국제적으로도 인정을 받고 있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산림녹화, 아직도 부족

 

  '아직도 배가 고프다'는 말이 있다. 우리의 임업과 산림을 보면 이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우리 산림은 적어도 양적으로는 대단히 빠른 속도로 성장하였고 지금도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다. 질적인 면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다른 견해가 있을 수 있지만 이 역시 성장하였다고 보는 것이 전반적인 견해라 생각된다. 이 시점에서 산림정책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스스로 묻고 싶은 것이 있다. 산림을 이용하는 국민이나 산림을 소유하고 있는 산주가 모두 행복하고 만족하면서 살고 있는가?

 

새로운 산림정책 패러다임 필요

 

  임업선진국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적용했던 산림정책의 패러다임을 달리하자는 제언을 하고 싶다. 그간의 산림정책을 정리하면 벌거숭이 산에 나무를 심고 이를 잘 가꾸어 국민들에게는 다양한 산림환경서비스를 제공하고 산주들은 임산물을 생산해서 돈을 벌도록 하자는 것이다.

 

  최근에는 미래세대까지 신경을 쓰는 지속가능한 산림관리라는 패러다임으로 정책을 펴면서 시간과 공간을 망라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좋은 정책이라 할 수 있다. 적어도 지금의 우리 국민들의 수준이나 산림자원의 정도, 임산물시장의 수준 등을 고려할 때 어느 정도 최선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가 간과하는 것은 산림자원을 둘러싸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서로 반목하고 대결하는 양상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은 국민대로 산주는 산주대로 같은 자원을 가지고 생각을 달리하고, 산림의 보존과 이용은 여전히 첨예히 대립하고 있다. 최근에는 지역산림을 둘러싸고 지역주민과 지자체, 그리고 중앙정부간의 생각 차이가 커지고 있다. 예컨대 국민들은 경제성장이나 향상된 삶의 질 등을 위해 산림으로부터 더 많은 서비스를 원하고 있는 반면에 산주들은 자기 재산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데 불만이 커지면서 서로가 만족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향후 산림정책은 산과 산림을 둘러싼 다양한 형태의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고도의 선진국형 정책이 필요하다.

 

지속가능한 산림자원 관리(SFM)

 

  최근 우리의 산림정책 패러다임은 지속가능한 산림자원 관리(SFM)라는 것이다. 이것은 한마디로 지금 우리가 누리는 산림자원을 후세대도 동일하게 누릴 수 있도록 산림자원을 관리하자는 것이다. SFM은 산림자원을 둘러싸고 세계의 중요한 기둥 즉, 경제, 사회, 생태가 지속적으로 유지되어야 산림 또한 지속적으로 유지된다는 개념인데, 세계적인 임업선진국에서도 대부분 채택하고 있을 정도로 중요한 패러다임이다. 그럼에도 SFM이라는 패러다임만으로는 향후 우리 산림을 관리하는 데는 충분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산림을 둘러싼 여러 가지 갈등 구조가 점차 심각해진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단순한 SFM에서 갈등 주체 간에 파트너십이 강조된 진일보한 SFM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파트너십이 강조된 SFM은 지속가능한 산림자원관리를 추진하되 산림을 둘러싼 이해관계자 간에 이해가 이루어지면서 서로가 상생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산림을 둘러싼 이해관계자 간에 상생하자는 정책의 예는 많다. 상수원보호림과 같은 특수목적의 보호림으로 묶이면서 재산권을 전혀 행사하지 못하는 산림은 산주와 국민 간의 첨예한 대립을 보여주는 예다. 특수한 목적으로 보호림으로 묶이는 산림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당연히 산주의 불만은 커지기 때문에 특수목적을 위해 산림이 제대로 관리되지도 않는다. 이 경우 규제만 할 것이 아니라 산주로부터 사용권을 장기간 구매하여 특수목적에 부합되도록 산림을 관리하고 산주는 반대급부로 사용권을 판매하여 수익을 얻는다면 효율성도 올라가고 이해관계자들의 불만도 줄어들 것이다.

 

  산림을 둘러싼 관계자들의 이해관계를 서로 헤아리고 화합과 공생을 염두에 두는 산림정책은 선진임업국으로 가기 위한 가장 중요한 정책 패러다임이라고 주장하고 싶다. 유럽이나 북미의 선진산림국에서는 파트너십이 강조된 산림정책이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되었고 최근에는 거버넌스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이를 더욱 강조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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