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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에 젊은 부부가 살고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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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최경환
농민신문 시론 | 2012년 8월 22일
최 경 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한 것에 대해 일본이 발끈하고, 런던올림픽에서는 한 축구선수가 ‘독도 세리머니’를 했다고 해서 그 선수에 대해 메달 수여가 보류되는 등 독도 문제로 시끄럽다. 그러다 문득 독도에 건강한 젊은 부부가 산다면 그들의 삶은 어떨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해 보았다.

 

  젊은 부부는 낮에는 바다에서 고기를 잡기도 하고, 가끔 찾아오는 관광객들을 상대로 안내를 하고 숙식도 제공하면서 생활할 것이다. 저녁이면 지는 해를 벗 삼아 육지에서 포도농사를 하는 친구가 보내온 와인 한잔으로 하루의 피로를 날려보낼 것이다. 밤늦게까지 야근에 시달리면서 집과 직장을 다람쥐 쳇바퀴 돌 듯하는 도시민들보다는 여유로운 삶을 즐길 것이다.

 

  그러다 어느 날 아내는 임신하게 되고 두 사람은 태어날 아이에 대한 기대에 부풀 것이다. 그러나 배 속의 아이가 잘 자라는지 임산부의 건강상태는 양호한지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울릉도나 육지의 병원을 찾아가거나 ‘찾아가는 산부인과’를 불러야 한다. 젊은 부부 단둘일 때는 별문제가 없으나 아이가 생기면서 여러 가지 문제에 부딪치게 된다. 아이가 태어나면 정기적으로 예방접종을 받을 병원은 어떻게 하며, 아이가 자라서 다닐 유치원이나 학교는 어떻게 해야 할지. 그렇다고 어린이 한명을 위해 병원과 어린이집과 학교를 짓기도 쉽지 않다. 비용으로만 따진다면 이들 부부를 울릉도나 육지로 이주시키는 것이 효율적이다. 결국 젊은 부부는 떠나고 갈매기와 경비대만이 독도를 지키게 될 것이다.

 

  요즘 우리 농촌 곳곳에서도 ‘육지 안의 독도(獨島)’가 생기고 있다. 젊은이들은 고향을 떠난 지 이미 오래됐고, 고향을 지키며 자식들을 뒷바라지하던 부모세대들은 고령이 되어 홀로 지내다가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이 세상을 등지고 있다. 학생이 많아 오전반과 오후반으로 운영되던 학교는 폐교된 지 오래되어 잡풀만 무성해 ‘전설의 고향’의 촬영지로 제격이다. 젊은이들이 들어와 살고 싶어도 살 수 없는 무인도가 되어버렸다.

 

  1970~1980년대 우리나라는 수출산업을 집중 육성해 왔다. 국토가 협소하고 더욱이 농경지가 매우 적어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수출만이 살 길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오늘처럼 잘살 수 있는 것도 그 덕분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인구에 비해 국토가 협소하다던 우리나라에서 요즈음 농사지을 땅이 남아돌고 방치되고 있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이 시점에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사이먼 쿠즈네츠의 “농업만으로 선진국이 될 수는 없지만 농업·농촌 발전 없이는 선진국이 될 수 없다”는 말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진정한 경제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특정 산업, 특정 지역의 발전만으로는 어려우며 균형발전을 추구해야 한다.

 

  특히 우리의 농업·농촌도 일방적인 시혜의 대상이나 ‘돈 먹는 하마’로 경제성장의 걸림돌이 아니라,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경제발전을 뒷받침하고 견인하는 산업과 지역으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가 절실한 때다. 젊은이들이 농촌 곳곳에서 희망과 비전을 가지고 각자의 재능을 발휘해 경제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그동안 몇몇 인기종목에 의존해 메달을 땄던 우리나라가 이번 런던올림픽에서는 비인기 종목이 효자노릇을 해 종합 5위 달성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비인기종목이 우리나라가 스포츠강국으로 부상하는 데 크게 기여한 것은 경제선진국을 추구하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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