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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국제곡물 가격이 심상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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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한석호


농민신문 기고| 2012년  7월  4일
한 석 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20세기 들어 국제곡물 가격은 여러 차례 급등했고 변동성도 커지고 있다. 특히 2007년 이후 심하다. 그 요인은 무엇보다 수요량이 공급량보다 많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바이오에너지 수요와 중국·인도를 비롯한 신흥시장의 육류 소비 증가로 세계 곡물 소비량이 증가하는 반면, 토지 자원의 제약으로 생산량 증가에 한계가 있는 상태에서 잦은 기상이변으로 곡물 생산량이 들쭉날쭉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주요 곡물 수출국의 수출금지 조치와 단기 차익을 목적으로 하는 유동성 투기자본의 곡물시장 유입은 곡물가격 변동성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그 중 가장 심각한 것은 지구온난화에 따른 이상기후 문제다. 실제로 이상기후가 식량 생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보고서들에 따르면, 기온이 중·고위도 지대에서는 1~3℃ 이상, 저위도 지대 즉 열대지역에서는 1~2℃ 오르면 작물 생산량은 감소해 식량 부족과 기아를 증가시킬 것이라고 한다. 결국 향후 기온이 1~3℃만 상승해도 세계 식량 생산에 큰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올해도 미국·브라질·러시아 등 주요 곡물 수출국의 가뭄으로 6월 말 현재 곡물가격이 다시 급등하기 시작해 가격이 높았던 작년 같은 달보다 높게 형성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국제곡물 가격 급변동과 관련 우리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우리나라는 주요 곡물인 옥수수·밀의 자급률은 1%, 대두는 9% 정도로 대부분 수입에 의존한다. 금액으로 치면 연간 5조원 이상이다. 우리나라 모든 농지에 곡물을 재배하더라도 자급자족을 하지 못한다. 어차피 수입을 해야 한다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수입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국제곡물시장 정보 수집과 정보 조합 능력이 낮았고 수집된 자료마저도 체계적이고 신속하게 제공할 수 있는 정보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다. 또한 해외 곡물시장에 대한 자료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정부 및 관련업체에 미래 시장정보를 공급할 수 있는 관측시스템 역시 없었다. 그뿐인가. 국제곡물시장 분석 전문가 역시 부족하다. 심지어 미국 등 해외기관의 보고서를 읽고 그대로 낭독해도 전문가처럼 보이는 수준이었다. 다행히 올해부터 정부는 국내 곡물 수급안정 및 물가안정을 위해 국제곡물정보 및 관측시스템 개발에 투자를 시작했고 향후에도 투자 확대가 예상되고 있다.

 

다음은 국내에서의 곡물 확보 문제다. 국내 곡물의 가격경쟁력과 생산량을 높이기 위해서는 직불제를 이용해 유휴농지 활용 및 동계작물 재배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 국내 곡물의 가격경쟁력 없이는 정부 목표와 같이 자급률이 높아질 가능성이 거의 없다. 판로가 없기 때문이다. 다행히 국내산 곡물은 품질면에서 수입곡물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다.

 

또한 곡물조달시스템 역량을 강화해야 하는데 이미 곡물메이저가 기득권층을 형성하고 있는 국제 곡물시장에서 우리의 곡물조달시스템이 제대로 가동할 수 있을지에 대한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과연 우리의 시스템으로 들여온 곡물이 가격면에서 곡물메이저와 경쟁할 수 있는지, 그리고 수요처가 있는지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곡물조달시스템은 정부가 주도할 수는 있으나 실수요자의 참여가 필요하다. 실수요자가 참여하지 않은 곡물조달시스템 운영은 실패하게 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산학연 모두 많은 관심과 심도 있는 토의가 필요하며 정부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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