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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고령화와 연수망(延壽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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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최경환
농민신문 기고 | 2012년 5월 16일
최 경 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고령화는 출생자가 적은데 평균수명이 연장되면서 사망자는 줄고 고령자가 많아져 생기는 현상이다. 요즘 젊은 사람 중에는 경제적 능력이 없어 결혼을 미루거나 결혼의 필요성을 못 느끼는 나홀로족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결혼 연령은 늦어지고 결혼하더라도 아이는 하나 정도 있으면 좋고 없어도 괜찮다고 생각해 출생자 수의 급격한 증가를 기대하기 어렵다.

 

   반면 식생활 개선, 의료기술의 발달과 건강관리에 대한 높은 관심 등으로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있어 고령화 속도는 예상보다 빠른 것 같다. 더욱이 농촌지역의 고령화는 도시지역에 비해 더 심해 길에서 마주치는 두사람 중 한사람이 노인일 정도로 이미 고령화가 심화된 지역이 적지 않다. 고령사회는 먼 미래의 상황이 아니라 어느새 우리가 그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고령화가 문제라고 한다. 그러나 이미 현실로 다가왔다면 차분하게 대응해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하던 일에서 물러나 무위도식하며 시혜의 대상이 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는 일 없이 빈둥대는 것만큼 힘든 것도 없다.

 

  중국 송나라 때 한 어부가 100길이나 되는 거대한 어망을 짜는 일로 하루하루를 소일하고 있어 주위 사람들이 물었다. 그렇게 큰 어망은 들고 나갈 수도 없고 갖고 간다고 하더라도 펼칠 수가 없어 쓸모없는데 뭐하러 짜느냐고. 그러자 그 어부는 “한올한올 짜 나가면서 내 목숨이 길어졌는데 쓸모가 없다니. 이 어망은 손발에 힘이 빠져 바다에 나가지 못한 50세부터 짜기 시작해 내 나이 70까지 짠 것이오. 앞으로 20년은 더 짤 생각이오”라고 말했다. 송나라 학자 주신중의 ‘노계론’에 나오는 얘기다. 나이 들어 할 일을 미리 준비해 무료함과 소외에서 벗어나 건강하게 노년을 보내려면 소일거리가 필요하다는 것으로, 수명을 연장시켰다고 해서 이 어망을 ‘연수망(延壽網)’이라고 한다.

 

  노화로 인한 육체적 능력의 저하로 노동 강도가 높은 일에 종사하는 것은 무리이지만, 나이 든 사람에게 적합한 일도 많다. 손이 많이 가는 섬세한 농작업은 물론 고령자의 경험과 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일이 적지 않다. 실제로 우리 농촌에서도 고령자가 활동하는 사례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마을을 방문한 학생들에게 농사체험을 가르쳐 주고, 지역의 역사문화유산에 대해 해설하는가 하면,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돌보는 일 등 다양하다.

 

  일본에는 ‘생애현역(生涯現役)’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보다 고령화 문제를 훨씬 먼저 경험한 일본은 노동력 부족과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고령자가 경제활동이나 사회활동에 적극 참여하면서 보람을 찾는 것이 최선이라고 본 것이다.

 

  최근 복지에 대한 관심이 많고 다양한 해법도 제시되고 있으나 가장 중요한 것은 일자리다. 젊은이는 더더욱 그렇지만, 고령자에게도 그 능력에 맞는 일자리 제공이 가장 바람직한 복지라고 할 수 있다. 고령자가 일을 한다는 것은 개인적으로는 소득과 건강·보람을 확보하는 것이며, 국가적으로는 국가의 부를 늘리면서 급증하는 노인 의료비를 절감할 수 있어 일거양득이라고 할 수 있다.

 

  고령화는 누구나 거쳐야 할 과정이다. 활기차고 보다 인간다운 고령사회를 만드는 데 모두의 지혜를 모아 가야 하며 국가와 지방정부가 앞장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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